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돼지고기 수급 불안이란 잘못된 여론몰이로 성수기를 맞은 돼지고기 소비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농가가 걱정하는 건 이에 따른 정부의 할당관세 재추진 움직임이다. 사진은 지난 18일 오전 가락시장 축산물 판매장. 
돼지고기 수급 불안이란 잘못된 여론몰이로 성수기를 맞은 돼지고기 소비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농가가 걱정하는 건 이에 따른 정부의 할당관세 재추진 움직임이다. 사진은 지난 18일 오전 가락시장 축산물 판매장. 

성수기 맞아 오름세 보이지만
지난해 가격 못 미치는 데도
구제역으로 반짝 상승 타깃
“가격 급등” 일부 언론 호들갑

특정일 가격기준 삼아 ‘불합리’
정부는 할당관세 검토 ‘맞장구’
양돈농가 우려 목소리 고조 


실제로는 발생하지 않고 있는 돼지고기 수급 불안 여론몰이가 성수기 구매력 감소에다, 올 상반기로 끝나야 할 할당관세 연장에 대한 명분 쌓기로 활용되는 게 아니냐는 양돈농가 우려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14일 연합뉴스를 시작으로 KBS, SBS, JTBC, 조선일보,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경제, 매일경제 등 주요 언론사들이 일제히 ‘돼지고기 도매가격 19% 급등’ 소식을 전했다. 5월 11일 기준 돼지고기 평균 도매가격(축산물품질평가원 유통정보)이 kg당 6380원으로, 지난달 12일 5356원보다 19.1% 올랐다는 것이 보도 주요 요지다. 

이는 ‘팩트’이긴 하다. 하지만 돼지고기 가격을 이렇게 단순 비교하진 않는다고 한돈업계는 지적한다. 통상 돼지고기 가격은 봄철 나들이 시즌부터 시작해 여름철까지 수요가 늘며 상승세를 타고, 올해 역시 이런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며 2022년 4월 5152원이었던 돼지고기 평균 도매가격은 5월 6385원까지 상승했다. 

특히 언론에서 가격 급등을 지목한 11일 돼지고기 가격은 소 농장에서의 구제역 발생으로 인해 돼지 농장까지 연쇄적으로 출하가 정지되는 일시적인 영향도 더해졌다. 실제 5월 들어 구제역 발생 소식이 알려지기 전인 1~10일 돼지고기 평균 도매가격은 5869원에 불과했다. 구제역 발생 직후인 11일 6380원으로 뛰었지만, 이후 13일 6051원, 15일 5973원, 16일 5959원, 17일 5850원으로 다시 내림세로 돌아서며 5월 1~17일 평균 도매가격은 5941원으로 지난해보다 7%가량 낮게 형성돼 있다. 

한돈업계에선 기준 설정이 잘못된 합리적이지 못한 돼지고기 가격 급등 여론이 수요가 늘어나야 할 성수기 소비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우려한다. 

한돈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같은 달과의 기준도 아니고, 17일 중 유독 하루 가격이 뛰었던 특정일만 가격 기준으로 삼은 것은 좀체 이해할 수 없다. 소비가 살아나야 할 시기인데, 이런 일방적인 보도가 소비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크다”며 “초봄까지만 해도 돼지 가격은 생산비도 못 건지는 수준이었고, 가격이 반등했다 해도 여전히 지난해보다 낮은 수준인데 왜 언론이 갑자기 호들갑을 떠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농가 걱정을 더 키우는 건, 이 같은 돼지고기 수급 불안 여론몰이가 정부의 할당관세 미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지난 3월 끝났어야 할 닭고기 할당관세가 5월 재연장된 것도 ‘닭고기 가격 높다는 언론 보도→수급 불안 조성→정부 할당관세 재추진’이란 수순을 밟았다. 돼지고기의 경우 한돈업계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6월부터 시작해 올 6월까지 무관세로 할당관세가 진행되고 있다. 다음 달이면 1년 넘게 농가들을 옥죈 할당관세가 종료되지만, 언론보도를 접한 정부는 할당관세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의견까지 내비쳤다. 

농식품부는 최근의 언론보도 내용을 알리며 “이르면 7~8월부터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으로 2020년 9월부터 수입이 중단돼 있던 독일산 돼지고기가 국내에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계속해서 불안심리가 확산하고 가격이 상승하는 등 (수급 불안)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경우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할당관세 적용을 통한 돼지고기 공급 확대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만일 정부가 검토를 넘어 이런 잘못된 수급 불안 여론으로 할당관세 재연장을 결정할 경우 농가들의 강한 반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1년간의 할당관세 추진에다 생산비 상승, 지난겨울 낮은 가격 등으로 양돈농가들의 답답함은 어느 때보다 치솟아 있다. 

양돈농가들은 이미 1년간 이어지는 정부의 할당관세로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한다. 무엇보다 대목이었던 삼겹살데이에 사진처럼 캐나다산 등 수입산 삼겹살이 대거 마트에 깔렸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한 양돈농가는 “이미 정부의 할당관세로 가격이 상승해야 할 삼겹살데이에 캐나다산 삼겹살 등이 마트를 점령했다”며 “우리는 지난겨울 생산비도 건지지 못한 돼지 가격으로 힘들었고 지금 가격도 높지 않은데, 이를 무시한 채 다시 할당관세를 추진한다는 건 명분이 전혀 없고 농가 반발만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