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우산업 <3> 후계인력이 없다

[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한우 농가들도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어 후계인력 육성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막대한 축사 설치비용에 대한 부담과 높은 진입장벽 등으로 선뜻 한우 사육에 나서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우 농가들도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어 후계인력 육성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막대한 축사 설치비용에 대한 부담과 높은 진입장벽 등으로 선뜻 한우 사육에 나서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대한민국. 축산 농가들도 예외가 아니다. 10명 중 4명 이상이 65세 이상이다. 한우 농가들도 마찬가지. 하지만 한우 사육을 이어줄 후계농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정부가 한쪽에서는 재정 지원을 통해 청년 후계농을 육성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신규 진입을 막는 장벽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우업계에서는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되면 한우 사육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가속화되고 있는 고령화

2020년 한우농가 5만7000가구
10년 사이 1/3로 크게 감소
10명 중 4명이 65세 이상으로
고령화 가속사육기반 불안

통계청의 2020 농림어업총조사에 따르면 2020년 한우 농가 숫자는 약 5만7000가구다. 2015년 7만4000가구에서 22.9% 감소했다. 2010년 15만7000가구와 비교하면 10년 사이 약 1/3 정도로 줄어들었다.

이처럼 한우 농가들의 숫자는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지만 경영주들의 고령화는 가속화되고 있다. 실제 축산 농가인 경영주들의 연령별 분포를 살펴보면 60~69세 41.4%, 70세 이상 21.6%로, 60세 이상 비율이 63.0%(통계청·2020년 기준)에 달한다. 50.5%(60~69세 34.5%, 70세 이상 16.0%)였던 2015년 보다 60세 이상 비율이 10% 이상 늘었다.

통계청이 2020년 12월 발표한 ‘통계로 본 축산업 구조 변화’에 따르면 축산 농가 경영주의 고령화율(65세 이상)은 2005년 25.2%에서 2019년 43.6%로 18.4%p 증가했다.

이처럼 한우 농가 숫자 감소와 농가들의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우 농가들이 후계농을 찾지 못할 경우 한우 사육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우업계 관계자는 “한우 농가들 중에 후계농을 찾지 못해 폐업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우 농가들의 숫자가 줄어드는 이유 중 하나”라며 “지난 10년 동안 한우 농가 숫자가 급격하게 감소한 점을 감안하면 지금처럼 후계인력 확보가 어려울 경우 한우산업 기반은 더욱 위태로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우 사육, 각종 장벽에 막히다

막대한 축사 설치비용 부담
가축사육제한거리 설정 후
축사 거래가격 천정부지
가업 잇지 않는한 진입 불가

주민 반대에 축사 못지어
청년후계농 정부 지원 받아도
축사 건축허가 안나 무용지물 

하지만 신규 인력들이 한우 사육에 뛰어들기까지 첩첩산중이다. 축사 설치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은 신규 인력 진입을 막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축사 허가를 받는 것도 쉽지 않다.

충남 예산에서 한우를 사육하고 있는 A씨는 “700평 규모의 축사 허가를 받은 땅의 가격이 5~6억 원이었지만 지자체에서 가축사육제한거리를 설정한 이후 축사 거래가격이 뛰고 있다. 지금은 9억 원을 줘도 구하기 어렵다. 불과 3년 만에 3억 원 넘게 폭등했다”고 강조했다.

또 “땅값은 평당 8만 원이지만 축사 허가를 받은 땅은 20만 원이 넘는다. 비싸서 사기도 어렵지만 땅 주인은 더 높은 값을 받기 위해 내놓지도 않아서 구하는 것도 어렵다”며 “ 땅을 구해도 축사 건립에 필요한 자재, 축사 운영에 필요한 장비 등을 구입비용도 상당히 부담스럽다. 부모님의 축사를 물려받지 않는 이상 신규 진입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충북 제천에서 40여두의 한우를 사육하고 있는 청년농, B씨는 또 다른 장벽에 막혀 있다. 소규모 농가인 그는 안정적인 소득 확보 등을 위해 미리 확보한 부지에 축사 증축을 추진했다. 하지만 주민 반대라는 벽에 부딪치면서 난항에 빠졌다.

B씨는 “앞으로 한우 가격 하락 등 변수에 대비하고 동물복지 사육 등을 위해 증축을 결정했다. 현재 축사 200평과 증축 축사 150평을 합하면 최대 90~100두 정도 사육할 수 있다”며 “행정절차를 무리 없이 추진했지만 일부 주민(90여명)들이 증축 반대에 서명해 시에 제출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그래서 찬성 입장을 표명한 120여명의 주민동의서를 제출하자 시에서는 반대 민원이 있는 만큼 주민자치위원회를 개최했다”고 설명했다.

주민자치위원회에서는 12명의 위원들이 전원 반대 의견을 내면서 증축 허가가 불허됐다. B씨는 “증축 허가에 대해 한우는 물론 축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신 분들이 심의했다. 대부분의 위원은 반대 표시만 했을 뿐 의견을 내지 않았다. 그냥 시의 방침을 따른 것이 아닌가 싶다”고 주장했다.

청년농들이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정부가 한우를 포함해 농업 분야의 진입을 활성화하기 위해 청년 창업농 육성에 대한 재정 지원을 진행하고 있는 반면 신규 진입을 막는 높은 장벽이 공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B씨의 경우 청년후계농 지원 대상에 선정된 바 있다. 청년후계농은 영농초기 소득이 불안정한 청년후계농에게 영농정착지원금을 지급하고 유능한 인재의 농업분야 진출을 촉진해 농업인력 구조개선을 하기 위한 사업이다. 사업 대상자에 선정되면 최장 3년까지, 매월 1년차 100만원, 2년차 90만원, 3년차 80만원을 지원 받는다.

B씨는 “영농정착지원을 명목으로 매월 지원금을 받고 있고 후계농 대출 대상자로 선정되면 최대 3억 원까지 받을 수 있다”며 “하지만 불허 조치로 인해 모든 것이 멈췄다. 청년 일자리 정책의 일환으로 청년후계농 지원을 하면서 축사 허가는 막는 모순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축사 허가를 받지 못한 또 다른 청년농, C씨도 “자금력이 부족한 청년들은 축산분야로 신규 진입하는 것이 쉽지 않다. 소를 잘 키우고 싶어서 농촌에 왔지만 예측하지 못한 벽에 부딪치면서 난감하다. 다른 직업을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하소연했다.

한우업계에서는 신규 진입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모순된 제도를 개선하는 등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한우업계 관계자는 “축사 허가 등에 개입하는 주민자치위원 중 축산분야 전문가를 찾기 어렵다. 그래서 지자체의 뜻대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다양한 분야의 관계자들이 주민자치위원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한우를 비롯한 축산업에 대한 규제 강화로 신규 건축 허가가 나오지 않으면서 축사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축사 신축에 대한 규제도 강화되면서 신규로 진입하기엔 비용이 상당히 소요된다”며 “결국 정부와 지자체가 청년 후계농들에게 축사를 건립할 수 있는 부지를 제공하는 등 후계 축산농 육성을 위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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