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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손’ 중도매인 카르텔

[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김경욱 기자]

친목 명목 회비 수백만원
가입 안하면 경매 참여 못해
독과점 거래…가격 왜곡 

서울농식품공사는 알면서도
"제재할 권리 없다" 방관
응찰자 비공개 추진 ‘시끌’
“담합 더 심해질 것” 반발 고조


소위 중도매인 소속제가 사라진 지 26년이 넘었지만 도매시장엔 강력한 ‘중도매인 카르텔’이 형성돼 유통종사자 간 경쟁을 저해하고 있다는 목소리다. 이런 와중에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다음 달 1일부터 경매 과정 중 경매사 노트북에서 응찰자를 비공개로 변경하겠다고 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시장 유통인들은 ‘중도매인 카르텔’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경매 과정 중 응찰자를 숨긴다는 건 경락 가격 지지에 악영향만을 줄 뿐만 아니라 경매사의 역할을 단순 로봇으로 보는 처사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관련기사

현재 도매시장에선 유통주체 간 경쟁 촉진을 유발하기 위해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 간 대금 거래를 위한 정산기구 설립이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채소 부류를 중심으로 암암리에 품목별 중도매인 간 연합모임, 일명 상인회나 상우회, 품목별 협의회 등이 난무해 정산기구가 설립돼도 빛을 발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본보가 시장 관계자들의 전언을 종합한 바에 따르면 이들 연합회에선 가입비 등의 명목으로 보통 수백만원 이상의 회비가 책정돼 있다. 만약 내지 않으면 해당 경매에 참여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소속 중도매인들이 경매를 보이콧하거나 응찰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경매가 진행될 수 없는 상황까지 몰고 가기 때문.  

이런 가운데 서울시공사가 다음 달 1일부터 경매사와 중도매인 간 거래 투명성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경매사 노트북에서 응찰자를 삭제토록 경매 방법 변경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중도매인 간 카르텔이 존재하는 상황에 경매사들에게 응찰자가 누군지도 모르게 하는 것은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가락시장 한 경매사는 “어느 품목의 경우 참여하는 중도매인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자기들끼리 담합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며 “중도매인끼리 실질적 경쟁이 일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응찰자를 가리게 되면 중도매인 간 담합이 더 심해질 수 있고, 경매사는 그냥 로봇으로 전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사는 기존 방침을 강행하겠다는 입장. 이니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유통총괄팀장은 “경매 과정에서 중도매인들의 능력 등 상황을 보고 하는 것은 경매가 아니다”라며 “응찰자를 가리는 문제는 재고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또 “응찰자가 안 보이면 카르텔이 있어도 오히려 담합을 못 한다”고 덧붙였다. 중도매인 카르텔 문제에 대해선 “알고 있다”면서도 “사적 모임에 대해선 공사가 제재할 권리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도매시장 한 유통인은 “중도매인 카르텔을 공사가 알고 있으면서도 방관하고 있는 건 직무유기”라며 “이렇게 하는 것은 분명 농안법 상 불법으로 경매사 노트북에서 응찰자를 가릴 것이 아니라 중도매인 카르텔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 투명성을 강조한다면 응찰자를 더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관태·김경욱 기자 kimkt@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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