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지정 7개지역 한농연 시군회장 긴급 인터뷰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고성진·주현주 기자]

이례적인 집중호우가 긴 시간 전국 곳곳을 휩쓸면서 대한민국 농지 다수가 침수되고, 낙과와 가축 폐사 등 폭우 피해도 잇달았다. 현재 현장에서 복구에 구슬땀을 흘리며 고통의 시간을 보내지 않는 농가가 어디 있겠냐만, 이 중에서도 유독 더 강한 비가 내려 막대한 피해를 본 지역이 있다. 정부가 맨 처음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한 7개 시·군 지역이다. 한국농어민신문은 재난지역으로 지정된 경기 안성, 강원 철원, 충남 천안·아산, 충북 음성·제천·충주 등 7개 지역 한국농업경영인 시·군 연합회장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해당 지역 현 상황과 농가들이 절실히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살펴봤다. 

#고진택 한농연 안성시연합회장

“봄엔 코로나로
여름엔 호우로
사실상 수입 제로
그래도 또 우린
농사포기 못해"

“물에 잠겨 작물이 녹거나, 살아남은 채소도 부패되고 있습니다. 이웃 과수 농가는 비 온 뒤 열과로 추가적인 피해도 호소하고 있습니다.”

큰비는 물러갔지만 경기 안성 농가들은 아직 언제 끝날지 모를 폭우 피해 후폭풍에 신음하고 있다. 시설채소 농가인 고진택 한농연 안성시연합회장은 “봄철엔 코로나19에 따른 학교급식 중단으로 시설채소 판로가 막혔고, 여름엔 집중호우로 하우스에 물이 다 들어와 피해가 막심하다. 사실상 올해 수입이 없다”며 “그럼에도 우리는 또 농사를 지어야 해 인력을 구해 배수로를 정비하고 농지를 복구시키고 있다”고 현 상황을 전했다. 

최악의 상황 속에 고사리손 하나가 아쉽고, 농기계는 정말 현장에서 요긴하다는 게 현장 목소리. 고진택 회장은 “지금 농가에 정말 필요한 것은 인력과 농기계”라며 “이번 피해로 농기계도 물에 잠겨 고장이 많이 났는데 농기계 무상 수리나 공급, 인력 일손 지원이 현재 농가엔 가장 필요한 것들”이라고 강조했다. 
 

#김동일 한농연 철원군연합회장

“당장도 문제지만
앞으로가 더 걱정
피해복구 서두르고
농가 경영안정 시급
재해보험 현실화도”


“이번 수해 피해로 사실상 1년 농사를 망친 농가들이 많죠. 농가 경영안정을 비롯해 농산물 수급안정대책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합니다.”

김동일 한농연 철원군연합회장은 “현재 철원 지역에는 수해복구가 한창 진행 중이다. 특히 하우스 작목들이 많아 타격이 심각한 상황으로 당장 입은 피해도 문제지만, 앞으로 영농활동도 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며 “정부의 정책 방향이 최우선으로 농가 경영안정에 맞춰져야 한다. 수급 문제 역시 해당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동일 회장은 “이번 호우피해에 따른 수습과 복구 일정이 차질 없이 이뤄져야 하고, 수급 대책과 더불어 농업재해보험 보상 기준을 확대해 앞으로의 기후위기와 식량안보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며 “피해를 본 농가들이 하루빨리 수해의 아픔을 씻어내고 정상화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 
 

#송태성 한농연 천안시연합회장 

“3년전 피해 판박이
이번 폭우는 인재
같은 피해 없도록
농민 목소리 들어야
항구적 대책 시급”

천안 농가들은 이번 폭우 피해를 겪으며 3년 전 상황이 오버랩 됐다. 3년 전 집중호우로 피해를 본 지역에서 같은 피해가 발생한 것. 그래서 천안 농가들은 이번 폭우 피해를 ‘인재’라고 말하고 있다. 

송태성 한농연 천안시연합회장은 “3년 전에도 하루에 비가 600mm나 온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피해 입은 지역은 3년 전 피해와 판박이”라며 “당시 농가들은 하천 제방 보강, 보 준설 등을 요구했는데 하나도 안 됐다. 이번 폭우 피해는 사실상 인재”라고 말했다. 송 회장은 “며칠 전 문재인 대통령이 천안에 방문했을 때도 이 같은 문제를 제기했다”며 “똑같은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농가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번 폭우 피해를 반면교사 삼아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지원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게 송 회장의 바람이다. 그는 “집중호우 피해로 예비비가 긴급 편성돼 지원책이 나온다고 하는데 그런 정책은 항구적으로 입법화시켜야 한다”며 “특히 농가들은 올해 폭우 피해를 보면 적어도 2~3년 후유증이 이어지는데 이에 대한 지원책과 대책도 꾸준히 강구돼야 한다”고 밝혔다.
 

