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유전 원칙 재정립 최우선·농협개혁 공론화 불지펴야”

[한국농어민신문 이동광 기자]

▶농지, 농업생산수단으로 보전
비농업인 농지 소유 허용
현행 농지법은 ‘위헌’ 소지 
상속 인정하되 처분규정 둬야
임대료 상한선 설정도 시급

▶농협개혁도 주요 의제
중앙회 특권적 지위 폐지
비사업조직으로 개편 필요
상호금융연합회 설립하되
일선조합 공제사업 복원을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농특위)가 4월 25일 많은 농어민의 큰 관심 속에 출범했으나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한국농업경영인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 전국농민회, 가톨릭농민회 등 주요 농민단체 대표들이 위원 선정과정에서 대거 빠지면서 벌써부터 반쪽짜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국민행복농정연대는 지난 2일 서울 S타워 경제사회위원회 대회의실에서 현정부임기내 실행 가능한 정책과제 중심으로 ‘농특위의 과제 및 운영방향에 대한 의견수렴 워크숍’ 2차 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워크숍에서 논의된 핵심 의제는 농특위에서 적극 받아드리도록 제안서를 만들어 전달할 예정이며, 의제 제안 내용에 대해 2회에 걸쳐 정리한다.

▲농지법 개혁 문제=이번 회의에서 농특위는 농지 소유 및 이용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헌법의 경자유전 원칙에 대한 재정립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특히 한국농업법학회는 농특위의 당면 집중과제 제안에서 우선 농업·농촌 문제 해법 차원에서 농업생산 요소인 농지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동천 한국농업법학회 회장(홍익대 교수)은 “최근 대법원 판례에서 농지 사유재산권의 문제가 대두됐고, 농지의 70%는 비농업인 소유라는 통계가 있다”며 “더구나 농지 대상으로 투기 광풍이라는 말까지 들려온다. 이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보니 헌법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들여다보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한국농업법학회에 따르면 헌법 제121조 1항의 경자유전의 원칙은 농지를 농업생산수단으로서의 재산적 가치만을 인정받도록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는 취지다. 농지는 재산증식이나 임대 수단으로 이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헌법 제121조 제2항에 의해 비농업인이 농지소유에 대해 농업생산성 제고, 농지의 합리적인 이용, 불가피한 사유로 발생한 농지에 대해서만 법률로서 비농업인의 농지소유를 인정하고 임대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이 3가지 사유의 범위 내에서만 농지법에 세부적인 내용을 정하고,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제1항에 의한 경자유전 원칙의 예외를 농지법으로 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헌법 해석상 비농업인의 농지소유를 일반적으로 허용하는 입법은 법률유보의 한계를 넘는 헌법 위반이다. 상속권이라는 권리를 박탈하거나 이농 즉시 농지를 처분해야 한다는 등 불가피하거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는 없으나 비농업인의 농지소유를 일반적으로 무한히 허용하는 농지법은 헌법 명령의 한계를 넘는 위헌적 규정이다.

따라서 비자경 상속인, 이농자 등 비농업인의 농지소유는 일정 기간 내에 처분을 명하는 규정을 두지 않으면 법률유보의 한계를 넘는 입법이다. 농지는 농업생산수단으로 보존되고 이용돼야 한다는 것이 헌법 제121조의 규정이므로 농지법에 이를 위반하는 경우 처분을 명하는 규정을 둘 수 있다.

이와 관련 사동천 회장은 “대법원 판례가 나오면서 헌법적 시각에서 농지에 대한 헌법 규정과 사유재산 보장은 어떤 관계인가 분석했다”라며 “그동안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보게 됐고, 해석 잘 못하지 않도록 헌법학자들과 토의 과정을 거쳐 내린 결론이다. 종합하면 상속 등은 인정하되 일정기간 내 처분하도록 농지법에 규정하지 않는 것은 헌법 위반이 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사동천 회장은 “헌법 121조 1항에 소작제 금지 조항이 있는데 하위법률 어디에도 언급하지 않고 있어 소작제가 무엇인지 규정하는 문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라며 “최근에 와서 과도한 임대료를 내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농지를 투자 재산증식 수단으로 이용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는 조선시대보다 심각한 문제로 임대료의 상한선을 정해야 한다”라고 제기했다.

▲농협 개혁 문제=그동안 농업개혁, 농정혁신의 중요 축이자 과제로 ‘농협개혁’이 항상 제기돼 왔음에도 농협개혁 부문에서 분리되거나 배제된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이에 이번 농특위의 주요 의제로 농협개혁이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국민행복농정연대에서 개최한 농특위의 의제와 운영방향 논의에서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이 농특위의 주요 의제 중 하나로 ‘농협개혁’의 추진방향을 내놨다.

이날 김석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부위원장은 “2012년 농협중앙회 사업구조개편이 주식회사,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된 이후에는 사회적 논의 구조에서 농협개혁 문제가 실종되는 안타까운 현실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라며 “이런 인식하에서 농협개혁의 뜻을 모아 마련된 의견은 이미 국민행복농정연대에서 지난 대선 10대 공동과제에 담겨 있어 그대로 추진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10대 공동과제에는 농협개혁과 자주적 농업생산조직의 활성화를 제시했다. 주요 정책 과제는 농협중앙회의 특권적 지위를 폐지하고 일선 지역조합의 진정한 연합조직으로 육성·지원하도록 했다. 이를 위한 세부 실행 과제는 우선 농협중앙회는 회원조직을 지원하는 연합회로 개편하고 비사업조직화 하는 것이다. 그리고 상호금융연합회를 설립하고 협동조합금융이 아닌 금융지주의 자회사는 상장 매각해 상호금융연합회와 경제사업연회를 설립 운영하는 자본금으로 활용한다고 제기했다. 더불어 △일선 조합의 공제사업 복원 △금융지주로 부당 귀속시킨 관련 자산 상호금융연합회에 환원 △농협경제지주의 경제사업연합회로 전환 △품목별 연합회 중심으로 경제사업 추진 등의 내용을 제기했다.

김석 부위원장은 “지금 농협개혁과제를 다시 사회적으로 공론화 해 불을 지필 필요성이 있다고 느낀다”라며 “특히 직접적인 실천의식의 시간들을 모두의 힘으로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제안하며, 농특위가 소중한 불쏘시게를 만드는데 중요한 주체로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농특위 내 ‘협동조합개혁분과’ 또는 ‘농협개혁분과’를 설치.운영하고 주된 과제로 농협개혁 이행 방안 수립을 설정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농특위에서도 농어업분과, 농어촌분과, 농수산식품분과 이외에 농어업·농어촌 관련 특정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특별위원회의 필요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농협개혁 관련 분과 설치 가능성은 높게 점쳐진다.

이에 대해 황민영 상임대표는 “농협개혁이라는 관점에서 그동안 성과도 얻었지만 농협중앙회 조직이 너무나 두꺼운 뚫기 쉽지 않다”라며 “일례로 재정부 고위직이나 산림청장 출신이 농협관련 연구소 소장으로 오는 현실을 보면 안타까운데, 이런 문제까지 확실하게 짚고 가야 개혁적 추진력이 강화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진헌극 안전한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상임공동대표는 “농협의 자체적인 개혁도 필요하지만 올 3월 전국동시조합장 선거를 보면 역대 선거보다 더욱 혼탁했었다”라며 “선거 이전부터 문제제기가 됐음에도 우리 지역에서 부정선거가 노출되고 고소고발이 난무했다. 중앙회의 개혁도 필요하지만 지역농협의 문제 해결을 위해 선거법부터 심도 깊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광 기자 leed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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