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김경욱 기자] 

 

폭우 피해 복구와 이른 추석 준비 등으로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축산 농가들은 정부의 반 축산 정책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고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서울로 상경할 수밖에 없었다. 서울역에 집결한 6000여 명의 축산 농가들은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까지 행진하며 축산물 무관세와 사룟값 무대책 등 축산업을 홀대하는 윤석열 정부를 강하게 규탄했다. 김흥진 기자
폭우 피해 복구와 이른 추석 준비 등으로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축산 농가들은 정부의 반 축산 정책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고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서울로 상경할 수밖에 없었다. 서울역에 집결한 6000여 명의 축산 농가들은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까지 행진하며 축산물 무관세와 사룟값 무대책 등 축산업을 홀대하는 윤석열 정부를 강하게 규탄했다. 김흥진 기자

4대 수입축산물 무관세 시행
사료가격 급등에도 대책 뒷전
군납 경쟁입찰 추진 등
‘반축산 정책’ 농가 생존권 위협

“무관세 이후 수입산 가격 더 올라”
축산홀대 정부 오판 정면 비판
대통령실에 요구안 전달 
관철될 때까지 대정부 투쟁 결의

살아 있을 권리이자 인간의 기본적인 자연권인 ‘생존권’. 유례없는 4대 수입 축산물(소·돼지·닭고기·분유) 무관세 시행, 치솟는 사룟값 무대책, 군납 경쟁 입찰 추진, 대체식품 육성 등 정부가 추진하는 무자비한 ‘반 축산’ 정책을 규탄하기 위해 이날 축산 농가들은 서울역에 집결했다. 여러 악재들이 축산 농가를 에워싸고 있지만, 어찌 보면 이들이 이날 상경한 이유는 간단명료했다. ‘8·11 축산 생존권 사수 총궐기대회’란 대회명에도 담겨 있듯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마땅히 누릴 권리인 ‘생존권’을 보장받기 위해서였다. 이 당연한 권리를 되찾기 위해 축산 농가들은 폭우 피해 복구와 이른 추석 준비 등 어느 때보다 바쁜 일상에서도 일손을 잠시 내려놓고 서울로 무거운 발걸음을 내디뎌야만 했다. 

“밥상 물가 잡겠다는 정부가 수입 잔치만 벌이며 우리 축산 농가만 때려잡고 있습니다. 7월 21일 소·돼지·닭고기·분유라는 초유의 4대 수입 축산물 무관세 조치 이후 한우 평균 도매가격은 8% 하락했고, 다른 축산물 도매가격도 대폭 하락하고 있습니다. 반면 수입 축산물 가격은 오히려 4% 상승했습니다. 돈만 되면 외국에서 수입산이 무조건 들어올 것 같지만 이는 정부의 명백한 오판입니다. 지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중국의 무역 패권 전쟁 등으로 우리는 식량 안보 전쟁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FTA와 WTO, RCEP 등 희생만 강요당했습니다. 어느 나라 어느 정부가 국민의 중요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축산 농가를 이렇게 무시하고 홀대합니까. 정부가 축산업을 이토록 홀대한다면 이 나라 미래는 없습니다.”

전국한우협회장인 김삼주 축산생존권사수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무관세로 수입산 축산물이 들어온 이후의 결과를 밝히며 할당관세 문제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축산 농가 생존권을 짓밟는 정부의 반 축산 정책을 강하게 성토했다. 

비통함이 담긴 김삼주 비대위원장의 대회사에 이어 주요 축산단체 대표들도 연단에 올라 전국 축산 농가들을 대변하며 ‘생존권 사수’를 외쳤다.

정부의 일방적인 낙농제도 개편에 반발해 170여일 째 여의도 아스팔트 위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이승호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한국낙농육우협회장)은 “축산 농가들은 폭등한 사룟값 등 생산비 상승을 감내하고 있는데, 사룟값 대책은 뒷전이고 무관세 수입 확대와 수입축산물 군납으로 축산물 수입업자를 위한 정책만 펴고 있다. 이러다 고기, 우유, 계란 전부 다 수입산으로 도배될 판이다. 이는 축산업 말살 정책은 물론 식량 주권 포기 선언”이라고 정부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8대 방역시설 강제 등 각종 규제 정책으로 1월 초 대규모 집회를 단행한 손세희 대한한돈협회장도 “축산 농가들이 말도 안 되고 깊이도 없는 규제 정책으로 가슴이 멍들어 지난겨울 엄동설한에 차디찬 아스팔트 위에서 삭발식을 해야 했다. 그런데 이제는 물가 잡겠다는 미명하에 축산 농가를 사지로 몰고 있다. 대통령은 최근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을 섬기고 취약층을 돌보겠다고 했는데, 약자가 된지 이미 오래된 농민은 무시하고 대기업과 수입업자 배만 부르게 하는 게 대통령의 약속이고 초심인 것이냐”고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에 되물었다. 

정부 주도의 수급 조절 행위를 가격담합으로 몰아 업계 전체가 패닉 상태에 놓여 있는 가금업계에서도 울분을 토해냈다.

이홍재 대한양계협회장은 “대한민국 정부는 축산업이 어떻게 되든 전혀 관심이 없이 축산 농가 가슴에 대못을 박고 있다. 이 땅의 축산업을 지키고 축산 농가 생존권을 되찾기 위해 오늘 집회를 기점으로 모든 축산업계가 대동단결해 대정부 투쟁에 나서자”고 제안했다. 

김상근 한국육계협회장도 “수십 년간 우리 축산 농가는 엄청난 노력으로 선진 축산업이란 성과를 이뤘는데 그동안 정부는 뭘 했나. 왜 정부는 물가 잡는다고 제일 먼저 건드리는 게 축산인인가. 축산인이 그렇게 만만하고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가”라고 절규했다. 

축산 농가들은 집회 이후에도 무관세 철폐와 사룟값 대책 등 그들의 목소리가 관철될 때까지 대정부 투쟁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축산 농가들은 집회 이후에도 무관세 철폐와 사룟값 대책 등 그들의 목소리가 관철될 때까지 대정부 투쟁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주요 축산 단체장들의 규탄 발언과 결의문 낭독에 이어 6000여명의 농민들은 집회 장소인 서울역에서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 삼각지역 앞까지 행진했다. 행진 직후 전국 축산 농가들은 그들의 목소리가 담긴 ‘우리의 요구’를 대통령실에 전달하며 이날 집회를 마무리 지었다. 이날 총궐기대회는 마무리됐지만 이들은 이날 집회를 시발점으로 그들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그래서 그들의 생존권이 제대로 보장받을 때까지 대정부 투쟁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이현우·김경욱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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