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강서시장에서 수박 산물 출하 반입 이후 물류기기(다단식 목재상자, 우든칼라)에 선별하는 작업을 앞두고 있는 모습. 파렛트(팰릿) 거래가 전면 시행되면, 산지에서 이런 작업을 거쳐야만 시장으로 출하할 수 있게 된다. 그만큼 산지의 물류비용 부담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강서시장에서 수박 산물 출하 반입 이후 물류기기(다단식 목재상자, 우든칼라)에 선별하는 작업을 앞두고 있는 모습. 파렛트(팰릿) 거래가 전면 시행되면, 산지에서 이런 작업을 거쳐야만 시장으로 출하할 수 있게 된다. 그만큼 산지의 물류비용 부담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오는 7월부터 전면 시행 계획
유통인들 “시기상조” 지적 외면
농가 출하선택권 제약 등 우려 속
서울농식품공사 ‘속도내기’ 급급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오는 7월부터 강서농산물도매시장(강서시장)에서 수박 파렛트(팰릿) 거래를 전면 시행할 계획을 밝혀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산지와 시장 유통인의 우려가 계속되는 가운데서도 당초보다 추진 일정을 앞당겨 시행하겠다는 움직임을 두고 ‘일방통행 행정’, ‘졸속 행정’이라는 비판이 붙고 있다. 농민의 출하 선택권에 제약을 미칠 가능성이 큰데도 사전 공지와 홍보 등은 소홀히 한 채 ‘속도’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사는 지난 5월 9일 강서시장 내 도매법인과 농협공판장 등 3곳, 시장도매인들로 꾸려진 ‘수박 파렛트거래 협의체’에서 7월 1일부터 수박 파렛트 거래를 전면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알렸다. 다만 중소 규모인 1톤 출하자들의 준비 기간 부여를 위해 내년 4월까지 비파렛트 출하를 병행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공사는 단계별로 △5월 파렛트 출하 시범사업(1단계) △6월 파렛트 출하 자율시행(2단계)에 이어 △서울시보 표준규격 출하품 지정 고시 또는 개설자 조치명령(3단계)을 마치고 △7월부터 전면 시행(4단계) 계획을 잡고 있다.

수박 출하 물량이 급증하는 5월에 이어 성출하기인 6~7월에 맞춰 올해 수박 파렛트 거래를 추진해보겠다는 것이다. 최근 3월까지만 해도 올해는 시범사업 형식으로 현행대로 운영하되 2025년까지 3개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공사의 잠정 계획<본보 2023년 3월 24일자 5면 참조>이 급박하게 추진하는 방향으로 분위기가 ‘돌변’한 것이다.

공사 강서지사 송준식 유통관리팀장은 “시행 시기를 하반기로 하면 성출하기가 지나기 때문에 사실상 올해는 넘어가고 내년으로 밀릴 수 있다는 보고, 7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판단했다”면서 “당장 1톤 이하 출하자에 대한 적용은 하지 않을 생각이며, 시장 유통인의 의견을 듣고 시행 시기를 8월로 조정할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유통인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미 파렛트 거래를 시행한 가락시장과 구리시장과 달리 강서시장은 중소 출하자들이 많아 파렛트 출하를 의무화할 경우 반입 물량이 줄고 이에 따른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 없이 강행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일방통행 행정’, ‘졸속 행정’이라는 지적과 함께 제도 추진 명분에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등 갈등이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관련기사 5면

강서시장 도매시장법인 관계자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농안법)을 만들고 도매시장에 공적 자금(세금)이 투입된 취지는 농민(출하자)들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역원의 수익성 개선을 명분으로 출하자들에게 부당한 유통 비용을 부담시키는 제도 도입은 신중해야 한다. 그만큼 사전 준비도 철저히 해야 하는데, 이런 부분의 노력은 눈에 띄지 않고 오히려 시행 시기만 앞당긴 것은 이해할 수 없고, 일방통행 행정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다른 유통인도 “산지에서는 1~2월 파종할 때부터 출하 계획을 세우기 때문에 올해 7월 파렛트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었다면 이미 이해관계자들과의 논의를 마치고 지난해부터 충분한 설명이나 산지 홍보 등이 있어야 했다”면서 “졸속 행정이라는 인식이 심어지게 되면, 명분과 실리 모두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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