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업인 육성법 20년, 어디까지 왔나 <3> 농촌형 성평등 전문인력 육성

[한국농어민신문 주현주 기자]

농식품부는 지난해 처음으로 ‘농촌형 성평등교육 전문강사 양성과정’을 추진했다. 사진은 지난 5월 강원미래농업교육원에서 농촌형 성평등 교육을 하는 모습.
농식품부는 지난해 처음으로 ‘농촌형 성평등교육 전문강사 양성과정’을 추진했다. 사진은 지난 5월 강원미래농업교육원에서 농촌형 성평등 교육을 하는 모습.

제5차 여성농업인육성 기본계획(2021~2025년)의 핵심화두는 ‘양성평등’이다. ‘성평등을 통한 여성농업인의 행복한 삶터, 일터·쉼터, 구현’을 비전으로 4대 전략 중 첫 번째 과제가 ‘양성이 평등한 농업·농촌구현’이다. 1~4차 기본계획에서는 여성농업인의 △직업적 지위와 권리향상 △경영능력 역량강화 등이 중점 과제였다면, 5차부터는 ‘양성평등’을 핵심 목표로 여성농업인을 위한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목소리다. 이에 민·관을 대상으로 성평등 인식개선 교육과 문화 확산을 위한 정책을 살펴보고, 실제 현장에서 적용되고 있는 사례를 알아봤다.

농식품부, 양평원과 손잡고
지난해 첫 교육과정 진행
교재 ‘농촌형’으로 특화 개발
2025년 70명까지 증원 계획 

 ▲농촌형 성평등 전문강사 양성 =양성평등 교육을 통해 농촌사회 성평등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여성농업인들로부터 제기됐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과 함께 지난해 처음으로 ‘농촌특화형 성평등교육 전문강사 양성과정’을 추진했다. 농촌형 성평등 전문강사를 육성해 농업기술센터, 여성농업인센터, 여성농업인단체, 농협, 마을 회관 등에서 이뤄지는 각종 영농 교육에 성평등 강사를 파견하고, 전문강사를 통해 양성평등 교육을 하도록 하는 사업이다.

농식품부와 양평원은 지난해 40명의 교육생을 대상으로 교육과정을 진행, 농촌형 성평등 전문강사 1기 21명을 양성했다. 농업·농촌 분야 종사자 중 성평등 교육에 관심 있는 자면 누구나 전문강사 과정에 참여할 수 있으며, 위촉된 이후 1년 간 강의활동을 하게 된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1기 농촌형 성평등 전문강사의 90%는 여성농업인이다. 농촌 지역에서 일상적으로 겪게 되는 성별 불평등 문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게 여성농업인이기 때문이다. 양성평등 교육을 위한 교재 역시 ‘농촌형’으로 특화해 지난해 새로 개발됐다.

올해는 농촌형 성평등 전문강사 2기 41명의 교육생들이 교육과정을 수료중이다. 5월부터 10월까지 교육이 진행되며, 농업농촌 성평등 사례분석, 성평등 정책, 성인지 관점 훈련, 농촌형 교육기획·설계 등을 교육받는다. 신규 전문강사 양성과정과 동시에 전년도 위촉강사를 대상으로 하는 보수과정도 운영된다. 지난해 위촉강사 1기 21명 중 강의 실전능력 향상교육과 위촉강사별 강의활동 평가도 진행되고 있다. 농식품부는 성평등 전문강사를 2025년 70명까지 증원할 계획이다.

성평등 정책 우수사례 경진
‘후계농 선정 여성 할당’ 등 제시
‘성평등 개념 정의 규정’ 신설
서삼석 의원, 법률 개정도 추진

 ▲양성평등 정책 개선 사례 =민간 영역 뿐 아니라 정부 기관을 대상으로 한 양성평등 정책 개선 우수 사례 발굴도 추진됐다. 농식품부는 농업분야 성평등 정책 개선 사례를 발굴·공유하고, 성평등 정책 개선 사례를 확산시키기 위해 지난해 ‘제1회 성평등 정책 우수사례 경진대회’를 진행했다.

주요 수상 사례로는 △농지법령 개정(2020년 8월)을 통해 농지 임대차·사용대차 허용 사유에 ‘임신·출산의 경우’를 추가 △경영주(배우자) 동의 없이도 ‘공동경영주’ 신청이 가능하도록 법령 개정 △후계농업경영인 선정 시 여성·다문화 비율을 할당(20%)하고, ‘양성평등교육’, ‘부부공동경영협약’ 체결 자에게 가점 부여 △농촌주택개량사업 신청 시 세대주의 배우자도 신청할 수 있도록 사업대상자 요건 확대 등이다.

이와 함께 관련 법률 개정도 추진 중이다. 서삼석 더불어민주당(전남 무안) 의원이 지난 5월 대표발의한 ‘여성농어업인 육성법’ 일부개정안이 최근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개정안에는 성평등 개념 정의 규정을 신설하고, 목적 규정 및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에 ‘성평등’ 문구가 추가됐다.

오미란 농식품부 농촌여성정책팀장은 “농촌을 평등하게 만들지 않으면 여성농업인이 역량을 강화하더라도 제대로 된 농업인의 지위를 갖기 어렵다는 반성이 있었다. 그래서 과거 1~4차와는 달리 5차 기본계획 핵심 화두로 양성 평등을 꼽았다”며 “다문화가정, 귀농·귀촌인, 청년농업인 등 농촌 구성원들이 다양해지면서 계층 차별에 대한 문제가 대두되는 만큼 농촌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한 평등과 연대 의식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농촌형 성평등 전문강사를 통해 이에 대한 물꼬를 터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니인터뷰 / 1기 전문강사 충남 금산 이경은 씨
“성평등 교육 의무화 되길 꿈꿔”

-농촌형 성평등 전문강사를 하게 된 계기는?
농촌지역에서 마을만들기지원센터 팀장으로 일하면서 농촌에 맞는 성평등 교육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때 마침 농식품부에서 농촌특화형 성평등 전문강사를 육성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고,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농촌형 성평등 전문강사 활동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강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강의를 많이 하지 못했고, 약 15회 정도 강의를 진행했어요. 교육 중 농촌지역 한 초등학교에서 교직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기억에 남습니다. 남자 선생님들께서 지금까지 성평등 교육을 들으면서 여성 중심적인 서술에 대한 반발심이 들었는데, 농촌형 성평등 강의를 들었을 때에는 반발심 대신 여성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이때 참 뿌듯했습니다.

-강의를 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강의가 늘어나 현장감 있는 교육을 진행하기가 어렵습니다. 제가 하고 있는 성평등 이야기가 농촌현장에 어떻게 전달되는지 즉각적으로 느낄 수 없다는 점이 많이 아쉽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떤 강의를 하고 계신지도 궁금합니다. 농촌형 성평등 강사들이 함께 모이고, 성장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생겼으면 좋겠어요. 코로나19의 영향이 줄어들면 함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은?
농촌지역에서 성평등 강의는 더욱 확산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농업기술센터나 농협 등 관련 기관을 비롯해 국비 지원 사업에 참여하는 단체에서도 의무로 성평등 교육을 받게 하는 등의 정책이 확대됐으면 좋겠습니다. <끝>

주현주 기자 joo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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