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 역대급 겨울비가 내렸던 지난 7일 새벽 서울 가락시장에서 감귤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 설 대목장에 들어서고 있음에도 겨울비 등으로 이날 감귤을 비롯한 다수의 과일 시세가 약세장에 머물렀다.

“겨울비처럼 매기가 축 가라앉아있네요. 이제 대목장이 시작돼야 하는데 분위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밤새 비가 내리던 지난 7일 새벽 서울 가락시장 과일 경매장. 설 연휴를 2주가량 남겨두며 대목장에 진입하던 이 날, 경매를 마친 다수의 과일 경매사 입에선 우려스러운 목소리가 앞서 흘러나왔다. 가뜩이나 이른 설로 인해 판매 기간이 짧은 설 대목장인데, 지난 연말 이후 시세 약세는 이어져 오고 있는 데다, 추워져야 소비가 잘 되는 감귤, 단감 등엔 겨울비와  온화한 기온, 잦은 미세먼지 등 최근의 겨울 날씨가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 이에 대목장 초반 명절 분위기는 물론 대다수 품목의 과일 시세도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샤인머스켓 등 일부 품목은 선전할 것이란 기대의 목소리도 들렸다.


가락시장 감귤 10kg 1만원 전후
최근 3년 평균의 ‘반토막’ 수준
주출하기 2~3월인 만감류도
이른 설·온화한 날씨 악재로


▲감귤류=지난해 말부터 지속된 감귤 가격 약세가 설 대목장에 들어서면서도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에 따르면 2019년산 노지온주 생산량은 2018년 대비 6.7%, 평년 대비 3% 늘어난 49만8900여톤으로 추정된다. 이렇듯 생산량이 증가한데다 설 대목장이 시작되며 내린 겨울비도 시세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가락시장에서 감귤 시세는 10kg 상품에 7일 9616원, 8일 1만69원, 9일 9141원 등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 시기 최근 3년 평균 시세는 1만원 후반대를 형성했다. 1월 둘째 주 기준 최근 3년보다 올해가 설에 더 가깝기도 하다.

여기에 한라봉, 레드향, 천혜향 등의 만감류 시장은 이른 설에 따른 여파가 크다. 만감류의 주 출하기가 2~3월이지만 설 대목장이 1월 중순에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김한수 서울청과 경매사는 “이제 대목장에 들어가는 시점인데 비가 오니 매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가뜩이나 감귤류 시세가 좋지 못했는데 대목장 초반에 비가 오고 겨울철 미세먼지가 잦은 가운데 온화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겨울 대목 분위기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며 “설 대목장에 감귤 시세가 어려움을 겪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김 경매사는 “만감류 중 천혜향은 3월에 제 맛이 들고 레드향도 1월말에서 2월 정도가 적기인데 이른 설로 인해 출하가 당겨졌다”며 “만감류를 비롯한 감귤시장은 이른 설 여파가 설 전에도, 설 이후에도 계속해서 악재로 작용할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품위 간 시세 격차는 크게 발생하고 있어 이에 유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렸다.

김 경매사는 “전반적인 시세는 좋지 못하지만 그래도 상품성이 좋은 감귤은 시세가 나오는 편”이라며 “특히 중량 등 표준 사이즈에 맞춰서 출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잦은 비가 품위에 안좋은 영향
생산량 줄었는데 시세도 하락
온화한 날씨도 소비 발목


▲단감=단감은 지난해보다 생산량이 감소했음에도 시세는 전년 대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농경연 관측본부 추정 2019년산 단감 생산량은 2018년과 평년 대비 각각 0.8%, 25.2% 줄어든 10만3500톤으로 조사됐다. 그럼에도 가락시장에서 부유 단감 평균 도매가는 7일 2만4418원, 8일 2만4448원, 9일 2만3383원 등 2만원 초중반대를 보이며 2만원 후반대를 보였던 지난해 설 대목 초반장 시세보다 못 미치고 있다.

시장에선 단감도 겨울비 등 최근의 날씨가 소비에 도움을 주지 못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더욱이 잦은 비 등 최근의 습한 날씨가 봉지를 씌워 출하되는 단감 품위에는 좋지 않게 작용하고 있다. 단감은 선물용보다는 제수용 위주로 설 대목에 소비가 이뤄지기에 설 연휴 2~3일 전 소비가 정점일 것으로 보이지만, 작년보다 못한 설 대목장이 될 것이란 전망이 앞선다.

박영욱 중앙청과 경매사는 “비가 오는 바람에 감 소비가 안 되고 있다. 봉지를 씌우는데 습기가 끼니까 감 품위를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며 “더욱이 잦은 미세먼지와 온화한 겨울 날씨도 단감, 감귤 등 겨울 과일 소비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박 경매사는 “올해 단감은 그래도 대과가 많아 농가 수취가는 지난해보다 많이 떨어지진 않겠지만, 올해 설 대목 감귤 시세는 10kg 특품에 3만5000원 내외로 4만원을 오갔던 작년보다 못한 시세가 나올 것 같다”며 “시세는 큰 변동 없이 유지될 것 같으니 꾸준한 출하가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장성 강해 겨울에도 출시
출하량도 분산돼 시세 지지
유통업체 납품도 늘려 ‘기대감’


▲포도(샤인머스켓)=사과, 감귤, 단감 등 설 대목 주요 과일 품목들의 시세 형성이 어렵게 전개되고 있고, 설 대목 전망이 어두운 품목이 많지만 기대를 갖게 하는 품목도 있다. 설에는 국내산 포도가 없을 것이란 정설을 깬 ‘샤인머스켓’ 포도가 대표적이다. 저장성이 강한 샤인머스켓은 겨울철에도 충분히 시장에 선보일 수 있으며, 올해 설에도 샤인머스켓이 선물용으로 인기를 끌 전망이다. 더욱이 생산량이 급증하고 있음에도 수출용으로 나간 양이 많고, 백화점 등에서 선물용으로 납품을 늘리고 있어 시세가 지지되고 있다.

강근진 중앙청과 경매사는 “당초 전망보다 출하량이 분산이 되고 있다. 수출용으로도 많이 나가서 시장 반입량이 예상보다 많은 편은 아니다”며 “여기에 백화점 등 주요 대형 유통업체에서 선물용으로 샤인머스켓 납품을 늘리고 있어 설 대목에 샤인머스켓 시세는 비교적 양호할 것 같다. 현재 2kg에 좋은 것은 4만원 이상이 나가는데 그 정도 시세가 유지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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