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 김경욱 기자] 

▲ 1월 초 현재 산지에선 본격적인 설 대목장에 앞서 설에 납품될 과일에 대한 재선별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3일 의성거점APC에서 이융기 센터장이 재선별된 사과 품위를 살펴보고 있다.

설 연휴가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사과·배 등 주요 제수용 과일을 중심으로 설 대목장에 들어설 채비를 하고 있다. 이번 설 대목은 과일 시장이 유독 중요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지난해 가을 수확기 이후 사과, 감귤 등 주요 과일 시세가 하락하고 있어 농산물 최대 소비 성수기인 설 대목장에 이를 반등시키지 않으면 약세장이 장기화하기 때문.  

특히 명절 대표적인 제수용 품목이자 선물용 과일이기도 한 사과·배의 경우 올해 유독 대과 위주의 저장량이 많아 대과가 주로 소비되는 설 대목장에 기대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낮은 시세 흐름, 이른 설 등으로 초반 분위기는 썩 좋지 않은 상황이다.

설 대목장 진입을 목전에 둔 지난 3일, 국내 주요 APC(산지유통센터)인 대구경북능금농협 의성거점APC 방문을 시작으로 2020 설 대목장을 점검해본다. 


▶사과
가을철 잦은 비 등 궂은 날씨 탓
색 안 나오는 물량 속속 발견
과는 크고 당도도 양호한 편
낮은 가격 맞물려 선물용 기대


▲사과=지난 3일 경북 의성의 대구경북능금농협 의성거점APC에선 수확 이후 선별해 저장했던 사과 물량에 대한 재선별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설 대목장을 앞두고 상품성 없는 물량을 분류하기 위함으로, 이를 시작으로 산지에선 본격적인 설 대목장이 열린다. 선별 작업을 위해 대기하고 있던 물량을 얼핏 보니 과 크기가 큰 반면 색은 나오지 않은 물량이 속속 눈에 띄었다.

이에 대해 이융기 의성거점APC 센터장은 “올 설 대목장에 나올 지난해산 사과의 경우 가을철 잦은 비 등 궂은 날씨 영향 때문에 색이 좋지 않은 물량이 많다”며 “소비자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걱정이 앞선다”고 설명했다.  

반면 지난해산 사과 생산량이 늘어난 가운데 이 중에서도 설 대목장에 주로 소비되는 대과가 많고 당도도 양호한 상태로 파악되고 있다. 이는 설 대목장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 연말 통계청은 2019년산 사과 생산량이 전년 대비 11.2% 증가한 54만5300여톤으로 추정했다. 

이융기 센터장은 “지난해의 경우 전체 사과 중 대과 비중이 중소과와 5대 5였다면 올해엔 8대 2 정도 된다. 해거리 영향 등으로 그만큼 대과 비중이 많다”며 “색은 나오지 않고 있지만 수확기 비가 와 나무에 달려있는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당도도 양호한 편”이라고 전했다. 

우려스러운 건 최근의 낮은 사과 시세와 함께 설이 일러 판매 기간이 짧다는 점이다. 이에 따른 산지 농가들의 우려가 큰 상황이다. 실제 서울 가락시장에서 12월 한 달간 사과 부사 10kg 상품 평균 도매가격이 2만원 내외를 형성하며 2만원 후반대였던 2018년 12월과 2만원 중반대였던 평년 12월 시세를 한참 못 미쳤다. 산지 공판장 역시 가격대가 무너져 있다. 

의성 사과 재배농가 이관수 씨는 “사과 콘티 한 상자(20kg)에 3만원은 나와야 수익이 보전되고, 2만5000원은 돼야 인건비는 건지는데 지금 2만원 초반대 물량이 다수”라며 “최근의 시세가 설까지 이어지면 정말 심각해질 수 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설도 일러 판매 기간이 짧다 보니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도 산지와 비슷한 분석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그나마 ‘대과와 낮은 가격’이 맞물리며 사과가 주요 선물용으로 인기를 끌길 기대하고 있다. 특히 품위 간 시세 격차가 크게 발생하고 있어 선별에 유의해야 한다는 점을 당부하고 있다. 

