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김경욱 기자]

올해 설 차례상 차림비용은 23만972원(전통시장 기준)으로 지난해 대비 1.2% 감소했다. 사과와 배 가격이 15% 이상 하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와 배추는 지난 파종기 때 태풍과 가을장마로 작황이 부진해 평소보다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설 대목이 다가올수록 출하량이 늘고 있어 가격은 하락세로 꺾인 모양. 더욱이 기상여건이 양호해 설 이후부터는 출하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여 하락 폭이 예상보다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외 시금치, 호박, 쪽파 등 제수용 주요 채소 품목은 온화한 겨울철 날씨로 인해 품목 특성에 따라 출하량이 들쑥날쑥한 가운데 전반적인 시세는 높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무, 작황 부진에 시세 높았지만
설 앞 출하량 회복, 상승세 멈춰 
2월 중순 이후 홍수 출하 가능성 
배추도 평년보다 출하량 적어  
2월 만생종 나오면 회복할 듯

시금치·대파·쪽파 물량 많고
소비도 부진해 시세 지지 난항
작황 부진 호박만 평년 웃돌 듯


▲무·배추=무의 경우 월동무 초기 물량이 적어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1월 1~10일 평균 도매가격은 20kg 상품기준 2만5479원으로, 평년 9213원보다 177% 높은 수준이다. 월동무 가격이 이처럼 높게 형성된 것은 지난해 생육 초기 가을장마와 3차례에 걸친 태풍 피해로 작황이 부진한 것이 원인이다. 이에 도매시장으로 출하되는 제주 지역 월동무 공급이 원활치 못한데다, 육지 무도 가격 강세로 저장하는 물량이 생기면서 가격 상승을 더 부추기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설 대목이 다가오면서 오히려 가격 상승세는 멈췄다. 13일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무 평균 도매가격은 20kg 상품기준 1만9014원으로, 전 7일 평균 2만5240원 대비 16% 낮게 거래됐다. 출하량이 늘고 있기 때문. 

오현석 대아청과 영업2팀장은 “현재 무 시세가 높게 형성돼 있지만 앞으로는 예상 외로 하락 폭이 클 수 있다”며 “지금까지의 출하물량은 적었는데 이제는 회복이 많이 된 상태로, 양이 계속 늘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오현석 팀장은 “지난해 태풍 피해가 있었어도, 재파, 삼파 한 무들이 예상 외로 잘 자랐다. 사실 세 번째 파종한 무는 뽑아 먹지 못할 줄 알았는데 정상적으로 자라고 있다”며 “더욱이 지금 제주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지도 않고, 비가 자주 내려 생육 조건이 너무 좋은 상태다. 설 명절이 끝나고 2월 중순 이후에는 홍수 출하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배추 역시 가격은 평년보다 높으나 가격 강세는 한풀 꺾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월 1~10일 거래된 배추 도매가격은 10kg 상품기준 9273원으로, 평년 4773원 보다 약 2배 가량 높은 상태다. 하지만 1월 하순 이후 주로 출하되는 만생종 겨울 배추의 경우 최근 기상 여건이 양호해 2월부터는 출하량이 어느 정도 회복할 것이란 전망이다. 

농업관측본부가 10일 내놓은 엽근채소 수급 동향 및 전망에 따르면 설 성수기인 1월 중·하순 배추 출하량은 겨울배추 출하량 감소로 평년 대비 16% 적을 전망이나, 만생종 출하가 본격화 되는 2월 출하량은 감소폭이 1월보다 줄어 전년 대비 10% 가량 적을 것으로 보인다. 

오현석 팀장은 “배추 주산지인 전남 해남 날씨가 좋아 구도 커지고 결구도 잘 돼 상품성이 좋다”며 “가공공장 등으로 들어간 물량도 꽤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수급에 큰 지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목 주요 채소류=설 대목장엔 무와 배추 이외에도 제수용 품목인 시금치, 호박 등 주요 채소 품목이 있다. 이 중 제수용이자 나물류인 시금치의 경우 대목장 물량이 당초 예상보다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가을 태풍 등의 영향으로 작황을 안 좋게 봤는데 겨울 날씨가 따뜻해지며 남부권에서 서울 근교 시설채소까지 많은 양의 물량이 설 대목장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장재균 한국청과 경매사는 “날씨가 워낙 포근하고 강수도 적절하게 오다 보니 2월 중순에 나올 게 앞으로 당겨지기도 했다”며 “물량은 충분히 확보될 것 같은데 전반적으로 소비가 부진해 시세 지지에 어려움이 클 것 같다”고 밝혔다. 

전에 많이 쓰이는 호박의 경우 시금치와 상황이 다르다. 호박은 고온 현상이 생육에 맞지 않아 작황이 상당히 좋지 않고, 이로 인해 물량도 많지 않은 편이다. 이에 올해 재배면적이 늘었음에도 설 대목장에 나올 물량은 전망치보다 줄어들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최선만 서울청과 경매사는 “호박의 경우 고온 현상 때문에 물건이 짧고 양도 예년만 못하다”며 “이에 현재 시세가 높은 편인데 설 대목장에도 평년 대목장 이상의 시세가 예상된다. 그래도 명절 대목장이 잘 서지 않아 물량이 줄어든 것 치고는 그리 높은 단가는 형성되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대목장 주요 양념채소이자 꼬치 등으로 활용되기도 하는 대파와 쪽파 상황도 좋지 못하다. 대파의 경우 온화한 날씨로 파가 많이 자란데다 1월 둘째 주 비로 인해 작업하지 못한 물량까지 쏟아지며 설 연휴 전주인 셋째 주 현재 물량이 늘어나고 있다.

시장에서는 대목장까지 적지 않은 물량이 계속해서 들어올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날씨가 따뜻해 저장성이 약해져 중도매인들이 재고 부담으로 인해 물량 구매를 주저하고 있어 대목장 정점 기간이 짧을 것으로 시장에선 내다보고 있다. 

쪽파도 주요 산지 중 한 곳인 제주 지역이 당초 태풍 영향으로 재배면적이 줄 것으로 봤는데 태풍 이후 많은 곳이 재배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더욱이 겨울철 날씨가 따뜻해 파가 길고 양도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래도 생산량이 평년보다는 줄 것으로 보여 시세는 평년 대목 시세는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최윤준 대아청과 경매사는 “겨울철 따뜻한 날씨가 대파와 쪽파 시장을 흔들고 있다. 산지에서 재배는 늘고, 중도매인들의 재고 부담으로 구매력은 떨어진다”며 “대목장이 예전보다 줄어들까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김관태·김경욱 기자 kimkt@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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