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5월부터 6월 말까지 본격적인 농번기에 본부와 소속·산하 기관 직원들이 참여하는 농촌 일손 돕기를 진행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5월부터 6월 말까지 본격적인 농번기에 본부와 소속·산하 기관 직원들이 참여하는 농촌 일손 돕기를 진행한다.

4월부터 운영 ‘도시형 인력중개’
힘든 일 꺼리고 돈 많은 일 원해  
농업인과 매칭 쉽지 않아 ‘저조’

구직자 대부분이 서울·경기권  
접근성 떨어져 실효성 의문 
‘파견근로 사업’도 지지부진


◆정부 '선제적 대응' 천명했지만=정부가 추진 중인 인력 지원 대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농식품부는 농번기 농촌인력 부족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면서 지난 3월부터 여러차례 △농촌인력중개센터 확대 △파견근로 시범사업 도입 △국내 체류 외국인 계절근로 허용 등의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이러한 대책들은 현장에서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4월부터 운영하고 있는 ‘도시형인력중개센터’ 사업. 도시민을 모집해 농작업 실습교육, 안전교육 등을 실시한 후 지자체와 농협 등이 운영하고 있는 ‘농촌인력중계센터’와 연계, 일자리를 중개하는 사업으로 중개인력에 교통·숙박·상해보험료 등이 지원된다. 

하지만 ‘도시 구직자에게 일자리를 주고, 농촌에 인력 공급을 하겠다’는 정책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시범 운영을 통해 연인원 1848명(모집 인원 763명, 농작업 참여 인원 160명)이 참여했고, 올해는 4월부터 시작해 6월 18일 현재까지 연인원 1342명(모집 658명, 참여 132명)의 실적을 내고 있다. 

우선 참여 인원이 지난해 160명, 올해 132명 수준으로 이들이 10일 넘게 일한 수치가 연인원으로 잡히는 것인데, 초라한 실적이라는 비판이 따른다. 특히 모집 인원과 농작업 참여 인원의 매칭 비율이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도 문제다. 가장 큰 이유로는 도시 근로자와 현장 농업인 간 수요 매칭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진주 농업인인 강삼규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위원장은 “도시 근로자와 지역 농업인들의 수요가 달라 서로 매칭하기가 어렵다. 도시 근로자는 힘든 일을 꺼리고 노임은 높은 일을 원해 현장 수요와 맞지 않다. 현장 농업인들도 도시 근로자들을 탐탁지 않게 보는 인식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런 인식을 개선하는 노력과 함께 중앙정부가 통상 임금을 일부 보전해주는 등의 지원 대책이 있어야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구직자의 70% 등 대부분이 서울·경기 지역인 만큼 경상권·전라권 등 거리가 먼 곳으로 가는 것을 꺼려 접근성이 떨어지는 농촌 지역의 인력 지원 정책으로는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도 포기 인원도 많아 전문성과 안정성을 바라는 현장 농업인에게는 호불호가 갈린다는 점도 제약이다. 

농업분야 최초로 도입된 ‘파견근로 시범사업’도 지지부진하긴 마찬가지. 최대 6개월간 파견근로자 1000명(1인당 월 36만원) 고용을 지원하겠다며, 지난 4월 1차 사업대상자로 17개 시·군을 선정해 5월부터 파견근로자를 공급하겠다고 했으나 아직 대부분의 시·군이 사업을 시작조차 못한 상황이다. 파견근로자의 농작업 숙련도는 낮은 반면 책정된 임금은 높아 농가와 근로조건을 맞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일선 시·군의 한 담당자는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수요 조사를 했을 때는 200여명이 넘는 농민들이 사업 참여를 희망했는데, 파견근로자 임금 수준이 200만원을 훌쩍 넘자 쓰겠다는 분이 안 계셔서 다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군 담당자도 “우선 파견근로로 들어오는 인력의 농작업 숙련도가 낮은 데다, 정부가 파견수수료나 4대보험료 등을 지원한다고는 하지만 농가에 실질적인 인건비 혜택이 돌아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농가들로부터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김영욱 나주시농어업회의소 사무국장은 “나주의 경우 농협중앙회나주시지부, 나주배원협과 농어업회의소 등 3곳이 농촌인력중개센터 사업을 하고 있는데, 지원 방식이 복잡한 데다 무엇보다 중개인력 자체가 적어 인력난을 해소하기에 한계가 있다. 차라리 그 돈을 인건비 지원 자금으로 농가에 직접 지원하고 현지에서 조달하는 방안이 일손이 급한 농번기에는 효율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농촌노임 법적 기준 근거 마련, 인력 관리 체계화 논의 시급 

현장에서 요구하는 대책은=현장 농업인들은 중장기적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비롯한 농촌 인력 관리의 체계화를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박종범 한농연서산시연합회장은 “앞으로도 코로나 같은 변수가 없지 말란 법이 없다. 언제까지 농업 인력 문제를 외국인 노동자에만 의존해야 할 것인가”라며 “당장 해결할 수는 없지만, 외국인 노동자, 도시민 유휴인력, 청년농과 후계농 등 근본적으로 농업 인력 관리를 어떻게 관리하고 육성할 것인가를 종합적으로 체계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농촌 인력의 노임 기준에 대한 법적 근거 등 제약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도 현장 농업인들의 공감대가 크다.

