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양성평등의 시대다. 지난해 양성평등기본법 제정을 시작으로 지역농협 여성임원할당제가 도입됐고, 올 초 수립된 제4차 여성농업인육성 기본계획은 ‘실질적 양성평등으로 여성농업인의 행복한 삶터, 일터 구현’을 비전으로 담고 있다. 농촌 현장에선 이미 여풍(女風)이 심상치 않게 불고 있고, 그 중심에는 여성조합장이 있다. 어느덧 취임 1년을 맞은 여성조합장 5인을 만나본다.

지난해 ‘경영등급 1등급’ 달성
유례없이 많은 무이자 자금 받아
상생 위해 과감한 경영전략 구사
쌀 자체 수매·농업인대출 금리 인하
‘선 시행 수 결재’ 시스템으로
인근 주유소보다 낮은가격 유지


“며느리가 곳간 열쇠 물려받았다고 처음부터 막 쓰면 안 되잖아요. 우선 조합을 파악하고, 내실을 기하는데 중점을 뒀습니다. 아기 새가 알에서 부화해 막 날갯짓을 시작한 걸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충남 공주시 사곡농협 이진양(62) 조합장은 취임 1주년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했다. 오히려 임기 4년을 충실히 보내기 위한 준비단계로, 앞으로를 기대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이진양 조합장이 취임한 이후 사곡농협은 많은 부분에서 달라졌다. 당장 2015년도 경영등급 1등급을 달성했고, 농협중앙회로부터 무이자자금 지원을 이끌어냈다.

“농협중앙회 평가에서 경영등급 1등급을 받아 실익지원자금 15억원과 밤매취자금 10억원을 무이자로 지원받을 수 있었어요. 사곡농협은 산악지역에 위치해 조합원이 1170여명 정도로 많지 않고 주변에 큰 농협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인데, 이번 무이자자금 지원이 큰 도움이 됐죠. 조합원들 중에는 유례가 없을 정도로 무이자자금지원을 많이 받았다고 좋게 평가해 주시는 분들도 많아요.”

이 조합장은 무엇보다 조합원들과의 상생을 위해 과감한 경영전략을 구사했다. 쌀값 하락으로 조합원들이 어려움을 겪자 자체 수매에 적극 나섰고, 농업인대출 7% 이상 계좌에 대한 6%대 금리 인하로 상생금융을 실천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 조합장은 사곡농협주유소가 인근 주유소보다 낮은 가격을 유지토록 했고, 이를 위해 ‘선 시행 후 결재’를 하도록 했다. 직원들이 인근 주유소 가격을 확인 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조치한 것이다. 

“사곡농협은 마곡사는 물론 계곡과 경치가 좋아 관광지를 각광을 받고 있는데 물가가 비싸다는 인식이 있었어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인근 주유소보다 가격을 낮게 책정하도록 했고, 결재 받다보면 늦어질 수 있으니 선 시행하고 후 결재토록 했죠. 사곡농협주유소의 가격인하는 조합원들은 물론 소외계층의 난방비 부담완화에도 도움이 될 걸로 기대하고 있어요.”

예대비율(예금대비 대출비율)도 2014년 말 58%에서 2015년 말 74%까지 성장했다. 외부대출을 적극 추진한 결과였다. 이자수익은 결국 조합원 이익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조합장은 특히 ‘소통’에 있어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조합장실 문턱이 낮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조합원들과의 소통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교직에 몸담았던 그는 오랜 세월 상담교사로 활동한 경험을 십분 활용해 조합원과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소통의 방법이나 비결은 따로 없어요. 그냥 상대방의 얘기를 잘 들어주고 경청하는 거죠. 조합운영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조합원들의 얘기를 경청하고 아픔을 함께 하면 사곡농협이 나아갈 길이 보이지 않을까요.”

이 조합장은 향후 수익사업 외에도 여성조합원과 다문화가정을 위한 복지사업에도 심혈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사곡농협의 경우도 현재 여성조합원이 30% 이상으로, 앞으로 있을 임원선거에서 여성이사를 반드시 선출해야 한다.

“농촌 여성들은 농사일은 물론 가정살림까지 도맡아 하는데 얼마나 힘들겠어요. 이는 다문화여성들도 마찬가지죠. 앞으로 여성조합원들의 역할이 강화되는 만큼 관련 교육을 강화할 생각이에요. 교육을 통해 능력 있는 여성이사가 배출되면 우리 농협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거에요.”

엄마의 강인함과 주부로서의 알뜰함으로 구석구석을 살피겠다는 이 조합장은 끝으로 농민과 조합원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용혜원 시인의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란 시를 보면 모든 사람들이 각자 자기 가슴에 하나의 길을 내고 있다는 구절이 있어요. 시인은 꽃길을 걷고 싶다고 하는데, 전 농민과 조합원을 위한 길을 걷고 싶어요. 가끔 자갈길도 만나고 냇물도 건너야 하지만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쉬지 않고 걸어가야죠.”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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