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서상현 기자]

경기도 여주시는 품질 좋은 쌀과 맛있는 고구마 주산지다. 최상의 쌀과 고구마가 생산되는 것은 기후와 토질 등 농업환경이 뒷받침해주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벼, 고구마 전문가로 명성을 얻고 있는 안치중 여주시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의 열정과 노력이 한몫했다. 그는 지역특산물인 쌀과 고구마의 발전을 주도한 공로로 2018년 한국농업기술보급대상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전국 최대 생식용 고구마 단지 육성

안치중 농촌지도사는 대학졸업 후 보험회사 등지에서 10년 넘게 사회생활을 하다가 2000년 1월 15일 여주군농업기술센터(현 여주시농업기술센터)로 발령을 받았다. “부모님을 부양하려고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그는 고향에서 새로운 직장을 찾다가 농촌지도사의 길로 들어섰고, 밭작물을 맡으면서 고구마와의 연인이 시작됐다.

여주지역은 생식용 ‘밤고구마’의 전국 최대 주산지다. 재배면적이 관내 1850ha, 관외 1150ha 등 3000ha에 달한다. 안치중 농촌지도사는 “전국 고구마 생산량의 16%, 유통물량의 30%를 차지한다”고 전한다. 여기에는 고구마의 품질고급화, 재배생력화, 저장·가공·유통과 관련된 새로운 기술 등을 확산시켜온 안치중 농촌지도사의 역할이 컸지만 과정은 순탄치는 않았다. 업무를 맡을 즈음 ‘고구마덩굴쪼김병’ 확산세가 심각했다. 또, 고구마재배는 삽식, 비닐피복, 피복비닐 위에 흙덮기, 고구마 활착순 꺼내기 등 작업형태가 복잡하고, 고구마 농가당 평균재배면적이 10ha 정도로 대규모 농가들이 많았다. 이들은 노동력 부족으로 적기작업이 지연되기 일쑤였다. 그는 “1999년경부터 ‘덩굴쪼김병’이 발생해 재배면적의 10%가 넘게 확산됐었다”면서 “발병한 곳에서는 수년간 고구마를 재배할 수 없는 게 ‘덩굴쪼김병’이라서 방제대책을 요청하는 농가들이 많았다”고 전한다. 또한 농촌노동력 부족에 대응한 생력화기술의 보급도 시급했다. 이것이 2000년부터 여주고구마연구회를 육성하면서 적극적인 현장지도 및 컨설팅에 나서게 된 배경이다.

#재배 생력화 기술보급에 앞장

안치중 지도사가 열정을 쏟은 것이 재배생력화다. 그는 “고구마 비닐피복·동시복토기, 고구마 덩굴예취기, 고구마 정식기 등 고구마 재배농가의 일손을 줄여주는 기계를 보급했다”고 설명한다. 예취기는 고구마 수확 시 덩굴을 절단할 수 있는 기계인데, 시범사업으로 농가에 보급하면서 생력화에 기여했다. 또한 고구마는 삽식작업 인건비가 전체경영비의 20% 가까이나 된다. 이것이 고구마 비닐피복·동시복토기를 개발하게 된 동기인데, 고구마를 삽식한 후 비닐피복과 동시에 흙은 덮어준다. 고구마 자동삽식기의 경우 빨래집게로 고구마를 정식하다가 아이디어가 떠올라 개발했다. 파급효과도 컸다. 안치중 농촌지도사는 “일손을 덜 수 있는 기계를 개발하고, 수확 시 상처를 저장 전에 아물게 하는 큐어링(Curing, 아물이)기술을 보급해 노동력은 95%나 절감하고, 저장 및 유통 중 부패율을 50%나 감소시켰다”고 분석한다.