#홍성로 한농연 아산시연합회장

“응급 복구 했는데
또다시 집중호우
병해충 확산 걱정
공동방제 하려면
중장비·인력 절실”

천안 이웃 아산시 피해도 심각했다. 지난 3일 시간당 80mm가 넘는 물 폭탄이 떨어진 아산시는 도로가 침수되고 논밭 유실에 산사태도 겹쳐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등 비 피해가 컸던 지역이다.

이곳에서 벼와 배추 농사를 짓는 홍성로 한농연 아산시연합회장은 “응급 복구를 위한 중장비와 인력 지원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장마가 끝난 뒤 폭염이 시작될 것을 대비해 늦기 전에 지역별 신속한 방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회장은 “지난 3일 이후 응급 복구로 진입로는 겨우 확보한 상황이지만, 또다시 비가 와서 벼가 심긴 논에는 도열병이 퍼졌고, 밭에 심을 배추 육묘가 비 때문에 성장하지도 못하고 누렇게 말라 죽고 있다”면서 “지금 할 수 있는 건 장마 뒤 방제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지역별로 공동 방제를 할 수 있도록 인력과 농자재 지원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한창수 한농연 음성군연합회 직전회장

“농경지 진입로
아직도 확보 안돼
복구 속도 더뎌
복숭아 최악상황
대부분 수확포기”

“기록적인 폭우로 농로가 유실돼 복구 작업조차 더딥니다. 특히 수확량이 적은 데 가격까지 낮은 복숭아 농가의 경우 긴급 복구 작업이 절실합니다.”

음성군은 지난 7일 긴급재난지역으로 선포됐지만, 한창수 한농연 음성군연합회 직전회장에 따르면 여전히 논밭 농로 등 진입로가 확보되지 못해 복구가 더딘 상황이다. 한창수 직전회장은 “현재 대부분 농경지에 진입로가 확보되지 않아 복구 작업을 위한 농기계가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진입로 복구가 시작인데, 여전히 진입로 복구가 절반도 채 안 됐다”고 말했다.

특히 복숭아 주산지인 음성에선 올해 복숭아 생산량이 줄었는데 가격마저 낮게 형성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그는 “복숭아 농가에선 이미 과실이 떨어지거나 물러지는 등 상품성이 낮아 수확 자체를 포기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진입로에 큰 제약을 받지 않는 소형 장비 지원을 동원해 더딘 복구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호 한농연 제천시연합회장

“계속된 호우로
사과 갈반병 확산
인력 못 구해
방제작업도 어려워
수확량 있을지 우려”

충북 제천에서 사과를 재배하고 있는 이경호 한농연 제천시연합회장은 아직 과실이 나무에 달려 있어 섣불리 중장비 기계를 동원한 유실 복구를 하지 못하고 있는 폭우 피해 과수 농가 상황을 전했다. 

이경호 회장은 “비가 그치고 하루 이틀이라도 햇빛을 받아야 과실이 무르익는데 내일(14일)부터 다시 비가 예고돼 있어 올 추석을 앞두고 사과를 얼마나 수확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며 “수해 복구 작업은 수확 후에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수해복구보다 농가를 더 힘겹게 하는 건 인력 문제다. 특히 이곳 과수 농가에는 잎이 마른 뒤 갈색으로 변하는 과수 갈반병이 발생해 방제가 시급한 상황이지만, 인력 부족까지 겹쳐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에 무엇보다 드론 방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회장은 “긴 장마보다 더 무서운 건 병해충이다. 방제를 하고 싶어도 현재 인력이 없어 못 하고 있는데, 드론 등을 이용한 지역별 대규모 방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복해 한농연 충주시연합회장

“오래된 소류지 
관리부실이 원인
행정절차 따지다
복구 늦어지기도
시스템 개선을”

“원래 수해 피해가 일어나는 지역이 아닌데, 소류지(규모가 작은 저수시설)가 무너져서 피해가 컸어요. 워낙 축조한 지도 오래됐고, 관리도 안 되는 사각지대인 만큼 소류지 모니터링·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복해 한농연 충주시연합회장은 이번 호우피해를 입은 지역 상황에 안타까움을 전하며 이처럼 말했다. 이복해 회장은 “작은 저수지에 대해 정부 관리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여건이라고 하면 CCTV(폐쇄회로TV)라도 설치해 지역 읍면동에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졌으면 좋겠다”며 “소류지의 경우 오래되고 방치돼 있는 곳들이 많아 사실상 ‘인재’나 마찬가지인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수해 피해 조사와 관련해서도 행정적인 조사 절차로 인해 실질적인 복구 시점을 놓치는 경우가 생긴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하우스 침수의 경우 물이 찼다가 빠지면 하우스 작물을 빨리 걷어내서 다른 작물을 심어야 하는데, 피해 조사가 먼저라고 해서 현장을 보전해야 한다는 얘기들이 들린다. 이런 피해 조사는 사진 등으로 대체할 방안도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김경욱·고성진·주현주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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