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하 적기 맞물린 엘버트(복숭아) 기대감…수확기 ‘비’가 변수

▲ 추석 연휴를 보름 앞둔 지난 7일 새벽, 가락시장에서 추석 선물용으로 주로 나가는 복숭아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

“비가 이제 그만 와야 될 텐데….” 7일 새벽 과일 경매 전 가락시장 경매장에서 만난 서영우 중앙청과 과일본부 영업이사는 이 시각 갑자기 내리기 시작한 비를 보며 이 같이 말했다. 모든 과일류가 수확기 전 비가 오면 당도가 떨어지고 상처 과가 생기는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 더욱이 사과와 배에 비해 추석 대목장이 짧고 저장성도 떨어지는 복숭아와 포도는 비로 인한 더 큰 피해가 우려된다. 이날 가락시장 과일 경매장에서 만난 과일 경매사와 5일 발표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의 9월 과일관측을 토대로 추석 주요 선물 및 제수 과일류인 복숭아, 포도, 단감 시장을 점검해봤다.

복숭아 크기 다소 작겠지만 
당도·색택은 작년보다 좋을 듯 

잦은 비로 포도 생산량 감소
선물용 샤인머스켓 인기 예상

단감 대과 비중 전년보다 양호
시세·소비 등 좋은 성적 기대


▲복숭아=9월 24일이 추석이라는 것이 복숭아 시장엔 적절했다는 게 유통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복숭아는 제수용이 아닌 선물용으로 추석시장에 주로 나가는 소비 특성상 선물용으로 제격인 만생종 엘버트가 본격 출하되는 시기와 추석 대목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이에 올해 선전했던 복숭아 흐름을 추석 시장까지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변수는 비. 수확기 잦은 비는 복숭아 당도를 떨어트리고, 상처 과가 발생하는 등 품위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더욱이 유통기간이 짧은 복숭아의 경우 수확기 비는 유통이나 선물 전달 과정에서도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서영우 이사는 “복숭아는 추석 시장에 선물세트로 주로 출하가 되는데 올 추석엔 감칠 맛이 나고 향과 당도도 좋은 엘버트가 본격 출하되는 시기와 추석이 맞물려 여름철 좋았던 복숭아 유통 흐름을 추석까지 이어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비가 오지 않는다는 게  이에 대한 전제 조건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농경연 관측본부에서도 9월에 출하될 복숭아 크기는 생육기 고온과 가뭄 등으로 전년보다 다소 작겠으나 당도 및 색택은 전년보다 양호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세와 관련해선 9월 엘버트 평균 도매가격을 4.5kg 상자에 2만5000~2만8000원으로 전망하며, 평년(2만3300원)과 지난해(1만9000원) 가격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포도=최근 자주 내렸던 비가 포도 시장에 많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열과 발생도 많고, 생산량도 감소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재배면적 감소에다 봄철 저온 피해, 여름철 폭염, 최근의 잦은 우천 등 날씨로 인한 단수 감소가 추석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씨가 없고 껍질째 먹을 수 있는 녹황색 포도인 샤인머스켓의 등장으로 선물용 수요로도 포도가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되는 측면도 있다.

최용선 서울청과 경매차장은 “최근 잦은 비로 인해 열과 발생이 많고, 특히 포도 주산지인 상주 지역이 피해를 크게 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포도의 경우 시세를 올리느냐 내리느냐를 결정하는 것 중의 하나가 열과다. 열과가 발생하면 한 번 더 손을 보고 오는 것이 시세 유지에 보탬이 되기에, 꼭 열과가 발생한 알은 빼기 작업을 해서 출하를 해주길 부탁드린다”고 산지에 당부했다. 포도 선물 시장과 관련해선 최 차장은 “샤인머스켓이 선물용으로 자리를 잡을 것 같다. 맛이나 상품성이 양호하고 가격대도 선물용으로 적절해 샤인머스켓이 선물용으로 추석 시장에서의 포도 수요를 끌어올려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농경연 관측본부는 9월 포도 가격을 출하량 감소로 비교적 높게 전망했다. 9월 캠벨얼리 평균 도매가격은 5kg 상자에 1만7000~1만9000원으로 예측했다. 1년 전엔 1만5400원, 평년엔 1만3400원의 시세가 나왔었다.

▲단감=제수용 주 품목이자 전남·경남 등 남부권이 주산지인 단감은 제19호 태풍 솔릭에 대한 우려가 어느 품목보다 컸다. 다행히 당초 우려만큼의 피해는 없었다. 단감 역시 복숭아와 포도처럼 비가 많이 내리지 않는다면 시세와 소비 면에서 지난해 추석 이상의 성적은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단감도 포도나 복숭아처럼 선물용 수요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를 위해선 신품종 단감이 자리 잡아야 한다는 것이 시장 관계자들의 바람이다.

박영욱 중앙청과 경매차장은 “단감은 지난해 가뭄 피해를 많이 봐 대과가 없었는데 올해는 그래도 작년보다는 대과 비중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좋지 않았던 작년 이상의 추석장은 내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박 차장은 “추석에 주로 나오는 서촌조생은 선물용으로는 인기를 끌 수 없다. 이제 조완이나 연수, 감풍 등 신품종 단감이 시장에서 자리잡아 선물용 소비도 늘릴 수 있도록 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농경연 관측본부는 추석 성수기 서촌조생 평균 도매가격을 출하량 감소로 전년 성수기(1만7200원/10kg 상품)보다 높으나 평년 성수기(3만8000원)보다는 소폭 낮은 3만5000~3만8000원으로 전망했다.

대체적으로 7일 새벽 시장에서 만난 경매사들은 “비만 오지 않는다면 과일 시장은 예년보다 소비와 시세 모두 나쁘진 않을 것”이란 전망을 하고 있었다. 돌려 말하면 앞으로 비가 잦으면 물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소비와 시세 역시 지지되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행히 7일 현재 기상청에 따르면 추석 대목장 과일 시장의 정점이 될 10~16일 사이 큰 비 소식은 없는 상황이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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