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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현장의 기술을 디자인하다 <4>안성구 의령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35년 농민 조력자로…오늘도 시험포 농장서 구슬땀
▲ 지난 35년간 문양수박과 산초유를 개발하고, 최근에는 망개떡을 위한 망개씨 틔우기에 여념이 없는 안성구 농촌지도사.

[한국농어민신문 조영규 기자]

35년. 안성구 농촌지도사가 농촌지도사 명함을 내걸고 걸어온 세월이다. 문양수박을 통해 의령수박의 이름을 높였고 산초유를 만들어 새로운 소득원을 선물했다. 지금은 망개떡 재료 ‘망개잎’을 상시 채취할 수 있도록 망개씨를 틔우는 중이다. 그렇게 하루도 쉬지 않고 새로움을 추구해 온 이유, ‘농촌지도사는 농업인이 농가소득을 높여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라는 지론을 실천하기 위함이었다. 농촌지도사로 공직을 마칠 때까지 호기심 가득한 농촌공무원으로 살겠다는 안성구 농촌지도사는 명찰에 새겨진 ‘시험개발담당’이라는 역할을 위해 시험포 농장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문양수박, 수박에 볼거리를 더하다

1984년 4월 국가직 공채 마지막 세대로서 농촌지도사를 시작하게 된 안성구 농촌지도사. 안성구 농촌지도사의 명성은 ‘문양수박’에서 시작된다. 의령에서 문양수박을 얘기할 때 안성구 농촌지도사가 회자되고, 안성구 농촌지도사와 만날 때면 ‘문양수박’의 안부가 먼저다. 문양수박을 내놓은 이가 안성구 농촌지도사이기 때문. 문양수박은 의령군농업기술센터에서 타 지역과 차별화된 고품질 수박생산을 위해 1994년부터 추진한 브랜드화 사업의 일환으로, 안성구 농촌지도사가 개발한 수박 상품이다. 문양수박은 수박 해충인 목화바둑명나방 애벌레가 수박 표피를 갉아먹는 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것이 안성구 농촌지도사의 설명이다. 안성구 농촌지도사는 “사과와 배는 처음에 새파랗다가 익으면서 붉은색과 노란색으로 변하는 것과 달리 수박은 익음에 따라 색이 변하지 않고 표피에 형성된 엽록소층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초록색을 띤다”며 “표피 엽록소층에 상처를 내서 엽록소를 제거하면 그 부분이 하얗게 되면서 문양이 새겨지는 원리인데, 처음에 애벌레가 수박 표피를 갉아먹고 난 다음 상처가 아물면서 그대로 하얗게 흔적이 남는 현상을 보고 착안했다”고 말했다.

문양수박의 ‘수박표피 문양형성방법’은 1996년에 특허로 출원해 1998년에 특허를 받았다.

의령군 용덕면에서 ‘문양수박’을 출시하고 있는 양재명 수박천국농장 대표(한농연의령군연합회장)는 “수박은 이제 특화되지 않으면 돈이 되지 않는 시대가 왔다”며 “고품질에 부가가치가 더해진 수박만이 생존하게 되는데, 그 추세에 맞아떨어진 것이 문양수박”이라고 말했다. 안성구 농촌지도사는 양재명 대표 농장에서 문양수박을 연구했고, 이 과정에 양재명 대표도 힘을 보탰다. 문양수박 경력 20년이 넘은 양재명 대표는 “‘먹는 수박+보는 수박’이 인정받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 만큼 문양수박의 끈을 계속 이어갈 계획”이고 강조했다.
 

▲ 양재명 수박천국농장 대표(한농연의령군연합회장·사진 오른쪽)는 안성구 농촌지도사와 함께 문양수박을 연구, 판매해오고 있다.


