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ㆍ고성진 기자] 

마늘·양파 수확기 등 본격적인 농번기를 맞은 산지에선 최악의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15일 찾은 함평의 마늘‧양파 수확 현장에서도 인력난 속에 80대 어르신 두 분이 힘겹게 양파 수확을 하고 있었다. 
마늘·양파 수확기 등 본격적인 농번기를 맞은 산지에선 최악의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15일 찾은 경남 합천의 마늘‧양파 수확 현장에서도 인력난 속에 80대 어르신 두 분이 힘겹게 양파 수확을 하고 있었다. 

빠듯한 수확 일정 맞춰
작업준비 다 마쳤지만
“일당 더 준다는 곳 간다”
전화 한 통에 망연자실

몇 번의 전화 오간 사이
12만원이던 일당 '17만원'
천정부지 인건비 감당 안돼
차라리 수확 포기할까…


마늘 수확 첫 작업일이었던 6월의 첫날. 수확하러 올 인부들을 위해 새참을 준비했고, 흙에서 나올 마늘을 넣어둘 망도 가지런히 정비했다. 최상의 상품성으로 건조·저장에 들어가기 위해선 예년처럼 6월 10일까지 수확을 마쳐야 했고, 이를 위한 계획도 세웠다. 더욱이 올해엔 비가 잦아 수확 일정을 맞추기 위해선 조금의 삐걱거림도 없어야 했다. 

하지만 작업 개시 시간인 오전 7시가 다 돼 가도 기다리던 인부들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다. 뭔가 찜찜한 마음이 들어 인부들을 주선한 민간 인력사무소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른 데서 1만원 더(13만원) 준다고 해서 그쪽으로 가고 있어요.”

다른 날도 아닌 수확 당일 취소라니,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전하는 인력사무소 대표에게 분노가 치밀었지만, 말은 달리 나왔다. 

“아... 저는 14만원에 맞춰 드릴게요.”

하지만 인력사무소 대표는 1만원을 더 올렸음에도 다시 전화한다는 말만 남긴 채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몇 분이 흘렀나, 전화벨이 울렸다.

“저쪽에선 15만원 준다고 하네요.” 

의미 없는 몇 번의 전화가 오가는 사이, 수확은 하나도 하지 못한 채 인건비는 17만원까지 치솟았다. 그 인건비를 감당하느니 차라리 수확을 포기하는 게 나았다. 마늘밭 2400평(7920㎡)은 부부 둘이, 7600평(2만5080㎡)의 양파밭은 친분이 있던 80대 어르신 두 분과 함께 수확을 시작했다. 

그렇게 열흘이 지났다. 예년 같았으면 수확을 마쳤어야 할 밭에 여전히 남아있는 마늘과 양파를 보니 울분을 참을 수 없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상황이 이 지경인데 정부도, 언론도 아무 관심이 없는 현실에 절로 욕이 터졌다. 전화기 옆에 놓인 신문을 보고 무작정 수화기를 들어 그동안의 일들을 울분을 토하듯 쏟아냈다. 


#최악의 인력난 호소하는 현장
작년부터 확산한 코로나19로 인한 농촌 인력난이 농번기를 맞은 최근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몇몇 인력사무소에선 ‘농번기 일손이 부족할 수 있다’는 농가 불안 심리를 자극하며, 인건비를 올리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현장 농민들에 따르면 지난해 11만~12만원이었던 일당이 올해엔 16만~17만원을 넘어 20만원까지 올라섰고, 연중 일손이 필요한 시설단지에서도 120만~130만원하던 월 인건비가 200만원 이상으로 급등하는 등 농가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인건비를 감당할 여력조차 없다. 

치솟는 인건비와 인력난으로 인해 산지에선 수확 일정에 차질을 빚어지고 있고, 가격이 높아도 수확을 포기해야 하는 최악의 사태를 마주하고 있다. 또 농사 규모를 줄이거나 농사를 그만두는 사례가 속출하는 등 인력난으로 인한 파장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최악의 인력난으로 신음하는 농촌 현장을 돌아봤다.

김경욱·고성진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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