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 연휴를 꼭 10일 남겨둔 지난 17일 가락시장에서 주요 제수 품목인 시금치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경매 중에 중도매인들이 시금치 상태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

설 연휴를 열흘가량 앞두고 선물 수요가 많은 과일에 이어 채소 시장도 대목장이 형성되고 있다. 이번 설에 채소 시장은 시세와 물량 등 품목 간 격차가 크게 나타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시장 분위기는 가라앉아있다. 어수선한 시국에 청탁금지법 시행 및 AI 여파, 편파적인 농산물값 여론 형성 등으로 매기가 제대로 잡히지 않고 있는 상황인 것. 제수용 수요가 강한 채소류의 경우 설에 다다를수록 소비와 시세는 상승할 여력이 있지만 일부 품목을 제외하곤 평년 설 대목보다 못할 것이란 게 전반적인 시각이다.


산지 기대 만큼은 못미쳐

▲무·배추=노지 물량이 나오는 무·배추의 경우 주산지인 제주, 해남 등 남부 지역에서 파종기와 생육기 가뭄 및 태풍 등의 영향으로 올 겨울 내내 출하량이 원활하지 못했다. 이 여파가 설 시장에도 이어져 평년 설보다는 높은 시세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설 수급에는 별 문제가 없을 것이란 게 시장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정부의 비축 물량이 설 연휴 전주부터 본격적으로 풀리고 있기 때문. 여기에 겨울 들어 평년을 웃도는 기온이 이어지면서 산지 상황도 많이 회복되며 못 나왔던 물량도 물려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설 연휴 전주인 1월 셋째 주 현재 가락시장에서 무 18kg 상품 기준 1만원대 중후반에 형성된 무 시세는 설로 갈수록 현 수준을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10kg 상품 기준 9000원대에 유지되고 있는 배추도 설에 다다를수록 현 시세를 넘기지 못할 보인다. 물론 무와 배추 모두 평년 시세보다는 높은 시세가 유지되지만 시장 매기는 가라앉아있고, 물량이 부족한 것치고는 산지에서 기대할 만큼의 시세도 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양파가격 평년보다 낮을 듯

▲양념류=설에 저장 물량이 나오는 양파와 마늘의 경우 지난해 생산량과 저장 상황에 따라 시세가 움직이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에 따르면 국내산 마늘 재고량은 평년보다 13% 감소했다. 이에 설 대목을 중심으로 1~2월 깐마늘 도매가격은 평년보다 30%가량 높은 kg당 7300원 내외가 전망된다. 양파의 경우 2016년산 추정 재고량이 평년에 비해선 22.3% 감소, 지난해와 비교해선 8.9%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가락시장에서의 양파 도매가격도 상품 kg당 1493원이었던 지난해보다는 낮고, 평년보다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남부지역이 주산지인 대파도 무와 배추처럼 생육 초반 산지 작황이 썩 좋지 못했다. 다만 겨울 들어 생육 상황이 호전돼 좋은 물량이 시장에 출하되고 있다. 설 대목 대파 시세는 최근 가락시장에서 형성된 도매가 1000원대 후반(1kg단 상품) 선에서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락시장에서 지난해 1kg 상품에 7000원대까지 올랐던 쪽파는 현재 4000원대 중반선에 그치고 있고, 설 직전까지도 큰 폭의 오름세는 없을 것으로 시장에선 내다보고 있다.


시금치 예년가격 힘겨울 듯

▲나물류=주요 제수 품목인 시금치의 경우 온화한 날씨에 경기 근교 지역의 재배 면적 증가로 물량이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소비 한파까지 불면서 대목 시세는 그리 좋게 보지 않고 있다. 현재 가락시장에서 4kg 상품 기준 8000~9000원대를 유지하고 있는 시금치의 경우 설 대목 직전까지 수요가 있어 시세가 증가할 수 있지만 예년 대목의 1만원대 중반선까지는 오르지 못할 것으로 예측된다. 고사리나 미나리 등 시금치 이외의 나물류 역시 전반적인 소비 위축 현상 속에 평년 대목 시세 이상의 흐름은 보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풋고추값 반토막 대목 무색

▲과채류=일조량 등 날씨 변화에 민감한 과채류의 경우 최근 흐린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주요 제수 품목인 애호박도 생육상황이 그리 좋지 못해 시장 출하량이 많지 않음에도 20개 상품 기준 명절 전주 3만원대 후반에 형성되던 도매가격보다 못한 2만원 후반대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시세가 올라도 평년 명절 대목의 시세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청양·녹광 등 풋고추 역시 평년의 절반 시세에 그치며 대목장을 무색게 하는 가운데 설 직전까지 평년 대목 시세를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시장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선별 잘해 고품위 출하해야

▲시장에선=설 대목, 채소 시장의 분위기는 상당히 좋지 못하다. 어수선한 시국에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인한 식자재 수요 급감, AI 여파, 편파적인 농산물값 여론 형성 등 모든 악재가 겹쳐있기 때문이라고 시장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런 상황과 관련 유통 전문가들은 △(명절엔 어느 때보다 고품위 물량을 원하므로) 선별 및 작업을 잘해서 고품위 위주로 출하해야 한다 △큰 기대감을 갖고 설 직전까지 물량을 물고 가선 안 된다 △넉넉한 중량에 특별히 세척에 신경 써야 한다 등을 산지에 당부하고 있다. <끝>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도움말=오현석 대아청과 경매차장(무·배추), 김광희 구리청과 경매과장(양념류), 김성언 한국청과 경매차장(나물류), 박광희 동화청과 경매차장(과채류), 농경연 농업관측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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