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고 행복농협' 구현 구슬땀
업무용 차 없애고 인사 공정하게

우수조합원 시상 등 공약 지키고
협동조합 다운 이웃돕기도 앞장
취임 1년만에 수익창출로 이어져
앞으로 요양원 건립 추진 포부


“부정부패 종식, 무사고 행복농협을 만들겠습니다.”

대구 월배농협 박명숙(62) 조합장의 목소리에 비장함이 묻어났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12년간 조합장이 14번(조합장선거 5회, 이사권한대행 9회)이나 바뀔 정도로 월배농협에는 사건사고가 많았다. 박 조합장은 여성 특유의 정직함을 앞세워 대구·경북지역 1호 여성조합장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무사고 행복농협’ 구현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박 조합장이 당선 직후 ‘업무용 승용차’를 없앤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개발지역이다보니 그동안 사건사고가 많았어요. 그래서 ‘정직’을 최우선으로 조합을 투명하게 경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선거공약에서 밝힌 것처럼 모든 민원은 조합장이 직접 조사해서 처리하고, 적자사업은 당장 중단시켰어요. 사적으로 사용할 우려가 있는 조합장 업무용 승용차는 매각해 수익으로 처리했죠. 명절 땐 선물 안 받기 운동을 하고, 직원 인사는 최대한 공정하고 세심하게 원칙대로 하고 있어요.”

1998년 월배농협과 첫 인연을 맺은 박 조합장은 월배농협 달서지점장과 월서지점장 등을 역임하고 2013년 정년퇴임했다. 농협 근속연수로만 35년, 말 그대로 ‘농협전문가’인 셈이다. 특히 4억5000만원의 적자로 허덕이던 월서지점의 경영여건을 크게 개선시킨 일화는 조합장 당선의 밑거름이 됐다.

“월서지점 시절에는 인근에 고객이 없어서 무작정 뛰어다녔어요. 정월대보름에는 동네 어르신들에게 한복입고 세배도 올리고, 여러 지역단체의 모임에도 참석하고요. 특히 대곡동 보상이 끝난다고 다른 금융사가 다 철수할 때 끝까지 남아서 경로잔치 등 크고 작은 행사는 물론 집집마다 찾아다니면서 통장 만들기 운동을 했죠. 나중에 보상금이 나오니까 목돈을 거머쥔 주민들이 우리 지점으로 오는 거예요. 결국 3억3000만원의 수익을 발생시켜 월서지점 적자 폭을 많이 줄였고, 최근에는 흑자로 돌아섰죠.(웃음)”

박 조합장 취임 1년, 월배농협에는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투명경영을 위해 조합원들과 소통하는 다짐대회를 가졌고, 연말에는 우수고객과 조합원을 선정해 시상했다. 박 조합장이 당선되면 최우선으로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던 공약사업들이다. 그동안 선심성으로 진행된 선진지 견학도 조직별로 분임토의를 통해 개선점을 도출하도록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박 조합장은 협동조합 본연의 정신을 살리기 위해 불우이웃돕기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월배농협 모든 직원들이 십시일반 모은 성금으로 구입한 쌀 200포대(10kg)를 달서구청에 기탁했는데, 박 조합장이 당선 후 가장 기억에 남는 일 중 하나다.

이러한 변화들은 자연스럽게 월배농협의 수익창출과 연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월배농협의 상호금융 규모는 1조4500억원을 돌파했다. 박 조합장 취임 후 800억원이 넘게 성장한 것이다. “금리 하락 등 금융환경이 안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경영면에서 나름의 성과를 이룬 것 같아요. 수년간에 걸쳐 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면 수익은 더 늘어날 거예요.” 

경영여건 개선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박 조합장은 향후 월배농협 요양원 건립을 구상하고 있다. 수익성을 떠나 고령화시대, 요양원이야말로 협동조합의 설립취지에 맞는 사업이란 생각 때문이다. 또 노후한 본점을 신축해 지역복지센터로서 역할을 하도록 한다는 게 박 조합장의 방침이다. 문화·예술은 물론 부동산교실 등 조합원들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농협이 되겠다는 것.

“저를 조합장으로 뽑아준 조합원분들에게 너무 감사하다는 생각 뿐이에요. 이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부정부패 안 하고, 정직하게 임기를 꽉 채운 성공한 조합장이 되고 싶어요.”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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