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어업인 육성법 20년, 어디까지 왔나 <1> 공동경영주

[한국농어민신문 주현주 기자]

2001년 제정된 여성농어업인 육성법이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정부는 5년마다 여성농업인 육성 기본계획을 수립, 현재 제5차 기본계획을 추진 중이다. 육성법은 여성농어업인의 △지위 향상 △경영능력 향상 △삶의 질 제고 등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여성농업인의 형편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는 목소리다. 이에 본보는 3회에 걸쳐 여성농업인 육성 정책의 실태를 진단하고 전문가를 통해 대안을 살펴본다.

농업 종사자 여성이 절반 넘고
농사일 참여 비율도 높은데
대부분 ‘가족종사자’에 해당
농작업 중 사고 등 불평등 대우


 ▲여성농어업인 지위 어떠한가 =통계청에 따르면 농가인구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9년 기준 51%이다. 농업 주종사자 중 여성의 비율 역시 52.5%로 절반이 넘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연구 결과 여성농업인의 농사일 비중이 50% 이상이라고 응답한 작목은 노지채소 65%, 화훼 및 특용작물 63.3%, 전작 49.5% 등으로 기계화율이 낮은 작목일수록 여성농업인의 농사일 참여율이 높게 나타났다. 여성농업인의 역할이 그만큼 크다는 것.

하지만 여성농업인 대부분은 ‘농업인’이 아닌 ‘가족종사자’에 해당된다. 농지 소유, 판매수입통장 등이 대부분 남편 이름으로 돼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여성농업인은 농작업 중 사고가 날 경우 농업인이 아닌 ‘농가 주부’로 보상이 처리되거나, 실 경작자인데도 농업인 연금 가입 자격이 제한되는 등의 불평등한 대우를 받고 있다.

농업정책 여성 소외 막기 위해
2016년부터 도입 됐지만
농지 소유 등 요건 까다롭고
겸업 금지·홍보 부족도 문제


 ▲공동경영주 제도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이에 정부는 여성농업인의 역할과 기여를 인정하고, 농업인을 위한 정책에서 여성이 소외되는 것을 막기 위해 2016년 공동경영주 제도를 도입했다. 공동경영주 제도는 여성농업인이 농업인으로서 지위와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농업경영체 경영주의 배우자를 공동경영주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특히 2018년에는 제도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배우자의 동의 없이도 등록이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제도가 도입된 지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성농업인의 공동경영주 등록률은 미미하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여성의 공동경영주 등록 비율은 2021년 4월 기준, 등록 대상의 9.7% 수준에 불과하다. 

왜 공동경영주 등록률이 늘어나지 않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여성농업인의 농업인 지위를 인정하기 위한 제도임에도 실제로는 실익이 없어서다.

농업인의 지위는 ‘농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경영주, 경영주 외 농업인, 공동경영주 등 3가지로 구분된다. 그러나 농업인을 증명하는 데 이용되는 ‘농업인확인서 발급규정’에서는 ‘농업경영주’와 ‘가족원인 농업종사자’로만 구분된다. 여성농업인이 공동경영주가 되더라도 자기 농지를 소유하고 있지 않으면 실질적으로 농업인으로 인정되기가 어렵다. 그 이유는 농지법상 배우자간에는 임대차 또는 사용대차가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동경영주는 ‘1년 중 90일 이상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에 해당될 수밖에 없는데, 이는 현장에서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 다시 말해 공동경영주로 등록하더라도 이는 ‘농업인’이 아니라 그 배우자(경영주)가 ‘농업을 경영하는 자’일 뿐, 농업인으로서의 법적인 지위는 인정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정은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동경영주는 상위법령에 별다른 근거 없이 임의로 ‘경영’이라는 단어를 삽입해 만든 용어일 뿐, 공동경영주로서 규범적 의미를 갖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한 여전히 농촌에서는 공동경영주 제도가 있는지 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고, 공동경영주는 겸업이 금지돼 농외소득이 있을 경우 등록 자체가 불가하다. 공동경영주가 늘어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공동경영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제기되는 이유다.

충남 부여에서 무농약 딸기 농사를 짓는 김지숙(40) 씨는 “공동경영주 지위로는 여전히 ‘농업인’임을 증명하는 서류로 부적합하다는 통보를 받기 부지기수다”며 “농민수당이나 농업직불금은 물론이고 학자금지원, 정책자금 대출, 하다못해 비료·면세유 등 각종 농자재를 사고 환급받을 때도 전부 경영주인 남편 이름으로 해야 한다. 그렇다보니 내가 농사를 지었다는 자료를 확인할 수 없다. 악순환의 연속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농촌에서 후계농업인, 귀농·귀촌인, 청년농업인 등 점점 다양한 구성원들이 경영주와 함께 농사를 짓고 있고 로컬푸드, 농산물꾸러미, 사회적농업, 체험농장 등 기존농업과 다른 경영 방식이 생겨나면서 공동경영주의 역할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경영주만을 대상으로 하는 농업 정책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공동경영주도 경영주와 동일한 지위로 인정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농촌에서 경영주 혼자서 영농을 하는데 불편하지 않았을지 몰라도 앞으로는 복지, 경영 등 모든 면에서 불편함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여성농 지위 법률로 규정하고
공동경영주 겸업 허용 필요성
등록 땐 인센티브 제공도 방법 


 ▲개선방안은 =공동경영주가 농업인으로서 법적인 지위를 갖기 위해서는 여성농업인의 지위를 규정하고 권리의무를 명확히 하는 법률 규정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또한 공동경영주의 겸업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 연구위원은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에서 ‘가족농가’와 ‘농업경영체’를 구분하고 농업경영체의 경영주, 공동경영주, 임금노동자에 대한 규정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며 “또한 농업경영체법에서의 농업인을 개인이 아닌 사업체로 규정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정 연구위원은 “여성농업인이 겸업을 하는 이유는 농업소득이 적기 때문인데, 농업은 본래 계절적 실업이 존재하는 업종이므로 겸업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소규모 농가 직접지불금(소농직불금)의 기준을 적용해 공동경영주의 겸업 소득을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배우자를 공동경영주로 등록한 경영체에게 인센티브를 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경미 농촌진흥청 농업환경부장은 “농업경영체 내 법적지위는 사고나 재해 시 피해보상 산정기준, 농사경력 증명과 국민연금, 재해보험, 농수축협 조합원 규정 등 다양한 요인과 연계돼 있다”며 “배우자를 농업경영체의 공동경영주로 등록하거나 가족공동협약을 체결한 경영체에게 정부 지원 사업에서 가점 등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현주 기자 joohj@ag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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