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4개 축종 수입 축산물의 무관세 결정에 축산농가 원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 소속 주요 축산단체장들이 11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의 축산물 정책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연말까지 진행되는 4개 축종 수입 축산물의 무관세 결정에 축산농가 원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 소속 주요 축산단체장들이 11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의 축산물 정책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국내 수급이 안정화되고 있다’(닭고기수급조절 회의 결과)면서 수입산을 대거 들여오려는 정부를 축산 농가는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까. ‘축산물 가격을 낮추려는 농가 외면책’(도매시장 도축장 수수료 지원)을 농가 지원책으로 포장한 정부 정책을 축산 농가는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지난해 들여와 결국 올 초 폐기 처리된 수입계란 사태에 대한 반성 없이 4개 축종의 축산물을 단번에 무관세로 전환한 정부. 축산 농가들은 이 정부가 무관세를 발표하며 함께 내놓은 여러 축산 정책에 대한 문제도 조목조목 지적하며, 정녕 ‘농가를 위한 대책’인지 되묻고 있다.
 

‘국내 수급 안정화’라더니초복 앞두고 ‘수입산 무관세’ 추진

수입산 소·돼지·닭고기·분유에 대한 무관세 결정이 나온 지난 8일, 육계 농가와 닭고기 업체 종사자들은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무관세 발표 이틀 전인 6일 정부는 제1차 닭고기 수급조절협의회를 개최, 닭고기 수급이 안정화되고 있다고 알렸다. 당시 농림축산식품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7~9월 월별 도축마릿수가 평년 대비 각각 3.1%, 1.5%, 4.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 농식품부는 협의회에 참석한 하림, 동우팜투테이블, 마니커, 체리부로, 사조원 등 닭고기 생산 주요 계열업체 관계자들이 얘기한, “7월부터 병아리 입식 물량을 당초 계획보다 2~3% 수준 늘리고, 향후 장마철 집중호우, 폭염 등으로 생산성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농가 지도에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는 발언도 친절히 인용해 전했다. 

육계 농가와 관련 업체들은 수급 안정 발표 이틀 후이자 닭고기 최대 소비 성수기인 초복을 일주일가량 앞둔 8일, 무관세로 수입산 닭고기를 대거 들여오겠다는 정부 발표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받아 산업이 진퇴양난에 빠진 상황에 무관세 수입산 닭고기와의 경쟁까지 앞두고 있는 육계업계의 정부에 대한 원망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김상근 한국육계협회장은 11일 ‘수입축산물 무관세! 축산업 포기! 정부 규탄 기자회견’에서 “우리 닭고기업계는 정부 승인을 받고 시행한 수급조절 사업이 담합이라며 공정위에서 20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받아 지금 아사 직전에 있다”며 “그래도 우리는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육계농가와 계열업체가 협력해 생산비를 단돈 1원이라도 낮추려고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는데, 정부는 수입을 일삼으며 우리 육계인들이 죽는 건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한 달 전 이미 할당관세 결정이 내려진 양돈농가들도 이 같은 경험을 했다. 당시 정부는 돼지고기 수급과 가격이 안정화되고 있다는 점을 알리면서, 한편으론 5만톤의 수입산 돼지고기를 즉시 수입키로 했다. 이후 정부는 가공·유통업체에 수입산을 쓰라고 독려하며, 추가 물량 검토 등 수입산 확대 방침도 이어가 생산비 상승과 시설규제 강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양돈 농가를 분노케 했다. 
 

축산단체장들은 이번에 4개 축종에 내려진 정부의 무관세 결정에 대해 해당 산업에 대한 사망선고로 규정하며 기자회견장에서 애도의 시간을 가졌다.
축산단체장들은 연말까지  4개 축종에 내려진 정부의 수입산 무관세 결정에 대해 해당 산업에 대한 사망선고로 규정하며 기자회견장에서 애도의 시간을 가졌다.

 

도축수수료 지원안, 도매시장 출하량 늘려 경락가 하락 이끌수도

정부가 농가 지원책으로 추진하는 축산 정책에 대해서도 농가들은 오로지 축산물 가격만을 잡기 위한 농가 외면책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수입산 축산물 무관세를 발표한 8일 당일 아침, 농식품부는 축산 농가 비용 부담 완화라는 명목으로 도축수수료 지원안을 내놨다. 우선 7월 중순부터 도매시장에 상장되는 돼지에 대해 마리당 2만원 씩 도축수수료를 지원하고, 추석 성수기엔 모든 한우 암소와 돼지(등외 제외)에 도축수수료를 추가로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양돈업계에선 자칫 농가 지원으로 볼 수 있는 이 정책은 거꾸로 농가를 죽이는 정책이라고 계속해서 주장해왔다. 대한한돈협회에 따르면 현재 도매시장에서 경락되는 돼지는 국내 전체 출하물량 대비 5% 미만 수준이다. 즉 도축수수료 지원으로 도매시장으로 물량이 몰리면, 도매가격이 내려가고 결국 대표가격 하락으로 전체 돼지고기 가격 하락을 유도하는 꼼수, 다시 말해 농가를 죽이는 정책이란 것이다. 

대한한돈협회는 8일 성명을 내고 “현재 도매시장에 경락되는 돼지는 일 전체 출하물량 대비 5% 미만으로 도매시장 출하물량이 조금만 확대해도 곧 경락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대책은 도매시장 수수료 지원을 통해 인위적인 공급 확대를 도모해 돼지가격 하락을 유도하는 꼼수”라며 “결국 도매시장 도축수수료 지원은 한돈 농가에 피해만 입히는 인위적인 시장 개입이자 기만정책으로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수입산 소·돼지·닭고기 무관세 결정과 함께 나온 계란 분야의 공판장 활성화도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 정책이란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공판장 상장수수료와 공동선별비를 지원해 산란계 농가의 공판장 출하와 계란 유통 상인의 참여를 유도하겠다고 했지만, 산지에선 공판장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부터 먼저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기도 남부권의 한 산란계 농가는 “계란 분야는 수입산이 폐기한 전적까지 있으니 이번에 무관세에 포함되지 않고 공판장 활성화를 내세운 것 같은데 공판 기능을 제대로 작동토록 하는 게 먼저다. 전국에 공판장이 두 개밖에 없고 현재 계란은 유통인들이 농장까지 와서 계란을 다 싣고 가는데 누가 공판장으로 출하를 하겠느냐”며 “전국 거점별 공판장을 활성화시키고 농가가 공판장으로 왜 출하해야 하는지, 그리고 지금 왜 못하는지를 살펴보는 게 먼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북 북부권의 한 농가도 “지금 공판장이 있는 두 곳은 철새 주 이동경로로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우려 지역이다. 경상권이나 강원권에서 그곳으로 출하할 수 있겠느냐”며 “왜 농가가 공판장에 출하할 수 없는 여건인지를 파악해야지, 무조건 계란 문제 나오면 공판장 활성화하겠다는 똑같은 식의 답변만 내놓으니 답답함이 크다”고 밝혔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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