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거창한거창조합공동사업법인

[한국농어민신문 김영민 기자] 

김종경 거창조공법인 대표(사진 가운데)와 박진환 농협경제지주 산지유통부 연합사업팀장(사진 오른쪽)이 올씽 브랜드 사과를 들어 보이고 있다.
김종경 거창조공법인 대표(사진 가운데)와 박진환 농협경제지주 산지유통부 연합사업팀장(사진 오른쪽)이 올씽 브랜드 사과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과 주산지 품목으로 육성
대표브랜드 ‘올씽’ 특화하고
품위 낮은 상품은 제품군 다양화
비품가격 최대 1500원까지 쑥

농협경제지주는 연합사업의 사업 확장성 제고를 통해 지역농협의 참여를 높이고, 산지 통합마케팅의 역할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연합사업 조직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기존 시·군연합사업단을 조합공동사업법인(이하 조공법인)으로 전환 또는 도 단위 광역 연합사업단으로 통합하는 것이다. 시·군연합사업단에 지역농협의 참여가 형식적으로 이뤄지면서 협조체계가 미흡했다는 평가와 새로운 소비 트렌드 대처가 부족했다는 판단에서다. 2021년부터 실시되고 있는 농협경제지주의 연합사업 체질 강화 현장을 2회에 걸쳐 연재한다.
 

지역농협과 조합원 참여 이끌어 내

농협경제지주는 2021년부터 연합사업 조직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로 2021년 도 단위 연합사업단 통합 5개소, 조공법인 전환 2개소를 시작으로 22년에는 도 단위 통합 10개소, 4개소의 조공법인 전환이 이뤄졌다. 조공법인은 2022년 57개소에서 2024년까지 72개소로 확대하는 한편 연합사업단은 31개소에서 8개소까지 축소할 방침이다.

거창한거창조합공동사업법인(이하 거창조공법인)은 2021년 연합사업단에서 조공법인으로 전환한 대표적인 사례다. 거창조공법인이 기존 연합사업단에서 조공법인으로 전환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종경 거창조공법인 대표이사는 “농민 조합원들의 농산물을 얼마나 잘 팔아주느냐가 농협 연합사업의 목표다. 거창군 관내 모든 농협이 조공법인으로 전환에 참여하면서 목표에 대한 책임감이 강해졌다. 대표이사인 저는 말할 것도 없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지역농협들이 직접 출자에 참여해 조공법인으로 전환하면서 참여 농협의 책임의식이 강화되는 동시에 사업 추진에도 힘을 받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 거창조공법인은 거창군 관내 6개 모든 농협(축협 제외)이 참여하고 있고, 출자액도 18억원에 달한다. 조공법인 운영의 결과가 출자 농협의 몫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사업의 관심과 참여가 높아지는 결과를 낳았다.

지역농협의 적극적인 참여는 조합원들의 의식 변화로 이어졌다. 과거 연합사업단 당시엔 조합원들 사이에 연합사업단과 지역농협은 별개의 조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컸다.

김종경 대표는 “과거 연합사업단을 운영할 당시엔 관내 조합원들이 농산물을 출하해도 자신이 속해 있는 농협과는 별개로 봤다. 그러나 조공법인은 자신의 조직으로 보고 있는 분위기다”며 “그렇다 보니 요구하는 것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지역 농산물 거점유통의 역할 기대

거창조공법인 출범으로 변화된 또 다른 점은 서북부경남 거점산지유통센터(APC)의 운영이다. 선별장, 저온저장고 등을 보유한 서북부경남 거점APC는 연간 1만톤의 물량을 선별할 수 있다. 이 거점APC의 위탁 운영을 거창조공법인이 맡게 된 것이다. 거창조공법인 출범으로 과거 관내 농협이 운영할 때와 달리 산지 집하기능과 선별기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이에 거창조공법인은 지난해부터 사과를 주산지 품목으로 육성하고 있다. 현재 거창군에서 생산되는 사과 60%가 인근의 안동공판장으로 출하되고 있다. 이 물량을 거점APC로 유입해 사과를 거창 대표 품목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고품질의 사과는 현재 서북부경남 거점APC의 대표 브랜드인 ‘올씽’으로 더욱 특화하고, 품위가 낮은 사과는 제품군을 다양화해 판로를 넓힐 계획이다. 이러한 시도는 이미 나름 성과를 거뒀다. 과거 kg당 700원에 불과하던 비품 사과의 가격을 지금은 3단계로 나눠 많게는 kg당 1500원에서 적게는 1200원에 수매하면서 농가의 수취가격을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올해는 거창군과의 협조로 고품질 사과를 출하하는 농가에게는 인센티브를 주기로 하면서 고품질 사과 반입량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종경 대표는 “상품성이 좋은 사과는 올씽 브랜드로 판매를 하지만 거창 전체 사과 농가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얼마 되지 않는다. 그래서 대다수 농가에서 생산되는 사과를 어떻게 하면 잘 판매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판매처에 맞게 등급을 나누고 수매가격도 결정하게 됐다”며 “이처럼 조공법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농가가 생산한 농산물의 판매처를 확보해 주고, 농가 수취가격을 올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거창조공은 사과 외에 올해는 샤인머스켓도 거점APC를 통해 브랜드화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생산자 대표들과 공선회 구성도 협의하고 있고, 농가 교육도 진행할 예정이다.

김종경 대표는 “조공법인 대표인 저 스스로가 열심히 뛰어야 농가들이 안심하고 농사를 지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농가에게 한 발 더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 조공법인이 출범하면서 조금이라도 변화됐다는 생각만 해도 다행일 것”이라며 “거창군에서도 조공법인을 통한 출하 농가에 전폭적인 지원을 계획하고 있어 2026년엔 통합마케팅 실적 1000억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영민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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