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우산업 <1> 이중고에 몰린 한우농가

[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지난 2년 동안 호황을 누렸던 한우산업이 위기에 직면했다. 사육 마릿수 증가 등으로 한우 가격은 하락세를 보이는 반면 각종 생산비 증가로 농가들의 경영은 악화일로에 있다. 여기에 국내 대기업들과 축산물 수입업체들도 호시탐탐 한우 시장 침투를 노리고 있다. 이에 본보는 3회에 걸친 기획을 통해 위기에 직면한 한우산업을 진단하고 한우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모색한다.

한우 가격 하락 국면 돌입

‘고공행진’ 한우 가격 한 풀 꺾여
설 특수에도 kg당 2만원 못미쳐 

가임암소·송아지 수 모두 늘어
내년 사육 마리 ‘역대 최대’ 예고

출하 대기량 많고, 일상회복 등
가격 하락폭 확대될 가능성 

“출하 대기 물량이 많아 도매가격은 점진적인 하락세가 예상되며 일상회복에 따른 축산물 수요가 감소할 경우 가격 하락폭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축산관측 중 한육우 3월호에 담은 내용이다. 한우 공급물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가격이 하락할 수 있는 만큼 농가들의 추가 입식 자제, 저능력 암소 도태 등을 전달한 것이다.

실제 한우 가격은 하락세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1월 2만403원으로 시작한 월 평균 한우가격은 2월 2만421원, 3월 2만427원, 4월 2만926원, 5월 2만1247원, 6월 2만1737원, 7월 2만1199원, 8월 2만1794원, 9월 2만2620원, 10월 2만1224원, 11월 2만1224원, 12월 2만639원을 기록했다. 1년 내내 2만 원 이상 가격을 유지했다. 코로나19로 반사이익을 얻은 결과다.

하지만 고공행진 했던 한우 가격은 올해 들어 한 풀 꺾였다. 설 명절 특수가 있는 1월에도 평균가격이 2만원을 넘지 못했다. 1월 가격은 1만9972원. 2월 평균가격은 1월 보다 2.8% 하락한 1만9401원으로 집계됐고 3월에도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최근 10일(3월 11~20일) 가격은 1만9158원을 기록하고 있다.

한우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농가들의 사육 의향도 조금씩 감소하고 있다. 이는 송아지 가격 변화에서 확인할 수 있다.

농협 한우 월간 리포트 3월호에 따르면 지난해 4월 414만 원이었던 송아지 가격은 5월 428만 원, 6월 442만 원, 7월 437만 원, 8월 421만 원, 9월 434만 원, 10월 420만 원 등 400만 원 이상에서 형성됐다. 하지만 11월 397만 원으로 400만 원선이 무너진 이후 12월 378만 원, 올 1월 335만 원, 2월 325만 원 등 하향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기간 중 송아지 가격이 가장 높았던 6월 대비 올 2월 가격은 약 120만 원 급락했다.

한우 가격 하락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사육 마릿수와 도축 마릿수 증가다. 농경연 축산관측에 따르면 3월 한우 사육 마릿수는 전년대비 5.7% 늘어난 338만8000마리다. 가임암소와 1세 미만 송아지가 모두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와 비교해 가임암소는 6.0% 증가한 161만7000마리, 1세 미만 한우는 4.3% 늘어난 101만2000마리로 집계됐다.

한우 사육 마릿수는 2023년 360만9000마리로 역대 최대치를 갱신할 전망이다. 이에 따른 도축 마릿수는 2022년 85만4000마리, 2023년 93만6000마리, 2024년 101만8000마리로 급증할 전망이다. 2024년 도축 마릿수는 과거 불황기였던 2011년(71만8300마리)·2012년(84만2900마리)·2013년(95만9800마리) 숫자를 뛰어넘는다.

