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우산업 <2> 한우시장 넘보는 수입 쇠고기와 기업

[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50만4832톤. 2021년 한국에 들어온 쇠고기 수입물량이다. 쇠고기 수출국들은 올해도 이미 냉장 쇠고기를 앞세워 국내 시장 점유 확대에 나서고 있다. 국내 축산기업들도 한우 사육업 진출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기업들이 사육하는 한우 마릿수는 2017년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될 만큼 닭고기와 돼지고기처럼 한우 계열화를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이다. 수입 쇠고기 물량 확대와 기업들의 한우 사육업 진출은 쇠고기 자급률 하락과 한우 가격 추락 등으로 이어져 결국 농가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내 쇠고기 시장 노리는 수입육

지난해 수입량 50만톤 넘어
국내 쇠고기 자급률 하락
2020년 37.2→2021년 35.7%로

미국·호주산이 90% 이상 차지
2026년 미국산 관세 철폐
호주산은 2030년 관세 ‘0’

스테이크·밀키트 소비 확산에
소비자 냉장육 선호 ‘위협요소’

쇠고기 수입량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실제 쇠고기 수입량(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식품수출정보)은 2012년 29만8786톤, 2013년 30만636톤, 2014년 31만5013톤, 2015년 33만1305톤, 2016년 40만3165톤, 2017년 41만4090톤, 2018년 45만3820톤, 2019년 48만776톤, 2020년 48만1780톤, 2021년 50만4832톤이다. 지난해엔 사상 첫 50만 톤을 돌파했다.

국가별로 미국과 호주가 각각 25만9031톤(51.31%·2021년), 19만7280톤(39.08%)으로, 두 국가의 물량이 수입 쇠고기 시장 점유율 90%를 넘었다 뉴질랜드(2만5092톤)와 캐나다(9920톤), 멕시코(8271톤)가 뒤를 이었다.

쇠고기 수입량 증가는 국내산 쇠고기 자급률 하락으로 이어졌다. 전국한우협회 한우정책연구소가 2월 7일 발간한 주간한우정보에 따르면 쇠고기 자급률은 2020년 37.2%에서 2021년 35.7%로 하락했다.

이처럼 쇠고기 수입량이 늘어난 이유는 다양하다. 가장 큰 이유는 가격 경쟁력이다. 2021년을 기준으로 ㎏당 수입산 쇠고기 가격은 7.53달러. 원화로 환산하면 9224원(수입가격 기준, 환율 1225원 적용)이다. ㎏당 1만9000~2만원 수준인 한우 가격의 절반 수준이다. 미국·호주 등 쇠고기 주요 수입국이 대량 생산으로 생산원가를 낮춘 것도 있지만 FTA 체결로 관세가 서서히 줄어들면서 수입 쇠고기의 가격 경쟁력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2021년 기준 51.3%로 국내 쇠고기 수입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는 한·미 FTA 체결 이후 매년 관세가 줄어들면서 지난해 13% 관세가 적용됐다. 미국산 쇠고기 관세는 2026년 완전 철폐된다. 시장점유율 2위(39%)인 호주산 쇠고기의 2021년 관세율도 18.6%로 2030년 관세가 0이 된다.

여기에 코로나19와 소득 향상 등도 쇠고기 수입량 증가를 견인하고 있다. 주간한우정보에 따르면 소득 향상으로 소고기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고 스테이크 같은 구이용 문화가 주목을 받으면서 쇠고기 수입량이 늘고 있다. 실제 구이용으로 사용하는 안심 수입량은 988톤(냉장·2021년)으로, 전년대비 87.4% 증가했다. 냉장 채끝·등심 수입량도 각각 64.8%, 23.2% 늘었다.

