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호명 씨

[한국농어민신문 이진우 기자] 

자동차 배터리로 운행할 수 있는 작은 동력장치가 달린 배를 타고 다시 팔당호로 나서는 안호명 씨. 
자동차 배터리로 운행할 수 있는 작은 동력장치가 달린 배를 타고 다시 팔당호로 나서는 안호명 씨. 

1973년 팔당댐이 준공된 후 50여년. 팔당댐으로 만들어진 물의 호수 ‘팔당호’는 서울 시민의 젖줄이자 주변으로 늘어선 빼어난 풍광으로 인해 국민적 휴식 공간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매년 이맘때 벚꽃이 만개하기라도 하면 퇴촌면과 남종면을 따라 이어진 342번 지방도는 벚꽃을 보러 나오는 상춘객들의 차량으로 북새통을 이룬다.

하지만 이곳에는 50여년간 수몰의 아픔을 가슴에 묻고 살고 있는 원주민들이 있다. 그리고 이들 중에는 농사짓던 땅을 내주고 얻은 어업허가로 물고기를 잡으며 살아온 어부들이 있다. 이번 <사람, 사람들>에서는 ‘팔당 마지막 어부’로 알려진 안호명(85세) 씨를 만났다.

 

땅 내주고 얻은 어업허가로 물고기 잡는 ‘팔당어부’50년 흘러 8명 남아

하남시 배알미동과 남양주시 능내리를 잇는 팔당댐이 들어선지 50여년이 지나고 있는 가운데 팔당댐 중공 이후 논밭이 수몰되면서 어업허가를 얻어 지금까지 각종 민물고기를 잡아 오고 있다는 안호명 옹은 자신의 대에서 팔당어부의 명맥이 끊어지지 않기를 희망했다.  
하남시 배알미동과 남양주시 능내리를 잇는 팔당댐이 들어선지 50여년이 지나고 있는 가운데 팔당댐 중공 이후 논밭이 수몰되면서 어업허가를 얻어 지금까지 각종 민물고기를 잡아 오고 있다는 안호명 옹은 자신의 대에서 팔당어부의 명맥이 끊어지지 않기를 희망했다.  

“여기가 퇴촌면 오리인데 팔당댐이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단일부락으로 114호가 살 정도로 큰 부락이었어. 지금은 댐이 들어서면서 이렇게 강이 커졌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저쪽으로 조그맣게 실개울이 흘렀고 나머지는 다 들판이었어. 다 김장밭이었는데 그때 서울 김장의 절반은 여기서 짓는다고 했었지.” 안호명 씨가 당시를 회상하며 말을 꺼냈다. 

“근데 여기에 다 물이 들어오니까 이 오리라는 데는 농사지을 땅이 없어졌단 말이야. 농사지을 데가 없어지니까 다 나가고 지금 원주민은 여기 13집인가 14집 밖에 없어. 그때 댐이 건설되면서 여기서 계속 사는 사람들에게 어업허가를 내준 건데, 그렇게 해가지고 (당시)광주군 관할에만 33명이 허가가 났고, 세월이 지나다보니 지금은 8명이 남았지”라며 말을 이었다.

33명에게 허가 났는데 8명으로 줄어든 이유도 궁금했고, 또 8명이 남았는데 왜 그가 팔당호 마지막 어부로 불리는지도 궁금했다. 그는 “팔당댐이 들어설 당시에 여기에 살고 있던 사람들에 한해서 어업허가를 내줬는데 그 사람들이 물고기를 못 잡게 됐다고 해서 빈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게 아니야”라며 “신규허가는 안내주고 50년이 지나다 보니 나이가 80~90야. 아파서 못하고 늙어서 못하고 하다 보니 8명으로 준 거지”라고 했다.

