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농림부문의 규제정비는 농민의 불편을 해소하고 농산물의 생산성을제고하는데 저해가 되는 부문을 중심으로 철폐했다고 하지만 농지부문은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다. 농지분야의 규제철폐와 개선은 오히려 쌀 자급기반을 확보하겠다는 정부의의지를 퇴색하게 만들고 농업외타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역점을 두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전경련을 비롯한 농업 외부세력들은 우리나라는 공장용지 가격이비싸고 각종 규제로 인해 산업입지 및 공장설립 절차가 복잡하여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이를 해결할 수 있도록 농지전용기준을 대폭 완화해달라는 요구를 끊임없이 해 왔다. 특히 지난해 10월29일 국토개발연구원 주최로 열린 주요분야별 규제에 대한 구조적 개혁방안에 관한 공청회에서도 참석자들은 산업의 경쟁력을 갖기위해서는 농지전용허가 절차를 개선하고 농업진흥지역 대체지정제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러한 주장이 제기될 때 농림부를 비롯한 농관련 학자, 농민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해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농지가 무분별하게 전용될 경우 식량자급기반 확보가 어렵다는 논리가 앞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규제개혁위원회에서 폐지한 농지분야의 내용은 당시 국토개발연구원 주최로 열린 공청회에서 제기됐던 농지분야 규제완화 내용을 대폭수용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농지전용후 타용도 사용시 시장·군수 승인제도를 생략한 것과 공장설립을 위한 농지전용시 농지관리위원회의 확인절차를 폐지하겠다는 것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WTO체제와 IMF시대를 맞아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환경조성이 당면과제로 부각되면서 식량자급기반 문제가 뒷전으로 밀린 것이란 풀이가 가능하다. 농림부는 이에 대해 공장설립시 농지전용절차를 간소화하고 부조리 개연성을 제거하고 용도변경을 위해 불필요한 행정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기대효과를 예상한다고 하면서 농지훼손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특히 농지는 헌법의 경자유전의 정신에 따라 원칙적으로 실제농사를 짓는농업인과 농업법인만 소유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것 등 농지소유에 대한규제는 이번 규제개혁에서 포함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관계전문가들은 “그동안 농림부가 나름대로 소신을 갖고 추진한농지보호 정책이 이번 규제완화로 크게 실추됐다”며 농지를 보호할 수 있는 범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아쉽다고 밝혔다.김동희 단국대 농대 대우교수는 “지난 정부가 농지전용을 허가해 산업의경쟁력 강화에 도움을 준 것보다 오히려 골프장, 러브호텔, 스키장, 음식점등 농촌환경을 훼손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하면서 “이번 농지분야 규제정비가 정부의 의도대로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대한 기대효과를 가져오는 것보다 오히려 악영향이 클 것으로 본다”고 경고했다. 이번 농지부문의 규제정비는 앞으로 농업분야에 어떤 파급효과가 나타날것인가 의문이지만 분명한 것은 농지의 전용절차 간소화와 타용도 전용시승인제도 대폭 생략 등으로 인해 농지가 무분별하게 훼손될 가능성이 커져결국 식량자급기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쌀 자급을 위해 오는 2004년까지 1백10만ha의 경작지를 확보하겠다던 새 정부의쌀자급정책이 이번 농지부분의 규제완화로 흔들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제기되고 있다.<윤주이 기자>
윤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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