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산란계협회 계란가격 팩트체크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계란 수급이 안정적임에도 언론은 계란이 높다고 보도하고 정부는 계란을 수입하겠다고 발표해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사진은 2022년 12월 26일 오후 소비자가 서울의 한 대형마트 계란매대에서 계란을 고르고 있는 모습이다.
계란 수급이 안정적임에도 언론은 계란이 높다고 보도하고 정부는 계란을 수입하겠다고 발표해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사진은 2022년 12월 26일 오후 소비자가 서울의 한 대형마트 계란매대에서 계란을 고르고 있는 모습이다.

경제 상황이 날로 척박해져가며 대표 서민 먹거리이자 한 알에 200원 남짓 하는 저렴한 계란 가격에 대한 소비자 불안 심리가 커지고 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속에 다수 언론이 계란가격 급등 등 계란 수급 불안 보도를 이어가는 게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부도 내년 상반기 수입 신선계란 할당관세(무관세)를 공식화하며 1월 중에 직접 계란을 들여오겠다고까지 선언했다. 하지만 계란업계나 관련 전문가들은 방역 관리만 잘 이뤄지면 계란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망한다. 이와 관련 산란계 단체인 대한산란계협회는 지난 21일 언론에서 계란가격 급등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사안들을 분석, ‘계란가격 팩트체크’를 했다.
 

#팩트체크1. 계란가격이 치솟았다고 하는데 이게 사실일까?


사룟값 상승분 감안하면
계란가격 한판 9400원 적정
12월 1등급 6717원 불과 


산란계협회에 따르면 계란 생산원가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양계용 사료가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영향에 따른 곡물가격 상승으로 2022년 10월 현재 kg당 661원으로 2021년 1월 421원 대비 57%가량 상승했다. 사룟값 상승분을 감안하면 현재 계란 가격은 9400원(30알)에 달해야 한다는 게 산란계업계 분석이다.

하지만 2022년 12월 현재 1등급 계란 가격은 2021년 1월 대비 3.6%, 2022년 1월과 비교해선 4.3% 상승한 6717원에 불과하다. 올해를 놓고 볼 때 최저가는 2월 6326원, 최고가는 6월의 6920원이었다. 올해 내내 계란가격은 6000원대 중반 내외의 박스권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를 치솟았다고 표현하는 건 잘못됐다는 주장이다.

산란계협회는 특란을 기준으로 하는 계란가격 조사도 문제가 있다고 밝힌다. 계란은 왕·특·대·중·소란으로 구분해 판매되고, 생산량도 각 크기별로 20%씩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팩트체크2. AI 발생에 따른 살처분으로 계란 가격 폭등할 수 있나?


알 낳는 산란계 수 7550만 마리
10% 살처분하면 계란값 10%↑
현재 170만 마리 수준, 영향 미미

2020/21년(2020년 12월 1일~2021년 3월 11일) 고병원성 AI 확산 등으로 산란계 마릿수가 2020년 4분기 7258만 마리에서 2021년 4분기엔 6211만 마리로 14.4% 감소했고, 이 당시 계란 가격은 5629원에서 7612원으로 35.2% 상승했다. 2021/22년(2021년 12월 3일~2022년 4월 7일)은 고병원성 AI로 317만 마리가 살처분됐으나 산란노계 도태시기 지연 등으로 사육 마릿수는 218만 마리 감소에 그쳤으며, 이 기간 계란 가격은 AI 발생 이전보다 3.3% 상승한 6464원이었다.

현재 산란계 마릿수가 전년 대비 291만 마리 증가한 7550만 마리인 상황을 감안, 보간법(알고 있는 데이터 값들을 이용하여 모르는 값을 추정하는 방법)으로 계산할 경우 AI 발생으로 5.7%(430만 마리) 이하를 살처분하면 계란 가격은 12% 상승한 7530원이 나온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현재 6개월령 이상의 알을 낳을 수 있는 산란계는 지난해 대비 4.8% 증가했고 산란 노계 도태시기를 연장해 계란 생산량도 늘릴 수 있어, 10%(755만 마리)의 산란계를 살처분해도 계란 가격 상승은 10% 이하에 그친다. 12월 20일 현재 고병원성 AI로 인한 산란계 살처분 수량은 170만 마리로 AI 확산과 이로 인한 살처분이 계란 가격에 줄 영향은 미미하다는 분석이다.
 

#팩트체크3. 계란 가격 상승 주범은 생산자인가, 정부인가?


정부, 유통단계 늘려 원가 올리고
질 낮은 계란 수입 1000억 낭비 
생산자 이윤, 수익의 0~0.8% 뿐

현재 산란계 농가가 유통 상인 등에게 판매하는 계란 가격은 30개당 4440원으로 계란 1개에 148원에 불과하다. 통계청이 2021년 발표한 계란 1개의 생산원가 108원에 올해 물가 상승률 5%와 사료비 인상률 22.2%를 더하고, 생산 이후 선별·세척·포장·상차 등 10~20% 추가 비용을 합산하면 올해 계란 1개당 생산원가는 136~148원이다. 생산자들은 유류비 인상 등 추가 생산비가 더 들어 생산원가를 162원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통계청 통계를 적용해도 생산자는 계란 1개당 0~12원의 이윤을 남길 뿐이다. 수익 기준으론 0~8%에 불과하다.

반면 정부는 해외 어디에도 없는 계란 공판장을 도입해 유통 단계와 비용을 늘리고(개당 8원 상승), 부처별로 유사한 표시제(농식품부 이력제, 식약처 난가표시제)를 중복 추진해 생산원가(개당 1~2원)도 늘렸다. 여기에 질 낮은 계란을 수입, 10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낭비했다. 이를 종합해 볼 때 정부가 오히려 계란 가격 상승의 주범이라고 산란계업계는 주장한다.

 

#팩트체크4. 계란 가격을 안정시킬 방법은 없을까?


불필요한 규제 빼고 사룟값 보전
비축·가격안정제 도입 등 필요

산란계협회는 정부가 매년 연말·연초가 되면 ‘서민의 단백질 주요 공급원으로 민감도가 큰 계란이 명절이나 AI 발생으로 가격이 오를까’, ‘이로 인해 정부 지지율이 빠지지 않을까 노심초사만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런 걱정에 앞서 불필요한 규제를 줄이고, 수입계란을 들여오며 낭비되는 예산을 사룟값 등으로 보전해준다면 계란 가격은 안정화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또한 계란 가격이 쌀 때 비축해 가격이 높을 때 출하하거나, 일본 등이 시행하고 있는 ‘계란가격안정제’ 도입도 검토할 수 있다고 산란계업계는 제안하고 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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