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재해는 한 순간에 농민들의 모든 것을 잃게 하고 재기조차 어렵게 한다는 점에서 농업분야의 가장 중요한 해결과제가 되고 있다. 농특위 소득분과에서 발표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최경환 연구위원의 '농업재해대책의 방향'을 중심으로 논의동향을 정리한다.○지원기준·단가 비현실적, 재기 어렵고 빚 '눈덩이'▲농업재해대책의 실태=현행 농업재해지원대책은 자연재해대책법과 농어업재해대책법에 따라 이뤄지며, 자연재해대책법이 상위법이다. 이들 법률은 1960년대 후반 자연재해가 빈번할 당시에 제정돼 재해를 입은 농가의 생계를 지원하기 위한 구호적 성격을 띠고 있다. 그동안 수차례 법 개정을 통해 지원대상이 확대되고 지원수준도 상향조정됐다. 그러나 이들 법률의 성격상 중소농을 주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지원내용도 이재민 구호양곡, 중·고생 수업료 면제, 영농자금 상환연기 및 이자감면 등 근본적으로 구호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농어업재해대책법에 의한 지원을 받으려면 농업재해가 동시 또는 연속적으로 발생해야 한다. 또 시·군 또는 자치구별로 피해면적이 한해·수해·풍해·냉해·조해·동해·병충해 등의 경우 50ha 이상, 서리·우박·설해의 경우 30ha 이상, 농업용 시설·농경지·가축피해의 경우 3억원 이상일 경우 가능하다.농업재해 지원현황을 보면, 91년부터 2000년까지 10년간 발생한 평균 피해면적은 연간 15만7000ha이며, 피해액은 약 5700억원이다. 그러나 지원액은 연평균 704억원으로 피해액의 12.3%에 불과하다. ▲문제점=현행 농업재해대책은 피해에 대한 지원수준이 낮고 비현실적이다. 최근들어 많이 개선되고 있지만, 농경지, 농림시설, 축사 및 초지에 대한 복구비와 농작물 및 가축 입식에 필요한 지원단가가 실제보다 낮다. 첨단 고가의 농업시설물이나 작물에 대해서는 기준가격 설정이 어려워 농민과 마찰을 빚고 있다. 최근 지원대상 농가의 영농규모를 많이 상향조정하기는 했으나 아직도 중소농 위주로 돼 있어 중농 이상 농가는 대규모 피해가 발생해도 지원을 받기 어렵다. 지원대상 피해범위도 30ha~50ha 이상이어야 한다. 작물별 생육시기가 다른데도 모든 작물의 재배면적을 기준으로 피해율을 산정해 특정 작물의 극심한 피해는 지원받기 어렵다. 게다가 휴경지도 경작면적으로 계산한다. 재해대책 예산이 별도로 편성되지 않아 매년 재해가 발생할 때 마다 예비비에서 집행되고 있어 지원수준이 예산확보 정도나 정치적인 분위기에 따라 연도별로 차이가 있다.2001년도 도입된 사과·배 농작물 재해보험은 보험제도를 처음 도입했다는 농정사적 의미가 있지만, 보험료 과중으로 농가가 가입을 기피하고 대상재해의 한정, 보험 책임기간, 정부 지원 미흡, 홍보부족 등의 문제가 나타났다. ▲농민단체 입장=농어업재해대책법은 보상이 아니라 구호차원에 머물고 있고, 행정편의적인 피해기준 설정으로 많은 피해농민이 제외되고 있다. 생산기반시설의 복구시 농가 자부담 과중으로 농가부채 요인이 되며, 지원단가가 비현실적이다. 예방차원의 대책은 빈약하고, WTO규정에서도 인정하는 농업재해지원사항도 외면한다. 재해보험은 국가의 책임을 회피하고 대다수 중소농을 외면하는 정책이다. 대다수가 중소농인 우리 농업현실은 보험보다는 재해보상을 더 필요로 한다. ▲개선방향(최경환 박사)=농업재해지원은 WTO규정에서도 허용되는 정책(green box)이므로 농민을 지원하는 적극적인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 현행 농업재해지원(구호)을 내실화하고 재해보험을 점진적으로 확대한다. 장기적으로 미국·캐나다·일본의 수입(소득)보험을 검토한다.
이상길leesg@agrinet.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