엄태화 안동농협공판장 경매과장은 “지난해 설엔 대과가 많이 없었던 반면 올해 설엔 해거리 영향으로 대과가 많다. 여기에 당도도 양호한 편”이라며 “문제는 색택과 경도인데 이에 올해 설 대목장 사과 홍보 마케팅을 대과와 당도에 맞춰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김장호 가락시장 서울청과 경매부장은 “예전 같으면 벌써 형성됐어야 할 대목장인데 올해엔 설 연휴가 2주 남은 (6일) 현재 아직 설 대목장이 형성되지 않고 있다”며 “둘째 주 주중 이후 대목장이 시작되며, 설 연휴 전주인 셋째 주는 돼야 설 분위기가 나는 대목장이 형성될 것 같다”고 밝혔다. 

김 부장은 “다만 현재 설 대목에 소비가 잘 되는 대과가 많고, 시세는 높지 않게 형성돼 있어 타 상품군보다 사과가 선물용 등으로 인기를 끌 수 있다”며 “이를 염두에 두고 설 홍보를 전개할 필요가 있다. 산지에서는 상품 간 시세 격차가 유독 크게 발생하니 선별에 더 주의를 기해 선물용 등으로 사과가 많이 소비될 수 있게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
연이은 태풍에 낙과 많았지만
후기 기상여건 좋아 대과 늘어
과 비대로 당도 떨어졌단 분석
“선별 판매로 맛에 문제 없을 듯”


▲배=배도 대과 위주의 출하가 예상되지만 가격은 지난해보다 약세를 띨 전망이다. 지난해 ‘링링’, ‘타파’, ‘미탁’ 등 연이은 태풍으로 낙과가 많았지만 생육 후기 기상 여건이 좋아 대과 생산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 위축이 가격 형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신고 배(15kg 상자) 평균가격은 3만3798원으로, 전년 3만9955원보다 약 15% 가락 하락했다. 2019년산 배 생산량은 전년보다 3% 증가한 21만톤 수준. 재배면적은 7% 줄었지만, 단수가 늘면서 전년보다 생산량이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설 대목 배 가격도 전년보다는 하락할 것이란 전망. 가락시장 중앙청과 김갑석 경매부장은 “올 설 대목 배 평균 거래가는 2만8000~3만3000원 정도로 본다. 작년엔 4만원 대였다”며 “태풍 피해로 낙과가 있었지만 이후 비가 적절하게 내리면서 대과 위주로 생산량이 늘었다”고 전했다.

여기에 과가 비대해지면서 당도가 다소 떨어졌다는 지적이 있다. 이는 폭염과 가뭄으로 생산량은 줄었지만 당도는 높았던 2018년과 비교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전년보다 평균 1.5에서 2브릭스 가량 당도가 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무엇보다 소비 동향이 설 대목장의 가장 큰 변수로, 지금처럼 소비가 위축돼 있는 상황에선 가격 형성이 쉽지 않다는 것. 천안배원예농협 김선균 과장은 “작년 생육기 비가 많이 내렸다지만, 조합별로 당도를 선별해 판매하기 때문에 맛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소비자들이 많이 찾아주지 않는 것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생산량의 많다 해도 소비자들이 그만큼 찾아주면 가격은 형성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농가에서는 설 명절을 겨냥해 출하하는 배는 품질 관리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갑석 부장은 “대과가 많아지면서 과피 얼룩이나, 과육에 바람이 든 경우가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며 “품질 좋은 것은 가격을 높게 받겠지만 현재로선 그런 물량이 많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출하농가들은 품질 관리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성규 (사)한국배연합회장은 지난 3일 열린 가락시장 과일 초매식에 참석 “배는 소비자가 원하는 쪽으로 품종 변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자조금을 통한 소비촉진 홍보와 함께 생산량의 20% 가량을 수출하는 목표를 갖고 있다”며 “이를 통해 우리나라 배가 전통과일의 위상을 다시 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관태·김경욱 기자 kimkt@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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