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어업인육성법 20년, 어디까지 왔나 <2> 특수건강검진 제도

[한국농어민신문 주현주 기자]

근골격·심혈관계 검진비 지원
올 첫 시행, 총 9000명 혜택
전체 대상 40만 대비 너무 적고
자부담 10%도 ‘이해 안돼’  

농업 내 여성 노동 비율 증가
가사노동 병행 고충도 커
‘농작업 편이장비 교육’ 등 
노동경감 환경 개선 시급

여성농업인이 열악한 노동 환경과 과중한 노동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에 비해 여성농업인 노동의 대가는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여성농업인의 노동 실태를 파악하고, 여성농업인의 노동 경감 및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을 살펴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실시한 2018년 ‘여성농업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농업 인구는 급속하게 감소하고 있는 반면 농업 내 여성의 노동 비율은 증가하고 있다. 특히 농사일 기여도가 절반을 넘는다고 응답한 여성농업인이 52.5%나 되고, 70세 이상은 66%를 차지하는 등 연령대가 높을수록 일 기여도가 오히려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농업인의 가사노동 역시 평균 4.72시간으로 남성(0.61시간)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농업 노동 뿐 아니라 농외소득에 참여하는 비율도 20% 이상으로 조사됐다.

여성농업인의 낮은 경제 자립도와 가사노동 병행의 고충도 드러났다. 여성농업인은 농업에 종사하면서 겪는 어려움으로 농업소득이 적고(27.3%), 농업노동이 힘들다(26.4%)는 점을 꼽았고, 영농규모가 작을수록 노동 부담을 크게 느꼈다. 여성농업인이 농업·농촌에서 여성이기 때문에 겪는 고충은 농사일에서 체력이 부족하다는 점(32.8%)과, 농사와 가사병행이 어렵다는 점(24.5%)이 높게 나타났다.

여성농업인이 농업 노동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재산의 소유권,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은 미흡했다. 우선 농지를 소유한 여성농업인은 37.3%에 지나지 않았고, 집이나 건물을 소유한 여성농업인도 36.37%에 불과했다. 농업인의 직업적 재해를 보장하는 농업인안전보험가입률은 전체 여성농업인의 28.8%에 그쳤다. 여성농업인 스스로를 전문농업인으로 인식하는 비율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여성농민이 남성농민보다 낮은 지위에 있다고 인식하는 비율은 81.1%에 달했다.

무엇보다 여성농업인에게 시급한 과제는 노동 경감과 건강권 보장이다. 여성농업인의 농업 노동의 기여를 인정하고,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여성농업인의 건강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 

김둘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농업 노동의 특성상 고강도·장시간 노동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가족 중심으로 영농이 이뤄지기 때문에 여성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보상받기 어렵고, 여성농업인의 노동으로 발생되는 소득을 형평성 있게 분배하는 것도 쉽지 않다”며 “농촌에서는 고된 농업노동으로 인해 체형이 변한 고령의 여성농업인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여성농업인의 노동 환경 개선과 이에 대한 사회보장 제도가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농촌진흥청이 실시한 ‘2020년 농업인 업무상 질병조사’에 따르면 여성농민의 근골격계 질환 유병률은 70.7%로 남성농민(55.1%)이나 비농민(52.2%)보다 높다. 하지만 농촌에서는 농사일로 바빠 의료기관을 방문하지 못하거나, 교통이 불편해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실제 농경연에 따르면 4.7%의 여성농업인이 건강검진이나 치료를 중도에 포기한 경험이 있었고, ‘치료 시간 없음(40.3%)’과 ‘의료기관 멀고 교통 불편(18.5%)’이 주된 이유였다.

이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처음으로 ‘여성농업인 영농여건 개선 교육’을 실시, 마을로 찾아가 농작업 편이장비 사용방법과 노동부담 경감 및 영농 능률 향상 교육을 진행했다. 지난해 120개 마을 3600명의 여성농업인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했고, 올해는 대상을 대폭 확대해 960개 마을, 9600명을 대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또한 올해 처음으로 여성농업인을 위한 ‘특수건강검진 시범사업’이 실시된다. 특수건강검진 시범사업은 여성농업인에게 일반검진에서 지원하지 않는 근골격계·심혈관계 질환 등에 대한 검진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최근 농식품부는 시범사업 예산 20억원을 확보, 9개 시·도별 1000명씩 총 9000여명의 51세~70세 여성농업인에게 1인당 17만1000원~21만8000원의 검진비를 지원한다.

그러나 여전히 시범사업 규모로는 여성농업인의 건강권을 보장하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숙원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장은 “올해 여성농업인 건강검진 시범사업 예산이 반영돼 다행이지만, 이는 9000명 정도에 그쳐 전체 여성농업인의 규모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며 “특히 시범사업인데도 자부담 10%을 부과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오미란 농식품부 농촌여성정책팀장은 “10%의 자부담 비용은 약 1억6000만원 정도인데, 향후 가능하면 5억원의 예산을 더 확보해 자부담 없이 사업을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시범사업 이후 본 사업이 시행되면 연간 대상자는 20만명, 예산은 300~350억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처음 도입되는 여성농업인건강검진 사업이 내실 있게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현주 기자 joo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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