[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할당’은 ‘몫을 갈라 나눔’으로 정의돼 있다. 할당이란 지분을 쓴 할당관세도 이 정의를 잇는다. 관세법에 따르면 일정 기간 일정량의 수입품에 대해 일시적으로 기본 관세율에 더하거나 낮추어 부과하는 제도가 ‘할당관세’다. 예를 들어 국내 수급 물량이 딸려 적극적으로 수입을 요할 경우엔 관세율을 감해, 공급이 넘쳐 국내 산업이 위태로울 시엔 수입을 억제하기 위해 추가 관세율을 부과하는 정책이다. 

그런데 축산농가엔 국어대사전과 관세법이 편협하게 적용되는 듯하다. 할당과 할당관세가 한쪽으로만 읽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 유례없는 소·돼지·닭고기에 분유까지 주요 4대 축종에 대한 할당관세를 자행하더니, 올해 3월 끝날 닭고기는 5월, 6월 종료돼야 할 돼지고기는 7월부터 재차 할당관세를 추진키로 했다. 지난해와 올해 모두 무관세다. 

축산농가가 할당이란 단어에 ‘노이로제’가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한돈 농가들은 이미 2012년 구제역으로 인한 정부의 대대적인 살처분 이후 돼지고기 가격이 상승하자, 할당관세 10만 톤을 무관세로 도입, 51%나 가격이 폭락한 아픔을 경험했다. 이후 농가 폐업과 도산도 속출했다. 육계업계도 기존 길거리 닭강정 제품과 뷔페 등에서나 볼 수 있었던 수입 닭고기를 유명 프랜차이즈업체에서 치킨으로 쓰기 시작하는 등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 

정부는 반쪽짜리 할당관세만 축산업계에 내려주면서 이에 대한 소통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 돼지고기 관련 높은 재고율, 많은 도축 마릿수, 전년 대비 낮은 가격, 치솟은 생산비 등 수입을 하지 않아도 될 신호가 충분히 나오고 있고, 조만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 2분기 축산관측도 발표될 진데 이런 내용들의 분석과 검토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래서 농가들이 보기에 이번 정부의 돼지고기 할당관세 추진은 근거가 빈약하다. 아니 근거가 하나도 없고, 오히려 근거를 통해 보자면 수입 장려책이 아닌 억제책을 써야 한다고 한돈업계는 주장한다. 

싸움을 오래 끌지 않고 될 수 있는 대로 재빨리 싸워 전쟁 판국을 결정한다는 속전속결. 정부는 돼지고기 할당관세를 추진하면서 전투에서나 쓸 ‘속전속결’로 할당관세를 추진했다. 5월 10일 구제역 발생 직후 출하가 막힌 특정일(5월 11일) 하루 가격에 맞춘 14일 자 언론의 돼지고기 가격 급등 보도 이후 26일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할당관세 결정, 30일 국무회의에서 의결이란 약 2주 만에 양돈 농가와 전투라도 하듯 돼지고기 할당관세 절차를 진행한 것이다. 

‘자기 파멸적 할당관세’, ‘한돈 농가 우롱’ 등이 담긴 5월 26일 자 대한한돈협회 성명서가 현재 정부의 할당관세에 농가들이 어느 정도로 분노하고 있는지를 짐작게 한다. 정부는 국어사전 의미처럼, 관세법에 나온 내용처럼 왜 축산농가엔 몫을 갈라 나누지 않는가, 농가들의 분노는 어쩌면 평등권이란 대한민국 국민에게 주어진 기본권 중의 기본권을 추구하기 위한 울분일지도 모른다. 

김경욱 축산팀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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