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 주변 냄새 줄이고 꽃·나무 심고…농가 스스로 ‘환경 개선’

[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나눔축산운동은 냄새와 분뇨 등에서 파생된 축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축산농가들이 고민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래서 나눔축산운동의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축산농가 스스로 깨끗한 축산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축사 주변에 냄새를 줄일 수 있는 나무와 꽃을 심어 깨끗하고 아름다운 농장을 만들고 이를 유지하려는 축산농가들의 노력을 통해 부정적인 인식을 조금씩 바꿔 나가는 활동이 바로 나눔축산운동이자 환경 책임 운동이다.

이에 나눔축산운동본부는 매년 ‘깨끗한 축산농장, 울타리 조성사업’과 ‘예쁜 농장, 벽화 그리기 사업’ 등을 통해 축산농가 스스로 축산환경개선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실천하도록 붐을 조성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깨끗한 축산환경을 만들기 위해 다채로운 환경 책임 운동을 추진하는 나눔축산운동본부의 올해 사업 계획 및 이 같은 사업에 참여한 농가들의 목소리를 정리했다.

울타리 조성·벽화 그리기부터
지자체·지역 환경단체와 협력
환경 행사 개최·캠페인 등 추진
청정축산 환경대상 시상도
농가 만족도 높아 ‘참여 확산’

후계 축산인 장학금 지원
가축전염병 방제 뒷받침 등
축산 현안 대응도 든든

예쁜 농장, 벽화 그리기 사업은 축산농장의 이미지를 변화시키는데 적잖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나눔축산운동본부, 2020년 다양한 환경 책임 운동 추진
▲깨끗한 축산농장, 울타리 조성사업=농장 주변에 나무(방취림)와 꽃 등을 심어 축산 환경 개선에 대한 축산농가들의 인식을 높이고 자발적인 환경 정화 활동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시행하고 있다.

특히 농장 주변에 심어지는 방취림은 냄새 확산을 방지하는 완충지대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농장의 자연친화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일조하고 있어 농가들의 만족도가 높다. 이에 나눔축산운동본부와 농협경제지주는 2017년 75농가(7300그루)에 불과했던 ‘깨끗한 축산농장, 울타리 조성사업’을 2018년 81농가(2만1849그루), 2019년 156농가(1만9293그루)로 확대했고 올해도 7월까지 337농가(4만6511그루)가 참여할 만큼 농가들의 호응이 높다.

▲예쁜 농장, 벽화 그리기 사업=농장의 외부경관을 개선해 사람들에게 축산의 친근한 이미지를 조성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이를 통해 축산농가들 스스로 축산환경 개선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자발적으로 실천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나눔축산운동본부와 농협경제지주는 매년 3월부터 4월까지 농가들의 신청을 받은 후 4월부터 11월까지 벽화 그리기를 진행한다. 올해 사업대상 농장은 60호다. 2017년 1곳에서 시작한 벽화 그리기 사업은 농가들의 좋은 반응이 이어지면서 2018년 34호, 2019년 47호 등 매년 증가하고 있다.

▲깨끗한 우리 마을 만들기 캠페인=지자체 및 지역 내 환경단체 등과 MOU를 체결하고 다양한 환경 관련 행사를 공동 개최하거나 적극적인 동참을 통해 환경보호 캠페인을 펼쳐 축산의 친환경 이미지를 제고하는 것이 목적이다. 나눔축산운동본부의 9개 도지부에서 관내 축산단지 밀집지역 마을과 하천을 중심으로 환경정화운동, 축산 냄새 저감 활동 등을 진행한다. 또 축사 주변 대청소 및 분뇨 수거, 냄새제거제와 환경개선제 공급, 소독 및 방역 등의 활동도 깨끗한 우리 마을 만들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한다.

▲청정축산 환경대상=국민들에게 사랑받는 지속 가능한 축산 기반을 구축하고 축산환경 선도농가들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마련된 사업으로 매년 축산환경 개선 운동을 통해 깨끗하고 변화된 우수 축사를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나눔축산운동본부는 이 사업을 통해 축산농가 스스로 자정 노력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높이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한다.

수상농가 선정은 축사환경과 냄새저감, 동물복지, 분뇨관리 등의 항목에 대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3차에 걸친 평가를 통해 진행한다. 2018년 제1회 청정축산 환경대상 시상식을 진행했던 나눔축산운동본부는 올해도 12월경 제3회 청정축산 환경대상 시상식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깨끗한 우리마을 만들기 캠페인에 참여한 나눔축산운동본부와 전북농협, 무진장축협 관계자들이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환경 책임 운동에 참여한 농가들의 후기
▲경기 여주의 낙농가, 허근선 씨=축사 부지를 옮기는 과정에서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스트레스가 심했던 허근선 씨. 2년 만에 어렵게 받은 허가 덕분에 지난해 9월 축사를 옮겼다. 허근선 씨는 “냄새 때문에 이전하는 동네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낙농과 축산업이 주민들에게 좋은 이미지로 비춰지려면 축산농가들이 농장을 깔끔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차원에서 허근선 씨는 나눔축산운동본부와 농협경제지주가 진행한 ‘예쁜 농장, 벽화 그리기 사업’에 동참했다. 허 씨는 “깨끗하고 아름다운 목장을 만들기 위해 두 기관에서 많은 도움을 줘서 감사할 따름”이라며 “농장 주변에 사철나무를 심은 후에는 주변 사람들이 ‘목장이 아닌 것 같다’, ‘농장이 아주 예쁘다’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림을 그릴 벽이 없어서 벽화 그리기 사업에 참여하지 못해 아쉽다는 그녀는 “앞으로 주위 농가들에게 적극 참여하라고 독려하겠다”고 약속했다.

