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장희 기자]

경기 안성 조황주 씨가 장기간 지속된 장마와 폭우로 포도 열과 피해를 입어 심각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장마·폭우 지난 후 폭염까지
농산물 피해 확산 속수무책

“수확을 앞둔 포도 알이 성한데 없이 썩고 터지고 갈라졌습니다. 폭염까지 기승을 부려 물을 잔뜩 머금은 포도는 대부분이 썩어 가 손쓸 방법이 없습니다.”

경기 안성시 일죽면 송천리에서 1만6500㎡의 포도농사를 짓는 조황주(58) 씨의 포도밭. 포도 봉지 안에는 탐스럽게 익고 있어야 할 알맹이들이 터지고 갈라져 새까맣게 죽어가고 있다. 수분을 잔뜩 머금은 포도 껍질이 터지면서 갈라지는 열과 피해를 입은 것이다. 나뭇가지와 줄기는 물론 열매 곳곳에 곰팡이까지 잔뜩 피어있어 상품성은 전혀 없어 보였다.

토사와 자갈, 물이 흥건한 바닥에는 썩어 떨어진 포도송이가 짓이겨져 썩은 냄새까지 진동한다. 조 씨의 포도밭은 8월 1~2일 이틀 동안 400mm 이상 내린 집중호우로 침수·유실되는 피해를 입었다.

조 씨는 “밭이 침수되고 50일 동안 이어진 긴 장마로 열과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며 “침수·유실된 밭 복구도 못했는데 수확을 앞둔 포도마저 다 썩어가 억장이 무너진다”고 하늘을 원망했다.

더욱이 장마 이후 폭염까지 닥치면서 열과 피해는 더 확산될 것으로 보여 50% 가량 수확피해가 예상된다고 조 씨는 설명했다. 인근 6600㎡의 복숭아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창 수확해야 할 복숭아는 꼭지 부분이 썩어 들어가 낙과되고, 그나마 힘겹게 달려 있는 상당수 복숭아도 상처 나고 썩어가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위태롭다.

조 씨는 “올봄 냉해를 입어 수세도 약한 상황에서 긴 장마까지 겹쳐 썩은 복숭아가 계속 낙과되고 있다”며 “낙과 피해와 함께 일조량 부족으로 복숭아 맛을 좌우하는 당도마저 크게 떨어져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탄저·노균병, 곰팡이병, 나방류 등의 병해충 피해도 확산되고, 포도·복숭아나무 상당수도 집중호우로 뽑히고 쓰러져 죽어 내년 농사도 걱정”이라면서 “현재 상황에서 약을 처방한다 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고 썩고 낙과된 과수제거만 해도 힘이 벅차다”고 하소연했다. 

이웃농가인 이덕봉(65) 씨의 1만3200㎡의 포도밭도 썩은 알맹이들이 바닥에 계속 쏟아지고 있다. 이씨는 “포도나무가 오랫동안 물에 잠겨 있어 뿌리 세근이 악해져 나무가 죽고 포도송이도 다 터져 썩고 있지만 속수무책”이라며 “일부 수확한 포도도 상품성이 없어 상당수 폐기처분 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안성시 관계자는 “긴 장마에 이어 폭염까지 닥치면서 수확을 앞둔 과수 열매가 썩고 터지고 낙과되는 피해가 급속도로 발생해 농가들이 큰 시련을 겪고 있다”며 “농작물 시설 복구와 병해충 방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작물 피해 대책마련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성=이장희 기자 leejh@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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