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국내 생산기반 붕괴 우려” 사업 유보…업계 ‘안도’

성주지역은 자체 실시 계획

장기성 필름(하우스 비닐)의 농협 계통구매 사업 추진이 잠정 보류됐다. 장기성 필름은 한번 피복으로 5년 가까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농민들의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으며, 경북 성주 등 일부지역에서 계통구매 실시를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농협중앙회는 최근 장기성 필름에 대한 계통구매 사업추진을 잠정 보류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농협중앙회 자재부 관계자는 “일본산 장기성 필름이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농협 계통구매가 실시되면 국내 농업용 필름업체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며 “농민들이 장기성 필름에 대한 계통구매 실시요구가 있었지만 국내 농업용 필름 생산기반이 무너지면 안 된다는 판단에 따라 계통구매 실시를 잠정 보류했고, 장기성 필름의 계통구매 사업 실시에 대한 적정성 여부는 지속적으로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성주지역의 경우 장기성 필름에 대한 연합구매 사업을 자체적으로 실시할 예정이어서, 장기성 필름 구입을 희망하는 성주지역 농민들은 농협을 통한 외상구매 등의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농업용 필름업계는 이번 농협중앙회의 결정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장기성 필름 시장은 340억 원 규모(전체 농업용 필름 시장 대비 11%)로 추정되고 있지만, 농협 계통구매가 실시되면 장기성 필름시장 확대에 따른 기존 국산제품의 수요가 급감할 수 있다”며 “이번 결정으로 국내 기술로 장기성 필름을 개발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됐다는 점에서 크게 환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내 농업용 필름업계는 일본산 장기성 필름의 재활용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농업용 광폭필름의 경우 재활용 공장에서 펠릿으로 만들어져 재활용 되는데, 일본산 장기성 필름의 경우 펠릿으로 만들기 어려워 재활용 업자들이 수거자체를 꺼리고 있다”며 “재활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제품에 대해 농협이 계통구매를 실시하는 것도 문제”라고 주장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산 장기성 필름 개발을 위한 연구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유영섭 농업용광폭필름사업협동조합 상무는 “농촌의 고령화와 일손부족 등으로 장기성 필름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라며 “일본산 장기성 필름이 시장을 잠식할 경우 국내 농업용 필름 생산기반이 무너질 수 있고, 이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들이 입게 된다는 점에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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