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장희 기자]

열흘전 경기도 안성시에 쏟아진 폭우로 산사태와 하천이 범람하면서 폐허가 된 피해지역에 복구 작업이 시작됐다. 13일 복구지원에 나선 농협 직원들이 토사와 폐목재가 뒤섞여 쑥대밭으로 변한 안성시 금산리 이정호씨 사과 과수원에서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김흥진 기자

안성 일죽면 이정호 씨
산사태에 농경지·주택 폐허돼
사과·고구마·고추 등 
흙탕물·토사로 뒤덮여 

“한창 잘 자라고 있던 농작물이 모두 파묻혀 건질게 하나도 없습니다.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엄두도 안 나고, 평생 살면서 이런 산사태 폭우 피해는 처음입니다”

지난 13일 찾은 경기 안성시 일죽면 금산리(하산전마을) 이정호(81)씨의 주택과 농경지. 열흘 전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발생하고 하천이 범람해 폭탄을 맞은 듯 폐허가 돼 있다. 이곳에는 지난 1~2일 이틀 동안 400mm가 넘는 물 폭탄이 쏟아졌다. 이로 인해 이씨의 집 바로 뒤편에서 산사태가 발생하고 마을 상류쪽부터 하천이 범람하면서 마을을 초토화시켰다.

이씨는 “2일 새벽에 비가 쏟아 붓듯 내리더니 7시쯤 굉음과 함께 산사태가 났다. 집 바로 뒤까지 흙이 밀려 내려오고 위에서는 집채 만 한 파도가 토사와 함께 굴러 내려와 죽는 줄 알았다”며 당시 아찔했던 상황을 전했다.

그는 부인 노순임(77)씨와 함께 겨우 몸만 빠져나와 급하게 연락받고 달려온 딸과 함께 성남 집으로 피신했다. 일주일 후 돌아온 이씨 부부는 아수라장이 된 집 주변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창고에는 밀려내려 온 토사가 한가득 차있고, 사과와 고구마, 고추 등이 심겨져 있던 3630㎡의 농경지는 쑥대밭이 됐다.

산에서 휩쓸려 내려와 부러진 거대한 나무와 돌 등으로 뒤엉켜 유실된 채 방치됐고, 농작물은 흙탕물과 토사로 뒤덮여 있었다. 농사를 짓기 위해 보관하고 있던 퇴비와 비료 등 각종 농자재도 하천 물에 쓸려 내려갔고, 일부 남아있는 퇴비는 어지럽게 널브러져 고약한 냄새까지 진동했다.

이씨의 농경지 바로 위쪽의 폐돈사와 일부 주택도 파손된 채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고 흙탕물이 내려오는 하천 곳곳도 무너져 있어 그날의 참상을 가늠할 수 있었다.

이씨는 “인근 하천이 범람하면서 또 다른 물줄기가 농경지를 가로질러 나갔다. 집까지 붕괴될까 싶었는데 천만다행으로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며 “부인은 아직까지도 그때의 두려움으로 정신적 트라우마가 생겨 두문불출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광복(60) 하산전마을 이장은 “마을 곳곳이 초토화 돼 피해산출도 어려운 실정이다. 모든 장비를 동원해 복구를 하고 있지만 마을 입구 진입로부터 하천, 농경지, 골목 곳곳에 피해가 커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 같다”며 “완전 복구될 때까지 중장비와 인력 지원을 확대해 줄 것”을 관계당국에 요구했다.

한편 이날 농협중앙회 상호금융자산전략본부 직원 십여명이 이씨의 피해현장을 찾아 수해복구를 도왔다. 이들은 창고와 농경지에 쌓인 토사를 걷어내고 배수로 정비, 나무·돌 등을 치우는데 힘을 쏟았다.

고병기 상무는 “워낙 피해가 커 인력만으로는 복구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시급히 장비가 들어와 작업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성=이장희 기자 leejh@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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