결국 한우 도매가격은 지금보다 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농경연은 올해 가격의 경우 연말로 갈수록 하락세가 더욱 가속화 할 것으로 내다봤고 2023년 1만7500~1만8500원, 2024~2025년 1만6000원대(2022 농업전망)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농협 축산지원부는 한우 월간 리포트 3월호에서 “올해 한우 산업은 2011년과 2012년 한우 파동 시와 유사한 단계를 보이고 있다. 향후 2~3년 후인 2023년과 2024년 한우산업의 침체기와 수급 불균형상태가 우려된다”고 예측했다.
 

치솟는 생산비, 농가 경영 위기 봉착

배합사료 가격 크게 오르고
곡물가격 상승, 추가 인상 예고
조사료 가격도 최근 급등세

“지금 한우 가격 1만9000원대
겨우 생산비 맞춰, 순손실 우려”

배합사료와 조사료 등을 포함한 사료비는 송아지 생산비의 46.1%(2020년·통계청), 비육우 생산비의 35.1%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다. 그런데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국제곡물가격 상승으로 배합사료와 조사료 가격이 급등하는 등 생산비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한우 월간 리포트 3월호에 따르면 ㎏당 배합사료 가격은 2017년 380원에서 2018년 378원, 2019년 392원, 2020년 412원, 2021년 462원으로 크게 올랐다. 올해도 사료업체들은 이미 평균 50원 정도 사료 가격을 인상했고 곡물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추가 인상도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국내외에서 생산하는 조사료 가격도 급등했다. 수입 조사료인 티모시 가격은 지난해 12월 438.5달러에서 올 1월 525달러로 한 달 만에 19.7% 상승했다. 라이그라스도 247.3달러에서 29.3% 오른 319.7달러에 거래되고 있고 페스큐 가격은 291.4달러에서 344.1달러로 올랐다.

수입 조사료 가격이 오르자 국내산 조사료 가격도 동반 상승했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이탈리안 라이그라스의 ㎏당 가격은 2020년 143원에서 2021년 162원으로 약 20원 올랐고 올 2월 가격은 2021년 평균가격대비 19.7% 급등한 194원으로 산출됐다. 생볏짚 가격도 2020년 142원, 2021년 149원 수준이었지만 올 2월 가격은 173원으로 상승했다.

이처럼 한우 가격 하락과 생산비 상승이 맞물리면서 한우 농가들은 소득 감소폭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송아지 생산비는 351만2000원이다. 2020년 송아지 거래가격이 429만 원(수송아지 6~7개월령·농협 축산정보센터)이었던 만큼 한우 번식 농가들은 마리당 51만8000원(통계청)의 순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지난해에도 사료가격이 두 차례 오르는 등 생산비가 올랐지만 송아지 가격이 2020년 보다 높은 455만 원(수송아지)에서 거래되면서 어느 정도 소득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송아지가 320만 원대에서 거래되고 있고 사료가격이 또다시 오르면서 번식 농가들은 송아지를 팔아도 남지 않는다고 호소한다. 이 같은 상황은 비육 농가들도 마찬가지. 2020년 비육우 마리당 순수익은 5만8000원(통계청)이었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진 생산비 상승과 올해 한우 가격 하락으로 농가 경영은 순수익에서 순손실로 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경기 남양주의 한우농가는 “지금 우사에 있는 소는 비쌀 때 입식한 송아지들이 자란 것이다. 이 소를 키우는 비용이 사료비 400만 원대를 포함하면 800만 원대에 이른다. 한우 가격을 2만 원으로 계산하면 860만 원(430㎏ 기준) 정도다. 2만 원이어도 소득이 크게 줄어드는 상황인데 지금은 1만9000원대다. 겨우 생산비를 맞추는 수준으로 남는 게 없다”고 설명했다.

충북 청주의 또 다른 농가도 “생산비가 많이 올랐기 때문에 한우 가격이 2만 원 수준에선 형성해야 먹고 살 수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농가들의 수익이 더 떨어질 것 같아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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