김영욱 사무국장은 “외국인 근로자의 임금이 내국인의 최저임금보다 더 높아지는 역전 현상이 일어나고 있지만, 올해처럼 중개업소, 외국인 근로자, 농가 간 과열 경쟁이 벌어져도 농가들이 대항할 수 있는 기준이나 법적 근거가 없다”면서 “다른 산업과 같은 기준이 아니라 지역 여건이나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기준을 지자체나 농식품부가 정할 수 있게끔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종범 회장도 “농산물 가격도 얼마를 받을 것인지 외부에 의해 결정되는데, 노임 역시 마찬가지다. ‘얼마나 줘야 하느냐’고 외국인 근로자에게 물어봐야 한다. 요즘은 외국인 근로자 간 네트워크가 잘 돼 있어 지역별 시세가 다 나오고, 한 푼이라도 더 주는 곳을 좇아가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작업 약속을 취소하거나 현장에 안 나오는 일들이 부지기수”라고 했다. 

합천의 한 양파 농민은 “민간 인력사무소와 농민이 인부 계약을 맺을 때 구두계약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수확 당일 취소해도 농민은 속수무책 당해야 한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계약에 관여하거나 민간 인력사무소를 통제해야 한다. 또 인력사무소 대부분의 거래가 현금이라 세금에서 자유롭다. 인건비를 올리고 그에 따른 이득을 더 취하면 당연히 세금을 강하게 부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근로자 수급 안정을 위한 제도 개선도 요구되고 있다.

강삼규 정책위원장은 “농업 분야의 외국인 근로자 배정 쿼터는 다른 산업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지자체나 농업 분야에서 안정적으로 농업 인력을 받을 수 있도록 외국인 근로자 공공파견제 도입 등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임호식 한국농업경영인진주시연합회장은 “베트남이나 캄보디아 등 송출국의 지자체와 우리나라 지자체 간 MOU 체결이 활성화돼 상시적으로 외국인 인력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파·마늘·고구마 등 밭작물 기계화율 제고 서둘러야

밭 농업 기계화율 높여야=노동 집약적인 밭 농업의 기계화 역시 농촌 인력난 문제와 연계된 부분이다.

김영욱 사무국장은 “양파, 마늘, 고구마 등 밭작물의 경우 기계화가 떨어지기 때문에 인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고, 갈수록 고령화되는 농촌 현실에서 인력난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밭작물 기계화의 필요성을 주문했다. 

박종범 회장도 “논 농업은 자체 인력으로 소화할 여지가 충분한데, 밭작물은 그렇지 못하다. 면적도 작아 기계화하는 데 여건이 좋지 못하다”면서 “밭 농업 기계화율을 높이는 한편 수확할 때만 기계화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파종 시부터 기계화 작업을 통해 인건비를 줄이려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장에선 지자체의 농기계 지원사업의 지원 조건도 다시금 살펴봐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한 마늘 재배농가는 “최근 5년 내 지원을 받으면 추가 지원을 받지 못하는 규정 때문에 효율적인 농기계 구매가 어렵고, 관련 예산이 불용처리되는 경우가 많다”며 “소농의 경우 자금 부담으로 농기계를 직접 구입하는 것보다는 필요할 때 원활하게 임차가 이뤄지는 것이 필요한 만큼 농기계 지원 예산이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선아·고성진 기자 kimsa@agrinet.co.kr


#주목|서산시 사례 
농업 단체가 인력중개 대행불필요한 경쟁과 갈등 줄여

박종범 한농연서산시연합회장
박종범 한농연서산시연합회장.

이런 가운데 농촌인력중개센터를 지역 농업 단체가 대행해 운영하고 있는 사례가 눈에 띈다. 농가 간 불필요한 경쟁과 갈등을 줄이고, 인력 수급 혼선을 조율하기 위한 차원에서다.

대표적인 사례가 충남 서산이다. 서산 지역의 경우 역시 올 봄부터 시작된 인력난이 기승을 부리면서 외국인 근로자 노임이 15만원까지 치솟았다. 인력중개업소가 노임 상승을 부추기는 데다 수수료 폭리를 취하면서 한국농업경영인서산시연합회를 중심으로 인력 수급 문제 대책을 요구하기 시작했고, 지역 농가 사정을 파악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선 한농연서산시연합회가 인력 중개 업무를 6월 한 달 간 임시 대행하고 있다. 

박종범 한농연서산시연합회장은 “올해 초부터 인건비가 치솟기 시작했고 웃돈을 얹어도 인력을 받지 못하는 기형적인 상황에서 행정 역시 뚜렷한 대책이 없었다”며 “이런 가운데 민간에서라도 농업 노임의 적정한 기준을 논의해보자는 취지에서 농가, 중개업소들과 만나 문제의 심각성을 공유했고, 서산시 요청으로 인력중개센터를 운영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자체가 근로 희망자와 일손 필요 농가를 모집하면 한농연서산시연합회가 이를 중개해주고 있다. 도시 구직자 입장에서는 원하는 농작업을, 농가 입장에서는 과열 경쟁을 최소화하고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농을 배려하는 등 탄력적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이 강점이다.

박종범 회장은 “농가 간 불필요한 인력 확보 경쟁을 줄이고 도시 근로자에 대한 농가 인식을 개선하는 한편 참여 도시 근로자들에게도 농업·농촌의 현실을 알리고 원하는 부분을 잘 매칭하는 데 용이하다는 점에서 농민 단체들이 농촌인력중개센터를 맡는 것도 의미가 크다. 읍면 조직이 잘 돼 있는 한농연이 잘 수행할 수 있는 업무”라고 강조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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