또 코로나19 이후 집밥 수요가 증가하면서 밀키트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증가한 부분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같은 소비 형태에 발맞춰 대형마트와 편의점,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는 소고기를 포함한 밀키트 상품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문제는 쇠고기 수출국들이 한국을 겨냥해 냉장육 비중을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쇠고기 수입량 대비 냉장비율은 2012년 14.1%에 불과했지만 2021년 24.4%로, 10% 이상 급등했다. A쇠고기 수입업체 관계자는 “소득이 오르고 입맛이 고급화되면서 냉장육 선호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높은 한우 가격 부담 등으로 수입육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쇠고기 수입량이 증가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황명철 한우정책연구소 부소장은 “더 이상 국내산 쇠고기 자급률 하락을 허용한다면 한우고기의 설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며 “품질 및 안전성 제고 등과 함께 생산기반을 유지하고 농가 경영 안정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을 마련해 대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우 사육에 나서는 비농업인들
축산기업, 사육업에 군침‘한우 계열화’ 준비 야금야금

비농업인 13만 마리 한우 위탁
사육마릿수의 4% 그치지만
사육규모 점차 커져 우려 고조

대기업이 사육까지 손 뻗으면
농가 교섭력 약화 불보듯
일반농가 경영·가격에도 악영향

한우가격 하락세 틈타 진출 우려
기업 사육 제한 목소리 고조

한우업계에서는 기업과 농·축협, 한우조합 등 비농업인들이 약 13만 마리의 한우를 위탁 등의 형태로 사육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우 사육 마릿수(338만 마리) 대비 4%에도 미치지 않는 마릿수이지만 한우농가들은 이들의 사육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가 2017년 실시한 ‘대기업 한우산업 진출 현황 조사 및 대응방안 수립 연구’에 따르면 2017년 당시 비농업인들의 사육규모는 약 7만 여두였다. 하지만 최근 그 규모는 13만 마리로, 두 배 가까이 늘었고 비농업인들의 사육마릿수 증가율(85%)은 총 사육마릿수 증가율(34.6%) 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출자 또는 위탁 형태로 한우를 사육하는 기업 30~40곳이 130여 곳의 농장을 소유해 6만여 두의 한우를 사육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 A사는 전국에 70여곳의 농장에서 3만여 두의 소를 키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의 사육업 진출은 각종 투입재의 구매비용을 낮추고 거래교섭력 확대, 유통비 절감, 거래비용 감소 등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문제는 농가들의 교섭력 약화는 물론 일반 농가의 경영과 축산물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기업 한우산업 진출 현황 조사 및 대응방안 수립 연구’에서는 전체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육계계열화사업을 예로 들었다. 이들은 육계계열화업체들이 축사 현대화와 농가 사육기술 수준, 계열주체와 분쟁이력 등을 고려해 사육농가와 계약을 선별적으로 체결하면서 농가 교섭력이 상대적으로 약해지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시장점유율이 높은 육계업체들이 적정 숫자 이상의 원종계를 도입, 공급량을 증가시키면 시장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계열농가들 보다 생산비가 높은 일반 사육농가들은 경영 손실이 불가피하다. 즉, 높은 생산비를 지출한 개별 농가 중 중소 농가와 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기업 자본에 편입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결국 장기적으로 대기업 중심의 독점과 소수의 기업 중심으로 귀속될 수 있다.

특히 한우 가격 하락이 시작된 올해를 기점으로 기업들의 한우 사육업 진출을 가속화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한우업계 관계자는 “사육규모를 늘린 농가들 입장에선 최근 사료가격 폭등과 한우가격 하향세라는 악재로 경영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며 “한우 가격이 하향 조정되고 있는 지금 시기에 기업들이 농가들에게 위탁 사육을 제안하면 이를 수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한우농가들은 기업의 한우 사육을 제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삼주 전국한우협회 회장은 “기업축산의 점유율이 15% 이상이면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고 30%를 넘으면 가격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결국 농가들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며 “농가들은 생산에 전념하고 기업은 가공·유통·판매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즉, 한우 농가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기업들의 한우산업 진출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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