이와 함께 여주시농업기술센터에서는 고구마 유전자원포를 운영하면서 품종 발굴, 재배기술을 확립 등에 활용하고 있다. 유전자원포는 ‘덩굴쪼김병’ 저항성 품종인 ‘신건미’를 선발, 보급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또한 안치중 지도사는 2015년에 농림축산식품부 종자산업기반구축사업 ‘고구마종순분야’에 공모해 30억원의 사업비로 고구마 바이러스 무병묘센터를 설치했다. 이후 660㎡ 규모의 무병묘센터에서 연간 30만주의 무병묘를 생산해 관내농가들에게 보급하면서 고구마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여주쌀 명성을 잇는 게 목표

안치중 농촌지도사는 2014년부터 여주시농업기술센터 작물환경팀장을 맡아 여주쌀 명품화 및 과학영농 실천에 힘 쏟고 있다. 34개국, 520품종의 벼 유전자원 보존하기 위한 벼 유전자원포와 쌀 전시관을 운영하면서 쌀의 고장이라는 명성을 잇고 있다. 또한 2018년 기준 관내농협의 쌀 매입(수매)가격이 전국 최고 수준인 7만~7만4000원/40㎏인데 여주쌀이 앞으로도 계속 최고 가격을 받는 것이 목표다. 안치중 지도사는 연간 1600여명의 농업인들에게 GAP(농산물우수관리제)를 교육하면서 2007년까지 전무했던 GAP인증면적을 2018년 기준 1700ha로 늘렸고, 2017년 대비 소득도 16%를 증대시켰다. 여기에 더해 소비자들로부터 호응을 받고 있는 ‘진상벼’ 생산단지를 바탕으로 여주쌀의 경쟁력과 농가소득 제고가 가능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여주시에서는 2013년부터 ‘진상벼’ 단지를 조성하고 ‘왕실진상답에서 생산한 자채쌀’이란 브랜드로 판매하면서 재배면적을 늘려가고 있다. 멥쌀에 비해 윤기와 찰기가 있는 반찰(중간찰) 품종인 ‘진상벼’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좋기 때문이다. 아울러 여주시는 ‘진상벼’ 품종에 대한 전용실시권을 취득해 관내에서 재배되던 외국품종도 대체하고 있다. 이와 함께 안치중 지도사는 “새로운 쌀 판매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쌀 자판기와 쌀 판매대를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 설치했다”면서 “유전자원포 벼를 활용해 관상용벼 6품종을 선발하고, 관내 음식점, 고속도로 IC와 휴게소 등에 심어서 여주가 쌀의 고장임을 홍보하고 있다”고 전한다. 여주쌀의 소비촉진을 위한 가공품 개발, 판로모색, 관광 상품화 등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안치중 농촌지도사는 청년농부들의 든든한 후원자이기도 하다. 관내에서 고구마, 옥수수 등의 농사를 짓는 ‘슬기농장’의 권슬기, 김수진 부부는 2014년 귀농한 초보농사꾼이다. 김수진 씨는 “시집을 오기 전까지 농사의 농자도 몰랐다”고 전한다. 남편인 권슬기 씨도 농사일을 거들면서 자랐지만 전문적으로 농업기술을 익힌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귀농 후 몸으로 부딪히면서 하나씩 배워나가고 있다. 이들 부부의 든든한 후원자가 안치중 지도사다. 김씨는 “농사를 짓다가 보면 품종별 특성이나 생리장해, 병해충 방제 같은 기술이 매우 어려운데, 안치중 지도사가 항상 친절하게 모르는 것을 알려주고, 더 배우고 싶어 하면 적극 후원해준다”라고 고마워한다. 작물의 생리장해나 병해충은 발생원인도 다양하고, 증상이나 병징이 유사해 초보자가 구별하기 쉽지 않다. 이럴 때 큰 도움이 된다. 이들 부부는 기술센터의 교육이나 연구회 활동도 열심히 한다. “고구마 재배기술을 비롯해 전통장류 가공기술, 전자상거래 등 농업기술센터의 교육이 큰 도움이 된다”는 김씨는 “젊은 농부들은 이론교육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농업기술센터와 농촌지도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덧붙였다.<공동기획 : 농촌진흥청 지도정책과>

서상현 기자 seosh@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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