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진우 기자] 

박현규 중왕어촌계장(오른쪽 두 번째)과 어촌계원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카페를 배경으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박현규 중왕어촌계장(오른쪽 두 번째)과 어촌계원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카페를 배경으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지난해 6월 해양수산부가 국민연금공단,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그리고 수협은행과 한국어촌어항공단 등 4개 기관과 공동을 추진한 ‘어촌마을 자치연금 시범사업’에서 올 1월 첫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서산 중리(중왕)마을’이 주민 24명을 대상으로 월 10만원씩의 자치연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이번 <사람, 사람들>코너에서는 어촌체험마을을 시작으로 감태가공장과 가로림수산학교 등을 운영하면서 어촌계원에게는 더 많은 수입을, 그리고 고령의 주민들에게는 자치연금을 줄 수 있게 된 중왕어촌계를 찾아 비결을 들어봤다. 
 

청정갯벌 가로림만서 채취감태 가공·상품화로 수출까지

“어촌체험마을사업을 시작하면서 특화사업을 하기로 공약을 했었고, 대상으로 정한 것이 바로 감태가공 사업이었습니다. 감태는 양식이 되지 않아 100% 자연산을 채취해 가공을 하게 되는데, 청정갯벌인 가로림만에서 채취한 감태를 가공해 상품화 하고 있습니다. 그 품질을 인정받아 호주와 뉴질랜드 등지로 수출까지 한 바 있고요. 특히 올해는 감태가공시설 운영을 통해 난 수익으로 이달부터 만78세 이상 마을 주민 24명에게 월 10만원씩의 자치연금도 지급할 수 있게 됐습니다.” 올 1월, 해양수산부가 추진 중인 ‘어촌마을 자치연금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후 5월부터 자치연금을 지급하고 있는 서산 중왕어촌계 박현규 계장(55세)의 말이다. 

‘서산해품 감태영어조합법인’ 대표이사와 함께 ‘중리(중왕리)어촌휴양마을’ 조직위원장을 맡아 1인 3역을 해내고 있는 박현규 계장은 올해로 12년째 중왕어촌계장을 맡고 있다. 2014년 어촌체험마을 사업을 시작으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어촌6차산업화 마을사업’으로 진행된 ‘중왕마을 감태가공시설’을 준공하는 한편, 중왕항을 대상으로 진행된 어촌뉴딜사업을 통해 귀어귀촌인 교육을 위한 ‘가로림수산학교’까지 운영하고 있다.
 

15일 열린 중왕마을 어업인 자치연금 전달식 장면. 중왕마을에서는 5월부터 24명의 마을주민을 대상으로 월 10만원씩의 자치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15일 열린 중왕마을 어업인 자치연금 전달식 장면. 중왕마을에서는 5월부터 24명의 마을주민을 대상으로 월 10만원씩의 자치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어촌체험마을사업’ 위해 어촌계원 직접출자이익은 배당·연금으로

‘어촌마을 자치연금 1호 사업장’이 된 비결은 바로 어촌계원들의 직접출자였다. 우선 2014년 어촌체험마을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참여를 원하는 어촌계원들을 대상으로 1인당 50만원씩 출자를 받았다. 이 출자금 중 일부로 감태를 가공해 상품을 만들었고, 이후 감태가공을 위해서는 가공장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면서 해수부 어촌6차산업화 시범마을에 선정됐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진행된 감태가공장 건설 과정에서도 자부담해야 할 금액은 출자를 받았다. 어촌계 명의로는 30%만 출자를 하고 70%는 다시 어촌계원들을 대상으로 출자를 받았는데, 어촌체험마을에서 성과가 나타나면서 감태가공장 건립에는 1인당 300만원에서 최대 1000만원까지 출자를 했다. 직접 출자를 한 사업이다 보니 사업참여도 적극적이다. 

박현규 어촌계장은 “감태가공 사업을 위해 서산해품감태영어조합법을 설립했는데 설립과정에서 어촌계원들의 출자를 받아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다”면서 “이후 조합원들은 사업에서 발생한 이익배당도 받고 또 10여명의 조합원들은 가공장에서 일을 하기도 한다. 지난해 감태매출이 13억원정도 됐는데 이미 출자금만큼의 이득은 돌아갔을 것”이라고.
 

감태가공장 입구 전경. 해양수산부 장관 표창에서부터 다양한 상장과 상패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감태가공장 입구 전경. 해양수산부 장관 표창에서부터 다양한 상장과 상패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귀어귀촌인 교육·컨설팅‘가로림수산학교’도 수익 창출

이뿐만 아니다. 어촌체험자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중왕행복마켓’도 운영하면서 수익을 내고 있고, 어촌뉴딜사업을 통해 마련한 ‘가로림수산학교’에서 귀어귀촌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컨설팅 사업을 추진하면서 또 다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박현규 어촌계장은 “크게 어촌체험마을사업과 감태가공사업, 그리고 가로림수산학교를 통한 교육·컨설팅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수익은 출자자에 대한 배당금으로도 사용하지만 자치연금을 지급하는데도 사용하고 있다”면서 “5월부터 만78세 이상 마을 주민 24명을 대상으로 월 10만원씩의 연금을 지급하게 됐다”고 말했다.

15일 중왕마을 어업인 연금 전달식에서 만난 한 어촌계원은 “이전에는 집에서 감태를 가공해 시장에 가져다 주면 ‘두고 가라’고 했었다. 팔아서 돈을 주겠다는 것이었는데 감태가공장이 생긴 후부터는 톳당 5000원 이상 더 주니 ‘이게 정말 효자사업이구나’ 싶다”고 말했다.

“가로림수산학교는 사회적 기업 형태로 운영되는데, 여기서 발생한 수익의 일부로 지역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장학제도도 운영하고 있다”는 박현규 어촌계장은 “여기에 더해 귀어귀촌인이 마을에 정착할 수 있도록, 그들이 살 수 있도록 집과 창업센터를 짓는 사업도 추진된다”며 “젊은 귀어인들이 많이 들어 올 수 있도록, 그리고 그들과 함께 잘 살 수 있는 마을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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