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설 대목을 앞두고 감귤과 단감 산지에서의 시세에 대한 기대감은 유독 높았다. 두 품목 모두 물량이 평년과 지난해에 비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설 대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는 1월 중순 현재 기대만큼의 시세가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 특히 물량이 급감한 단감 시세는 농가들의 전망치를 한참 밑돌고 있다. 또한 감귤류 중 선물용 수요가 많은 만감류 시장도 청탁금지법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물량 많지 않고 품위 좋아
소비시장 반응 두고 촉각


▲감귤류=설을 앞두고 감귤 산지에서는 예년에 비해 적은 물량과 괜찮은 품위 등을 이유로 기대심리가 큰 것이 사실이다. 다만 소비지에서의 반응이 어떨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장 청탁금지법이 시행되는 첫 명절이라는 점이 악재로 꼽히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특히 설 명절 선물로 각광을 받고 있는 한라봉, 레드향, 천혜향 등 만감류의 경우 본격적인 물량이 나오기 시작하는 상황이지만 현재 시장 가격은 농가가 만족하는 수준이 아니다. 반면 노지온주의 경우 평년에 비해서는 가격이 높은 상황이다.

제주특별자치도감귤출하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노지온주 가격은 10kg을 기준으로 설이 이른 시기인 2011년산, 2013년산과 비교해 다소 높은 편이다. 설이 남은 시기 15일을 전후해 2011년산과 2013년산 모두 1만5000원대를 기록했던 반면 2016년산은 1만6000~1만7000원을 보이고 있다. 만감류의 경우 천혜향 가격은 3kg 기준 연초 1만8400원을 기록하다 14일 현재 1만7700원으로 시세가 다소 내려앉았다. 레드향도 연초 2만400원을 시작으로 같은 기간 1만8600원을, 한라봉은 1만2600원에 시작해 1만2300원으로 큰 변화는 없다.

강성종 효돈농협 상무는 “농가들의 기대감이 큰 것이 사실이고, 만감류는 현재 가격이 좀 오를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있지만 아직 가격 움직임이 크지는 않다”며 “날씨가 좋아서 품위와 물량도 괜찮은 상황인데 소비지 가격이 어떻게 움직일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도매시장에서는 만감류 시세가 설 전주를 기점으로 다소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대과를 중심으로 가격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현재의 가격에 비해 큰 폭의 신장세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예측이다. 특히 선물용 주문에 따른 발주가 이뤄지는 이번 주에 출하가 몰리면서 가격이 크게 오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또한 이번 주가 지나면 사실상 선물용 판매가 끝나는 등 판매기간이 짧은 것도 가격 상승의 악재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

고태호 서울청과 경매차장은 “만감류의 품질은 평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 다만 올해는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도매가격이 생각보다 높게 나오진 않을 것이다. 도매가격이 4만원  이상이 되면 소매가격은 청탁금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선물의 기준인 5만원을 넘어서게 되기 때문이다”며 “청탁금지법 시행이 도매가격에도 분명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평년보다 출하 줄었지만
올라야 평년가격 그칠 듯


▲단감=단감의 경우 양이 크게 줄었음에도 시세가 기대만큼 올라서지 못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에 따르면 2016년산 단감 생산량은 12만6000톤으로 지난해 대비 28%, 평년과 비교해선 31%까지 줄어들었다. 지속되는 낮은 시세로 인한 재배 면적 감소에다 수확기 잦은 비 등 날씨로 인한 단수 감소까지 더해진 결과다. 이 영향은 설 대목장까지 이어져 설 성수기 단감 출하량이 평년보다 13%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단감 출하량이 줄어들어도 시세는 상승하지 못하고 있다. 워낙 시세가 낮았던 지난해보다는 높은 시세가 나오고 있지만 평년 이상의 시세로 올라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16일 가락시장에서의 단감 부유 10kg 상품 평균 도매가격은 2만4259원으로 아직 2만원대 초중반 선에 시세가 유지되고 있다. 선물용보다 제수용 수요가 많은 단감의 경우 설 대목으로 갈수록 소비가 늘어 시세도 오르겠지만 올 설 성수기 단감 가격은 평년의 2만5000~2만7000원선에 그칠 것으로 농업관측본부 등은 전망하고 있다. 평년 대비 출하량이 크게 줄었음에도 시세는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산지에선 기대만큼의 시세가 나오지 못하고 있어 분위기가 가라앉아있다. 길판근 경남단감원예농협 상무는 “물량이 없는데도 경기가 안 좋아서 그런지 시세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며 “농가들은 그나마 시세 면에선 기대감이 있었는데 초반 장부터 좋지 못해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아있다”고 전했다.

도매시장에서 보는 시각도 별반 다르지 않다. 더욱이 선물용 수요가 많아 먼저 장이 시작되는 사과·배 시장도 썩 좋지 못해 단감까지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생산량이 줄고 저장력도 좋지 못한 단감의 현 산지 상황 속에 저장성이 좋은 물량은 굳이 설 대목에 출하하기보다 설 대목 이후 장을 노리는 게 나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락시장의 이재희 중앙청과 경매부장은 “아직(16일 현재) 사과와 배 시장도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단감의 경우 물량이 크게 줄었음에도 평년 시세에 그칠 것 같다”며 “단감은 설이 최대 시장이지만 오히려 설 이후 물량이 없을 수 있어 저장성이 좋은 물건을 갖고 있는 경우 설 이후 시장을 고려해볼 필요도 있다”고 밝혔다.

김영민·김경욱 기자 kimym@agrinet.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