▲전북 진안의 양돈농가, 임화숙 씨=1300두 규모의 양돈장을 경영하는 임화숙 씨는 지난 6월, ‘예쁜 농장, 벽화 그리기 사업’에 참여했다. 임화숙 씨는 “농장 밖의 길에서도 볼 수 있는 자돈사 쪽에 그림을 그렸다. 전문가들이 보내준 여러 시안 중 가장 마음에 든 돼지그림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사업 참여에 대한 만족도는 아주 높다. 그녀는 “전북도로부터 깨끗한 농장 관련 상을 받은 적이 있는데 이후 일선 조합에서 해당 사업을 추천해줘서 참여하게 됐다”며 “돈사의 내부를 깨끗하게 가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부도 잘 꾸민다면 축산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향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농가들의 참여가 더 활발해지도록 나눔축산운동본부와 농협이 적극 홍보해주길 바란다”며 “사업의 만족도가 높은 만큼 다른 축산농가들도 적극 참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랑의 암송아지 릴레이 운동은 어려운 농민에게 암소아지를 기증하는 이웃사랑 실천운동이다.

#축산 현안과 장기적인 관점으로 각종 사업 전개
나눔축산운동본부는 축산농가를 대상으로 한 축산 현안 관련 사업도 적극 추진하는 것은 물론 후계 축산인 지원 등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각종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업은 후계 축산인을 위한 장학금 지원사업. 축산인을 꿈꾸는 대학생 및 젊은 청년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젊은 후계 축산인을 양성하는데 일조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도 10명의 후계 축산인을 대상으로 200만원씩의 장학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지난해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에 따른 방역 인력의 고충, 돼지가격 하락 및 소비 부진으로 양돈농가가 어려움을 겪었을 때도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실제 나눔축산운동본부는 일선축협의 공동방제단에 격려금을 지원한 것은 물론 2016년부터 모금한 방역지원기금(6200만원)을 축산 관련 긴급재난에 사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또 양돈농가를 돕기 위한 돼지고기 소비촉진 행사를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그리고 꾸준히 진행했다.

이외에도 ‘나눔축산 사랑의 암송아지 릴레이 운동’도 전개하고 있다. 암송아지와 함께 하는 이웃사랑 실천 운동으로 형편이 어려운 농민에게 암송아지를 기증하면 해당 농민은 경산우가 될 때까지 키우고 그 소가 낳은 송아지를 다른 농민을 돕기 위해 반환하며 어미 소는 농민이 계속 소유하며 사육하는 운동이다. 이 같은 운동이 축산농가의 나눔을 실천하는 좋은 사례로 귀감이 되고 있다.

●참여 해보니…/김포 한우농가 간왕춘 씨    
“축사 바라보던 곱잖은 시선 사라져”

2008년부터 김포에서 한우(150두·일관사육)를 키우고 있는 간왕춘 씨(건국축산)는 농장 주변에 들어선 공장과 주택 등에서 제기하는 민원으로 그동안 골머리를 앓았다. 그는 “처음 축사를 지었을 때 주변에 논과 밭 밖에 없었다. 그래서 축사 허가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며 “하지만 공장과 주거단지가 조성되면서 민원이 발생하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실제 농장 주변에는 각종 공장과 주택들이 위치했고 3㎞ 이내에 아파트와 학교가 있었다. 주민들이 수차례 민원을 제기하면서 공무원이 여러 번 농장을 방문했고 그는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간왕춘 씨는 “여름에 파리·모기 발생하는 상황이나 퇴비 작업하는 과정에서 민원이 생겼다”며 “농장을 깨끗하게 가꾸려고 노력했는데 민원이 발생하니 속상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민원으로 힘들었던 간왕춘 씨에게 농장의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올해 나눔축산운동본부와 농협경제지주가 함께 추진하는 ‘예쁜 농장, 벽화 그리기 사업’과 ‘깨끗한 축산농장 울타리(방취림) 조성사업’의 사업 대상자로 선정돼 지난 4월과 5월에 각각 작업을 마쳤다. 간 씨는 “퇴비사 쪽의 콘크리트 벽면에 한우 캐릭터가 담긴 그림을 그렸고 울타리 조성사업에서는 농장 주변에 편백나무 같은 악취를 저감해주는 나무를 심었다”고 말했다.

투박하기만 했던 콘크리트 벽에 예쁜 그림이 담기고 농장 주변에 푸르른 나무가 심어지면서 농장을 바라보는 마을 주민들의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간왕춘 씨는 “그림은 전문가들이 이틀에 걸쳐서 작업했고 사철나무와 편백나무를 각각 50그루씩 100그루를 직접 심었다”며 “작업이 끝난 후 운동하던 주민들이 그림 앞에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지나가던 아이들이 예쁘다고 말하는 등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 같은 사업이 축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의 변화에 큰 도움이 된다”며 “농가들에게 적극적인 홍보를 한다면 많은 농가들이 참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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