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 작지만 당도 아주 좋아…"대과 기준 낮춰야"

▲ 장수사과영농조합법인의 백승인 대표(오른쪽)와 이홍관 과장(왼쪽)이 정상두 눈꽃농장 대표와 곧 수확할 홍로 사과를 살펴보고 있다.

저온·폭염·잦은 비로 ‘고통’
전체적인 생산량 줄어

물량 몰리면 가격 폭락 초래
출하 전략 신중히 세워야

‘금사과·금배’ 자극적 보도 등
농산물 소비 위축 행위 지양을


농산물 최대 소비 대목인 추석장이 시작되고 있다. 이달 중순부터는 본격적인 추석 시즌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산지에선 어느 해 추석보다 올 추석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봄철 저온, 여름철 폭염, 최근의 잦은 비 등 유례없는 날씨 변화에 신음하고 있는 상황에 추석 대목장마저 시들해지는 건 상상 하기도 싫은 일이기 때문이다. 이에 적어도 올 추석 대목장엔 언론의 자극적인 보도 등 농산물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는 행위를 지양함과 동시에 농산물 소비를 높일 수 있는 데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당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일 추석 대목을 목전에 두고 한창 홍로 수확이 전개되고 있는 국내 최대 홍로 주산지 전북 장수 사과 단지를 찾았다. 이를 시작으로 주요 품목에 대한 2018 추석 대목장을 점검해본다.

▲사과=“올 추석 차례상에는 조금 작은 사과를 올려놓아도 되지 않을까요. 대신 당도는 정말 좋습니다.”

장수 관내 830여 사과 농가가 참여하고 있는 장수사과영농조합법인의 백승인 대표는 4일 오후 해발 700m 고도에서 갓 수확한 홍로를 가리키며 이 같이 말했다. 백 대표가 가리킨 사과를 비롯해 이제 수확이 시작되고 있는 장수 사과밭엔 붉은 빛이 띠고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예전보다 사과 크기가 잘게 보였다. 일부 상처가 보이는 사과도 눈에 띄었다.

이에 대해 백 대표는 “4월 초 눈이 내렸고, 중순 이후엔 영하 3~4도까지 내려가며 추웠다. 저온 피해로 착과가 덜 되거나 떨어지는 사과도 많았다”며 “여기에 여름엔 폭염으로 과 크기가 크지 못해 전체적으로 생산량이 크게 감소했고, 대과 비중도 현저히 줄어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당도는 상당히 좋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백 대표는 “폭염이 과 크기는 잘게 했지만 당도는 올려놨다. 아직 본격적인 수확이 전개되기 전이지만 16브릭스 이상의 당도가 대부분 나오고 있다”며 “올 추석엔 대과 눈높이를 조금 낮출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장수읍에서 9만9000㎡의 사과 농사를 짓고 있는 정상두 눈꽃농장 대표도 “면적으로 치면 절반 정도는 날씨로 피해를 입었다”며 “일부 수확을 포기한 농가도 있고, 관리 비용도 많이 들어가고 있다”고 현 상황을 전했다.

생산 물량이 줄어들며 가격에 대한 기대감도 있지만 이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백 대표는 “생산량이 줄어든다고 해도 물량이 몰리면 가격이 폭락할 수 있다”며 “숙기가 되면 지속적으로 출하가 전개돼야 한다. 특히 언론에서 사과값이 금값이라는 식의 편향된 보도로 소비에 찬물을 끼얹으면 안 된다”고 충고했다.

시장에서도 비슷한 전망을 내놓으며 올 추석 대목장엔 출하 전략을 신중하게 세워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김용흠 가락시장 서울청과 경매부장은 “좀 더 둬도 되는 물건인지 빨리 따야 하는 물건인지 유심히 봐야 한다. 대체적으로 지대가 높은 곳에 비해 낮은 곳의 출하를 서둘러 주는 것이 좋다”며 “산지 생산량이 감소한 상황에 출하마저 몰려 가격이 떨어지면 산지와 시장에서 겪는 후폭풍은 더욱 거셀 수 있다”고 밝혔다.

▲배=배도 사과와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준 웰빙나주배농원 대표는 “작황은 좋지 못했지만 다행히 일조량은 양호해 당도가 잘 나오고 있다”며 “워낙 그동안 배 소비와 시세가 침체돼 있었는데 올해엔 소비가 잘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시장에선 최근 자주 내리는 비에 대비, 일기예보를 통해 출하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김석인 농협가락공판장 경매차장은 “다른 과일도 그렇겠지만 특히 배는 가격이 떨어지지 않기 위해선 무엇보다 당도가 받쳐줘야 한다”며 “최근 자주 내리는 비가 당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일기예보를 유심히 보고 비가 오기 전에 수확할 수 있는 물량은 미리 수확해 출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갑석 가락시장 중앙청과 경매부장은 “전반적으로 대과 비중이 줄어 대과 기준을 낮춰야하고, 소비지에도 이를 알릴 필요가 있다”며 “산지에선 올해 유독 농사짓기 어려웠겠지만 선별 과정에서 철저히 특품과 1,2,3등품을 나눠 선별해줘야 힘들게 지은 농사에 대한 좋은 결과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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