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밭 등 인접…비산 농약 피해 생길까 노심초사”

[한국농어민신문 이동광 기자]

▲ 박용하 한국포도영농조합 대표가 PLS 시행으로 겪게 될 포도 농가들의 어려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병해충 방제 후 비오면
고랑 사이로 약제 스며들어
항공방제 인한 오염도 걱정

70% 이상이 65세 이상 고령농 
농약 성분명으로 등록 혼선
제조사마다 다른 표기도 문제
“충분한 유예기간 둬야” 목청


봄을 맞은 3월 초순 전국에서 포도 주산지 중 한 곳으로 유명한 충남 천안지역을 찾았다. 천안 지역 포도면적은 1100ha 정도로 노지포도 뿐 아니라 시설포도 재배면적이 상당하다. 주산지라고 하지만 외국처럼 포도 과원만 광활하게 조성돼 있는 구조는 물론 아니다. 우리 농민의 상당수가 복합영농으로 생계를 유지하듯 대부분 포도 과원 주변은 논, 밭, 하우스, 배 과원 등 다양한 품목과 인접한 곳이 부지기수다.

그러다보니 포도재배 농가들은 병해충 방제를 할 때마다 신경을 더욱 곤두세운다고 한다. 병해충 방제 이후 주변 농지에 약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바람 없는 날을 골라 조심스럽게 방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부터 PLS(농약허용기준강화제도)가 시행돼 포도 재배 농민들의 걱정은 몇 배로 늘었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고령화로 인해 PLS를 고스란히 받아드리고 제대로 실천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현재 천안지역 포도 재배농가의 70%는 65세 이상이라고 한다.

한국포도영농조합 박용하 대표는 “대부분 농가들이 기술센터, 농협, 농관원 등을 통해 PLS 교육을 많이 받았지만 듣는다고 바로 인지했을지 의문”이라며 “50대인 우리도 그렇지만 고령자들은 최소 3년 이상 겪어봐야 익숙해 질 수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PLS 시행에 맞춰 농약을 등록할 때 성분 명으로 하기 때문에 고령자들은 더욱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농약의 원제가 거의 수입되고 있어 영문을 우리말로 옮겨서 알려주는 상황이어서 인지력은 더욱 떨어질 것”이라며 “제조사마다 같은 성분의 농약이라도 이름이 다르게 표기해 판매하고 있어 병해충들이 특정한 성분에 면역력이 생기는 부작용도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포도재배 농가의 걱정은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서 농약 잔류가 발생하는 일명 비산 문제다. 포도 과원 주변이 대부분 논, 밭 등과 인접해 있는 현실에서 과연 비산으로 인한 잔류허용기준에 자유로울 수 있느냐이다.

박용하 대표는 “유통센터 인근 포도밭 바로 옆이 인삼 밭인데 병해충을 방제한 이후 비가 오면 약제는 고스란히 포도밭과 인삼밭 사이 고랑으로 흘러들게 된다”라며 “현재 포도나무 뿌리가 고랑까지 뻗어 있기 때문에 영향을 받게 된다. 다른 작목과 인접해 있는 포도밭은 모두 해당되는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항공방제 등 바람으로 인한 오염은 더욱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다. 바람을 차단하는 것은 한계가 많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지난해 한 유기농 포도 농가가 산림청의 소나무재선충 항공방제로 인해 오염되면서 인증 취소를 당했다”라며 “천안지역도 항공방제를 수시로 하는데 내가 PLS를 지켜도 비산으로 농약잔류문제가 발생하면 어떻게 할 건지 의문이다”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정부는 병해충 방제 시 주변 농가에 알리라고 독려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고 한다.

박용하 대표는 “예전이야 같은 동네사람이어서 만날 때 농약 친다는 말을 할 수 있지만 지금은 도시화로 주변 농가의 50%는 외지 사람이다”라며 “과원에서 사용하는 방제기는 고압으로 분산되기 때문에 옆 농지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데 걱정스럽다”로 피력했다.

이에 박용하 대표는 “이외에도 등록농약 부족 등 다양한 과제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피해는 오롯이 농민들에게 오게 되고, 초기 시행착오는 불 보듯 뻔하다”라며 “PLS 시행의 목적은 농민을 벌주기 위한 것이 아니고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현장에서 적응할 수 있도록 충분한 유예 기간을 두고, 산재돼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동광 기자 leed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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