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 기자] 

‘당근마켓’ 등으로 모인 사람들
문화 공유·자원봉사 이어나가

로컬푸드 매장 구매 식재료와  
직접 기른 채소 사용해 요리 
홀몸노인 등에 전달 보람 커
함께 살 수 있는 공간도 추진

어느 늦여름 주말 오후, 대구광역시 동구 불로동에 있는 마음나눔사회적협동조합(이하 마음나눔) 앞마당에서는 지역주민 10여명이 모여 프라이팬에 전을 부치고 있었다. 이날 모인 지역주민 10여명은 1인가구가 대부분으로, 마음나눔을 통해 알게 된 사이. 이들은 이렇게 만든 전과 반찬으로 함께 식사를 하고, 이웃 1인가구에 음식을 전해준다. 1인가구가 1인가구를 돌보는 셈이다. 

마음나눔은 2019년 11월 설립됐다. 7~8년 전부터 지역관광과 마을공동체에 관심이 있는 사람끼리 모여 활동을 해오다 혼자 계신 어르신들을 돌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실버트레블’ 프로그램을 만들어 마을 어르신들과 여행을 떠나고, 방문요양 서비스로 어르신 돌봄 활동을 펼친다. 여기에 마을공동체를 중심으로 독서와 음악 등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지역 내 다양한 세대가 어울려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사회복지사이자 마음나눔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준형 씨는 외할머니가 살던 집을 리모델링해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마음나눔 활동은 조금 특이하게 당근마켓을 통해 소문이 나기 시작했어요. 자원봉사자나 프로그램에 참여하러 온 분들을 닉네임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함께 모여 문화 프로그램도 열고, 자원봉사도 하다 보니 어르신들뿐만 아니라 마을 내 젊은 층도 1인가구가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자연스럽게 같이 모여 텃밭을 가꾸고 음식을 만들어 나누는 일로 이어졌습니다.”
 

마음나눔은 ‘로컬푸드를 활용한 사회적경제모델’ 확산사업을 통해 1인가구를 위한 먹거리 공동체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1인가구가 모여 텃밭에서 기른 채소와 로컬푸드 매장에서 구매한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고, 이를 주변에 있는 1인가구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보통은 사회복지기관을 통해 복지 서비스가 이뤄지잖아요. 함께 모여 음식을 만들어 나누는 일도 의미가 있지만, 무엇보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한번 돌아보자는 취지에서 사업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두세달이 지나면서 혼자 계신 어르신을 또 알게 됐다며, 반찬을 나누는 사례가 늘어나고, 활동에 참여하는 세대들도 다양해지고 있어 너무 반갑습니다.”

김준형 이사장의 말처럼 마음나눔이 사업을 진행할수록 40대와 50대 등 지역 내 다양한 연령층의 1인가구 참여가 늘어났다. 보통은 노인 1인가구를 중심으로 복지서비스가 제공되기 때문에 청년이나 중장년층 1인가구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는데, 이런 빈 자리가 메워지며 로컬푸드를 통해 새로운 마을 공동체가 형성돼 가는 중이다.

마음나눔 장지연 팀장은 “로컬푸드로 협동조합 활동이 더욱 풍성해지고 정체성을 찾아간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무엇보다 우리 삶의 행복을 위해서 우리가 믿고 먹을 수 있는 활동을 더 해보자는 얘기들이 나온다”고 말했다.
 

활동 참여자들도 뿌듯한 마음이 크다. 반찬 나눔에 참여한 구용회(68) 씨는 “주변에 독거노인도 많고, 경로당에도 필요로 해 자원봉사 차원에서 참여하고 있다”며 “주변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일에 큰 보람을 느끼기 때문에 이런 프로그램에 더 많은 사람이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김준형 이사장은 올해 로컬푸드로 1인가구가 서로 마음을 나누는 마을 공동체를 만들어 갔다면, 앞으로는 이들이 함께 모여 살 수 있는 공간도 만들어 볼 생각이다. 그는 “참여하는 사람이 늘면서 요구사항도 많아졌고, 공동주택을 만들어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며 “어떤 식으로 방향을 잡아 발전시켜 나갈지는 이제 남은 몫으로, 고민을 해 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관태 기자 kimkt@agrinet.co.kr

<공동기획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