 

3년전 식당 허가도 받아 ‘마지막 어부’ 이름으로 장사

이어 그는 “팔당호 옆에는 집도 새로 못 짓게 할 정도였는데 3년정도 전에 어업허가를 받은 어민 중에서 면 단위로 3명에게 식당을 할 수 있도록 허가가 났어. 그런데 이것도 사정이 안돼서 나 말고는 아무도 못하는 거야”라면서 “나는 막내가 뒤를 이어 해보겠다고 해서 시작을 했는데, 식당이름을 무엇으로 지을까 하다가 내가 마지막인 것 같으니 ‘마지막 어부’라고 하면 어떻겠냐? 고 해서 그렇게 ‘마지막 어부’가 된 거야”라고 했다.

안호명 씨는 그렇게 팔당 어부로 유일하게 잡은 물고기를 조리해 판매할 수 있는 식당을 열고도 걱정이다. 신규 어업허가를 내주지 않으니 자신이 물고기를 잡지 못하게 되면 ‘식당은 또 어떻게 할까’ 싶어서다.

“음식점 허가를 내준다고 그러니까는 막내며느리가 ‘아버지께서 조금씩만 고기를 잡아주시면 해볼께요’라고 해서 ‘그래 그건 해주마. 아직은 내가 건강하니까’하면서 시작을 했어. 그리고 방송에서도 여러 번 소개가 되면서 손님도 있는 편이냐. 그런데 내가 물고기를 못 잡게 되면 다른 것으로 바꿔야 하는데……”라며 걱정하는 그. 

“그래서 댐이 생기기 전부터 여기에 살았고 어업허가를 받았던 사람에 한해서라도 자식이 계속 하겠다고 하면 길을 좀 열어줘야 할 텐데 일절 안된다고만 하니까 지치는 거지”라면서 “이 나이에 소원이라는 게 뭐 있겠나. 두세 명이라도 이렇게 팔당에서 고기잡는 어부의 명맥이 이어졌으면 하는 게 바람”이라고 안호명 씨는 말했다.
 

댐 오염될까 배터리로 배 운행자식들도 어업허가 받았으면

퇴촌면 오리 마을에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장 명의로 설치된 안내 팻말. ‘한강은 우리의 미래’ 문구가 적혀 있는 이 팻말엔 ‘한강수계 상수원의 수질개선을 위해 국가에서 매수한 토지이기 때문에 농작물을 경작하거나 식물을 재배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돼 있다. 환경부는 팔당호를 상수원으로 이용하는 시민에 수돗물 사용에 따른 물부담금을 부과하고, 상수원 수질을 개선하겠다며 거둬들인 부담금으로 팔당호 인근 땅을 사들여 농사를 짓지 못하게 하고 있다.
퇴촌면 오리 마을에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장 명의로 설치된 안내 팻말. ‘한강은 우리의 미래’ 문구가 적혀 있는 이 팻말엔 ‘한강수계 상수원의 수질개선을 위해 국가에서 매수한 토지이기 때문에 농작물을 경작하거나 식물을 재배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돼 있다. 환경부는 팔당호를 상수원으로 이용하는 시민에 수돗물 사용에 따른 물부담금을 부과하고, 상수원 수질을 개선하겠다며 거둬들인 부담금으로 팔당호 인근 땅을 사들여 농사를 짓지 못하게 하고 있다.

그의 고기잡이 배에는 자동차 배터리로 운행할 수 있는 작은 동력장치가 달려 있었다. 내연기관이 장착된 선외기를 사용하다가 연료라도 세어 나와 ‘물을 오염시킬까’ 하는 우려 때문에 사용이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전기로 가니까 힘이 약해서 파도가 조금만 처도 배가 가자고 하는 방향으로 움직이지를 않아”라는 그가 팔당호에 다시 배를 띄운다.

그를 뒤로 하고 동내로 되돌아 나오는 길에 세워져 있는 한 팻말. 팻말에는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장 명의로 ‘한강은 우리의 미래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그리고 ‘한강수계 상수원의 수질개선을 위해 국가에서 매수한 토지이기 때문에 농작물을 경작하거나 식물을 재배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내용도 있다. 

‘수몰로 땅을 잃고 50년이 지난 지금, 그 몇 남지 않은 원주민의 작은 바람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우리의 미래란 어떤 것일까?’ 생각해 본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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