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이후 날씨 좋아 작황 회복

▲ 올 추석엔 당초 우려와 달리 채소 공급량과 품위 모두 양호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진은 추석 대목장에 진입하던 지난 19일 밤 가락시장 채소 경매장에서의 주요 제수 품목인 시금치 경매 모습.

추석 대목에 채소 공급량은 충분하고 가격도 높지 않게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도매시장의 채소 유통 전문가들은 품목별로는 상이할 수 있지만 대체적으로 올 추석 채소 공급량과 가격이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최근 8월 소비자물가지수를 인용해 추석 대목 채소 가격이 높다는 식의 보도가 이어지는 것에 대한 반박이기도 하다. 주요 채소류 품목을 중심으로 추석 대목장을 점검해봤다.

무, 지난해보다 낮은값
대파·양파 등도 공급 원활
호박·오이는 단대목 반짝
시금치, 예년보다 출하 늘 듯

느타리 등 버섯류 수요 늘어나
일정 부분 시세 뒷받침 전망


▲무·배추=무는 명절에 제사 탕국 등 제수용과 일반 반찬용으로 모두 활용되는 명절 대목 주요 채소 품목이다. 올 추석에 이 무의 공급량이 충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름철 폭염과 잦은 비로 인해 출하가 지연된 물량이 회복되며 이제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올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 이달 초 가락시장에서 18kg 상품 기준 1만원대 중후반선을 형성하던 무 가격은 20일 1만2576원, 21일 1만2124원 등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추석 연휴가 끝났던 지난해 이 시기 시세가 2만원 내외였던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오히려 지난해 추석 대목 이후의 시세보다도 낮은 단가가 형성되고 있다.

무보다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배추도 예상보다 물량이 크게 줄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추석 대목 주 출하지역인 강릉 대기리 지역의 물량이 올해엔 늦은 추석으로 많이 줄 것으로 보였고 실제 마무리가 되고 있다. 그러나 타 지역 작황이 회복돼 추석에 공급량이 부족하지는 않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최근 산지에서의 9월 날씨가 일교차가 크고 선선하게 전개돼 생육 상황이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다.

가락시장의 고행서 대아청과 경매과장은 “여름엔 날씨 변덕이 심했지만 늦여름 이후 9월 들어 계속해서 날씨가 좋았고, 태풍 등의 영향도 없어 작황이 대부분 회복됐다”며 “(언론에서 보도되는 것처럼) 추석 대목을 우려할 상황이 아니다. 주요 제수 품목인 무는 더욱더 그렇다”고 전했다.

▲양념류=마늘과 양파, 대파 등의 양념채소류도 비교적 원활한 추석 대목장 흐름이 예고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의 9월 관측에 따르면 2017년산 마늘 입고량은 전년 대비 3% 증가했다. 이에 9월 깐마늘 도매가격도 2017년산 입고량 증가와 산지가격 하락으로 전년 9월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 9월의 깐마늘 도매가격은 1kg 상품 당 6940원이었다.

2017년산 양파의 입고량은 전년보다 13% 감소했지만 양파도 추석 대목 우려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수입량 증가로 가격이 오히려 전월보다 낮게 형성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 실제 가락시장에서 8월 양파 도매가격은 1kg 상품에 1210원이었지만 이달엔 19일 1163원, 21일 1137원 등 지난달보다 못한 시세가 나오고 있다. 대파 역시 당초 가락시장에서 1kg 상품에 2000원 내외의 시세가 예고됐지만 최근 1600원선을 오가고 있다.

최윤준 대아청과 경매과장은 “대파 등 양념채소류의 경우 산지에서 생육이 좋아져 예상보다 양이 많이 나오고 상품성도 좋아지고 있다. 명절까지 나올 양은 충분해 보인다”며 “보통 채소의 추석 최성수기가 추석 바로 직전이기에 추석 직전 주말 시세가 높아질 수 있지만 대체적으로 우려할 수준까지 시세가 높게 나오지는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과채·나물류=오이와 호박 등의 과채류도 여름철 물량이 고온과 강우에 큰 영향을 받았던 것과 달리 그 이후 후작들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아 추석 대목 수급에는 별다른 지장이 없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시세 지지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기도 하다.

강윤규 가락시장 한국청과 경매차장은 “호박과 오이의 경우 9월 넷째 주에는 대목장이 형성될 줄 알았는데 아직 큰 움직임이 없다”며 “단대목에나 반짝할 것 같다. 양도 많아 시세를 형성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추석 차례상의 대표적인 채소 품목이자 나물류인 시금치도 올해 양이 예년보다 많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보통 시금치는 생육기간이 여름철이었던 9월 초·중순 보다 10월 물량이 더 많은 가운데 올해엔 이 물량이 추석 대목과 맞물린 것이다. 또한 여름철 주요 채소 출하 품목인 열무와 얼갈이에서 가을엔 시금치로의 정식면적이 늘어나는 것도 이번 추석 대목 시금치 출하량을 늘려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강범 가락시장 동화청과 경매과장은 “올 추석에 시금치 양이 예년보다 많다. 면적도 증가하고 기후도 좋았기 때문”이라며 “추석으로 갈수록 양은 늘어날 것으로 보이고 현재도 시금치 소비는 그리 나쁘지 않아 적기에 맞는 순차적인 출하가 요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버섯류=느타리, 새송이 등 날씨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버섯은 대목에 맞춰 출하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목장에 버섯 물량은 충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시세는 일정 부분 올라설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기능성 등으로 명절 대목에 버섯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가락시장의 마성훈 서울청과 경매과장은 “버섯은 이번 대목에 대기 물량이 많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올 추석에 물량이 충분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그럼에도 소비력은 받쳐줄 것으로 보여 양호한 거래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예년 이 시기와의 시세 비교 안 돼=도매시장 채소 유통 종사자들은 올 추석 대목 시세를 지난해와 평년 이 시기, 즉 9월 중하순 시세와 비교하면 안 된다고 당부하고 있다. 올해는 이제야 대목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될 채비를 하고 있지만 예년 같으면 이미 추석이 끝난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추석이 끝난 직후 장은 연휴 때 제대로 나오지 못했던 물량까지 시장에 나와 출하량은 증가하는 반면 수요는 떨어져 가격 지지에 어려움이 큰데 이 시기 시세와 대목장 시세를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고, 오히려 추석 대목장 분위기만 가라앉힌다는 지적을 도매시장에서는 하고 있는 것이다. <끝>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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