#산초가 의령의 새로운 특산물로

의령은 ‘산초’를 신사업으로 끌고 있다. 의령의 지역전략작목이 수박 외엔 없다는 판단에서 새로운 지역전략작목으로 선택한 것이 산초다. 의령에 산초단지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 안성구 농촌지도사가 주도하고 있다. 안성구 농촌지도사는 “산이 울창해지면서 산초를 자연에서 따기 힘들어지는데, 의령이 지리산의 한 부분으로 산초를 키우기에 알맞은 환경이란 점을 고려해 이전까지 의령에서 보기 힘들었던 산초를 틈새작물로 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산초산업은 2013년부터 시작됐다. 2019년 상반기까지 조성된 산초 단지는 61㏊(132농가). 2022년까지 100㏊ 규모의 산초특화단지를 만들겠다는 목표의 절반 이상을 달성한 셈이다. 산초는 보통 묘목을 심고 3년 이후부터 산초 기름으로 가공할 수 있어 2016년부터 조금씩 착유를 시작한 가운데 2017년에 본격적으로 산초유를 생산했다. 2017년과 2018년 판매액은 약 1억3,000만원과 5억3,000만원. 또 2018년에는 ‘산애산초’ 상표등록과 포장디자인 개발을 마쳤으며 산초가공작업장도 넓혀 산초 특화단지를 만들기 위한 디딤돌을 하나씩 놓아가고 있다.

산초유가 의령 지역경제와 더불어 농가소득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10a당 132주를 식재하고, 식재 3년차부터 수확, 5년차부터 1주당 평균 400g의 열매를 생산하며 산초종자 1㎏ 가공시 산초유가 320~360㎖가 생산되고, 한병당(375㎖) 15만원으로 판매한다는 가정에서 10a당 산초유 예상소득은 676만원이 예상된다. 10a당 쌀 소득과 비교하면 6배 이상의 소득이 예측된다는 것이 안성구 농촌지도사의 분석이다.

안성구 농촌지도사는 “산초가 신소득작물로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의령을 산초 특화단지로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며 “산초산업연구회원들과 함께 산초유는 물론 다양한 시제품도 만들어보면서 산초를 활용한 가공 제품개발에도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의령의 새로운 소득원을 찾다

안성구 농촌지도사는 의령군농업기술센터의 새기술실증시험포에서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데, 최근에 시작한 것이 ‘망개싹 틔우기’이다. 의령이 망개떡의 고향인데 최근 망개잎의 자연 채취가 힘들어진데다 일부 중국에서 수입산이 들어오고 있어 망개떡의 위상이 떨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던 것. 안성구 농촌지도사가 직접 시험포에서 ‘망개씨앗 발아시험’에 돌입한 이유다. 씨를 뿌리고 모종을 키워 농가가 재배토록 한다는 계산이 깔린 시험이다. 문제는 망개씨앗이 너무 단단해 싹이 잘 올라오지 않고 올라오더라도 2~3년이 걸린다는 점. 안성구 농촌지도사는 EM(유용미생물)과 염산, 황산 등을 처리하면서 발아율을 높이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안성구 농촌지도사는 “의령 망개떡은 당연히 국산 망개잎을 사용해야 한다”면서 “한 장에 16~17원을 받는 망개잎이라면 소득원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문양수박의 상품화도 고민 중이다. 아직까진 문양수박은 개인이 주문을 받아 유통하는 시스템이어서 이를 통합, 농가는 생산에 전념하고 유통업체가 문양수박을 판매하는 협력체계를 구축함으로써 문양수박이 농가소득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한다는 얘기다.

안성구 농촌지도사는 ‘호기심’ 가득한 농촌지도사다. 문양수박을 개발한 것도, 산초를 키우는 것도, 망개씨에 온갖 약품처리를 해보는 것도 그 호기심에서 비롯된 발상이었다. 그런 그는 농촌지도직을 마무리 할 때까지도 ‘호기심’을 놓지 않겠단다.

안성구 농촌지도사는 “농촌지도사가 농업인에게 새로운 정보를 알려줘야 할 의무도 있기에 호기심을 갖고 다양한 실험을 하는 것은 농촌지도사로서의 숙명”이라며 ”의령에서 잘 자랄 수 있는, 또는 의령 농업인들이 잘 키울 수 있는 소득원이 무엇인지를 계속해서 연구할 것”이라고 당찬 포부를 던졌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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