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 대목장에서 보기 힘들었던 중생종 사과들이 이번 추석 시장엔 대거 선보일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사진은 대목장 출하에 맞춰 반사필름이 깔려있는 중생종 양광 사과 산지.


예년보다 늦어진 추석에
료까, 양광 등 중생종도 나와

"선물용 수요 어떻게될까"
청탁금지법 영향에 촉각

추석 직전 물량 몰리지 않게
순차적으로 출하해야 ‘제값’

 


민족 대명절이자 농산물 소비 성수기인 추석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이에 맞춰 산지에선 선물 수요가 많은 사과와 배 출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추석 대목장에 진입했고, 유통업체도 사전예약판매를 넘어 본 판매에 들어가고 있다. 올 추석은 예년보다 늦고 길어 산지와 유통업계에서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또 사과와 배의 경우 저장물량이 아닌 햇물량으로는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첫 명절이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13일 사과 주산지인 안동 사과 산지와 대구능금농협 방문을 시작으로 2017년 추석 대목장을 점검해본다.

▲사과·배 산지에선=“이 사과는 (중생종인) 양광인데 반사 필름이 밭에 깔려있는 걸 볼 수 있을 겁니다. 햇볕을 잘 받지 못하는 밑 부분을 익게 하기 위해 반사 필름을 깐 것으로 10일 안에 출하가 이뤄진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안동시 북후면 일대에서 사과 농사를 짓고 있는 권상길(51) 씨는 올 추석엔 추석 사과라 일컬어지는 홍로 이외의 물량도 많을 것으로 보고 있었다. 권 씨는 “우리 지역은 추석 사과인 홍로가 그리 많은 곳이 아니지만 10월에 위치한 올 추석엔 료까, 양광 등 중생종까지 출하가 이뤄질 수 있기에 이들 품종의 출하를 추석에 맞춰 진행하기 위해 분주한 농가들이 많다. 오히려 올 추석엔 홍로가 숙기를 지날 수 있다”며 “양광의 경우 색도 곱고 맛도 좋기에 선물용으로 충분히 소비가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품위와 관련해선 초여름 이른 폭염과 늦여름 잦은 비로 생육 상황이 썩 좋지는 않지만 당도는 높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권 씨는 “추석 이후 출하될 부사의 경우 잦은 비가 오히려 도움이 됐지만 추석 이전 물량은 탄저병 등이 발생한 곳이 많았다”며 “다만 수분을 충분히 먹어 올 추석에 나올 사과는 어느 해보다 당도 면에선 상당히 높을 것 같다”고 전했다.

산지의 유통센터에서도 비슷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용근 대구경북능금농협 안동산지유통센터 소장은 “올 추석엔 당도로 승부를 걸어야 할 것 같다”며 “이에 겉보기만 양호하다면 상품의 경우 당도까지 받쳐줘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상·하품 간 시세 차이는 유독 클 것 같다”고 예측했다.

배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박성규 천안배원예농협 조합장은 “추석이 늦어 출하량은 많을 것이다. 늦은 추석으로 지배렐린 처리가 확연히 줄었는데 당도 역시 높고 과 크기도 적당하다”며 “올 추석에 배 공급은 원활히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사과와 배 산지에서 우려스러워하는 부분은 청탁금지법. 이미 지난 설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의 명절을 보냈지만 당시는 저장물량 위주의 시장이어서 설 이후에도 팔 수 있는 여력이 됐지만 추석은 저장하기 힘든 햇물량 위주라 청탁금지법 영향이 유독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장대운 대구경북능금농협 유통사업본부장은 “올해엔 추석 시장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조생종 사과 시세가 좋았다. 이에 추석에도 기대를 하고 있는데 청탁금지법 시행이 선물 수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처음 맞은) 지난 설에도 예년의 60% 정도밖에 물량을 소화하지 못했는데 올 추석에도 그렇게 될 경우 저장도 할 수 없는 물량이라 농가들의 피해는 설보다 훨씬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장에선=이번 추석 대목에 도매시장 유통 종사자들은 무엇보다 적기 출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석 직전을 노리기보다 숙기가 제대로 맞춰지면 바로 출하하는 것이 시세를 지지하는데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석철 가락시장 서울청과 과일총괄부장은 “일부러 숙기를 늦추기보다 제때 출하하는 것이 이번 추석 시장에선 반드시 필요하다. 늦은 추석으로 품종·지역 간 물량이 몰릴 수 있기 때문”이라며 “사과와 배 모두 당도가 높아 고품위 물량의 경우 추석까지 계속해서 좋은 시세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올해 밭떼기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았던 배의 경우 추석 직전으로 갈수록 물량이 몰릴 우려가 크다.

가락시장의 김갑석 중앙청과 경매부장은 “최근 나주를 비롯해 산지 일대를 돌아봤는데 포전매매가 제대로 안 된 곳이 많았다. 배와 수박은 포전매매가 많은 품목인데 지난여름 수박 시장이 힘들었던 게 배 포전매매까지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이렇게 되면 추석 직전 물량이 쏟아져 나와 가격이 떨어질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그는 “숙기에 맞게 대목까지 순차적으로 출하해야 한다. 추석 이후 물량이 그렇게 많지 않을 것으로 보여 숙기가 맞지 않으면 굳이 추석에 내보내기보다 저장이나 추석 이후 시장을 노리는 것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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