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갈수록 증가세…일부 지역선 추진 목소리
대다수 일본산·재활용 쉽지 않아…농협 ‘신중론’


한번 피복으로 5년 가까이 사용할 수 있는 장기성 필름(연질강화필름)의 농협 계통구매 실시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효용가치가 높은 장기성 필름의 수요가 늘고 있지만, 대부분 일본산 제품인데다 재활용마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장기성 필름은 1~2년마다 교체해야 하는 일반 농업용 광폭필름(하우스 비닐)에 비해 사용연한이 2배 이상 길어 수요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이미 상당수 지방자치단체는 농가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비닐하우스 교체사업에 사용되는 보조사업비의 일부를 장기성 필름 구입비용으로 지원하고 있다. 게다가 작년부터 정부의 시설원예현대화사업에 장기성 필름이 포함되면서, 현재 340억 원(전체 농업용 필름 시장 대비 11%)으로 추산되는 장기성 필름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실제로 경북 고령에선 장기성 필름 지원을 위한 예산 20억 원을 책정해 놓은 상황이며, 참외 주산단지인 경북 성주지역 농민들은 장기성 필름의 농협 계통구매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장기성 필름 대부분이 일본산이라는 점이다. 국내 농업용 필름업체들은 장기성 필름의 계통구매가 실시될 경우 장수와 기능성 필름 등 기존 국산제품의 수요감소가 불가피 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성 필름 계통구매가 실시되면 농협에서 외상약정으로 구입이 가능해 전체 농업용 필름 시장이 요동칠 것”이라며 “국내 제품이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산 장기성 필름 판매 증가는 국내 업체들의 도산으로 이어지고, 국내 생산기반이 사라지면 결국에는 농민들이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장기성 필름의 재활용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본산 장기성 필름 계통구매 추진이 보류돼야 한다는 국내 농업용 필름업계의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산 장기성 필름은 필름과 코팅액제를 부착시키는 성분 때문에 인장력이 높지만 반대로 펠릿화를 시켜야 하는 재활용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농업용 광폭필름의 경우 재활용률이 높아 폐기물부담금 대신에 자발적 협약을 통해 분담금을 내고 있는데, 일본산 장기성 필름으로 인해 재활용이 잘 안되면 폐기물부담금을 고스란히 지불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2010년 농협중앙회가 발표한 외부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광폭필름의 경우 재활용률이 90%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고, 지난해 농업용 필름업계는 전체 생산량에 대해 kg당 150원을 부담해야 하는 폐기물부담금 대신에 자발적협약을 통해 의무재활용 물량(33.9%)에 대해서만 kg당 100원을 부담했다.

이와 관련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현재 성주지역 등에서 장기성 필름의 계통구매를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 실시여부가 확정되진 않았다”며 “일본산 장기성 필름의 경우 국내 총판을 통해서 물건을 조달받아야 하는데, 국내 생산기반이 무너질 경우 일본산 제품의 가격이 향후 크게 오를 가능성도 있는 만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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