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1등-2등-3등-등외’서
‘S-A’ 등 2개로 등급 간소화
수매가 7% 인상 효과 기대
농가 원하는 제도 선택 가능


한국인삼공사(정관장)가 올해부터 인삼 수매제도를 변경한다. 기존 4개의 수매등급을 2개로 간소화한 것인데, 인삼공사의 수매등급 조정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대다수 인삼농가들은 이번 수매제도 변경을 환영하는 입장이지만, 일부에선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인삼공사에 따르면 올해부터 S등급(기존 1등+2등+3등)과 A등급(기존 등외) 등 2개 등급의 수매제도가 새롭게 도입된다. S등급의 수매가격은 4만6000원, A등급은 3만원으로, 1~3등급을 합친 S등급의 가격을 낮추고, 등외인 A등급의 가격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인삼농가들은 기존 4개 등급의 수매제도와 올해 처음 도입된 2개 등급의 수매제도 중 선택할 수 있는데, 2개 등급을 선택할 경우 약 7% 정도의 수매가격 인상 효과가 예측되고 있다.

강원도 철원의 한 인삼농가는 “그동안 인삼공사가 등외 등급의 인삼을 헐값에 수매해 돈을 번 것은 사실”이라며 “이번에 농가들과 상생하는 차원에서 2개 등급 제도를 도입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농가입장에서 이번 등급 조정은 상당히 고무적인 조치”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인삼공사 관계자는 “농가들의 경영여건이 점점 악화되는 상황을 고려해 수매등급을 조정했다”면서 “거의 모든 농가들이 새롭게 도입된 2개 등급의 수매제도를 선택할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 2개 등급의 수매제도가 정착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면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인삼공사가 등급판정을 통해 노골적으로 수매가격을 낮춰온 만큼, 이번 조치가 실제 수매가격 인상으로 연결되는지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인삼공사 작년 매출 1조2000억 
수매가격은 5년새 ‘7.6%’나 뚝
1·2등급 인삼 비중 너무 적고
셋 중 하나는 ‘등외 비중’인 탓

일부러 등급 낮춘다는 불만에
인삼공사 "1·2등급 비율 높은 편
시장가보다 30~40% 비싸" 해명


한국인삼공사의 수매가격은 2012년 kg당 4만2000원에서 지난해 3만9000원으로, 5년 동안 무려 7.6%나 하락했다. 같은 기간 인삼공사는 성장을 거듭했고, 지난해 1조2000억 원이라는 엄청난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인삼농가들의 어려움은 가중된 반면, 인삼공사는 최고 매출을 달성한 셈이다.

수년간 인삼공사의 수매가격이 낮아진 가장 큰 원인은 고가인 1~2등급의 인삼 비중이 지나치게 낮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인삼공사의 수매등급별 가격은 kg당 1등급은 9만7500원, 2등급은 6만3300원, 3등급은 4만4550원, 등외는 2만4500원인데, 2017년 인삼공사의 수매 결과를 보면 1등급 비중은 0.2%, 2등급은 2.9%에 불과하다. 인삼공사가 수매한 인삼 대부분은 수매가격이 낮은 3등급(61.6%)이나 등외(35.1%) 판정을 받은 것이다.

특히 등외 등급 비중이 크게 늘었는데, 2015년 28.1%였던 등외 비중은 2017년 35.1%로 늘었고, 반대로 3등급 비중은 2015년 68.8%에서 2017년 61.6%로 줄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인삼공사가 등급판정을 통해 수매가격을 일부러 낮추고 있다는 불만이 계속되고 있다. 한 인삼농협 관계자는 “예전에는 2등급이 20% 정도는 나왔는데, 지금은 3%가 채 안되고, 반대로 10% 내외였던 등외 비중이 30% 이상 크게 늘었다”며 “인삼공사 나름의 품위기준이 있기는 하지만, 검사원이 임의로 판정하기 때문에, 등급판정을 통해 수매가격을 낮춰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이 관계자는 “2개 등급의 수매제도는 품질이 좋으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고, 장기적으로 인삼 품질의 하향평준화를 불러올 수 있다”며 “특히 인삼공사가 첫해에는 등급을 잘 주고, 이후에는 등외 등급비율을 높이는 방법으로 수매가격을 낮출 것이란 소문이 벌써부터 돌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인삼공사 관계자는 “1~2등급 비율이 낮아진 것은 맞지만, 기준대로 등급을 매기고 있고, 다른 인삼조합에 비해 1~2등급 비율은 오히려 높은 편”이라며 “특히 시장보다 30~40% 정도 비싼 가격에 수매하는 등 인삼공사는 인삼 가격의 지지대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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