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만난 우수 후계농업경영인

[한국농어민신문 강재남 기자] 

양유경 한농연제주시조천읍회 이사가 제주 1차산업 조수입 5조원 시대 제주농업에 대해 얘기를 하고 있다. 
양유경 한농연제주시조천읍회 이사가 제주 1차산업 조수입 5조원 시대 제주농업에 대해 얘기를 하고 있다. 

 

조천읍서 노지감귤·수박 재배
감귤 수확량의 60% 수출하고
농협 계통출하·직거래로 판매 
큰 돈 못 벌어도 언제나 보람

주변 전정 작업자 중 내가 막내
전문기술 사라지는 게 안타까워

“큰 돈은 못 벌어도 큰 걱정 없는 것이 농사입니다. 농업은 저의 평생 직업이며, 귀찮아하지 않고 열심히만 한다면 그 만큼 되돌려 주는 것이 농사일입니다. 그리고 농업에 있어 가장 최우선시 해야 하는 것은 안정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농업을 두고 ‘농사일은 힘들다’, ‘농사로 돈을 벌기는 어렵다’는 말을 주변에서 쉽게 들을 수 있다. 농업은 쉬운 일도, 큰 돈을 벌 수 있는 일도 아니지만, 매년 조수입이 성장하는 등 제주 농업에 희망은 있다. 

실제 2024년 농수축산업 조수입은 2023년보다 4.8% 증가한 5조2142억원을 기록해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지난 2022년 4조6421억원을 기록한 이후 매년 상승해 2023년 4조9749억원, 2024년 첫 5조원 시대를 열었다. 밭작물에서는 역사상 처음으로 조수입 1조원을 돌파했으며, 축산업 1조3887억원을 기록하는 한편 감귤은 1조3130억원으로 2년 연속 1조3000억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제주 1차산업 조수입 증가는 농어가 소득 증대이며, 미래 제주 농업의 가능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기후, 경기침체, 농업인구 감소 및 고령화의 어려움 속에서 역대 최대 1차산업 조수입이라는 희망과 가능성 속에서 개개인의 농업인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농업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평생 농업인으로 살아아 온 양유경(58) (사)한국후계농업경영인제주시조천읍회 이사를 만나 제주농업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지난 1992년 후계농업경영인으로 선정된 그는 제주시 조천읍 일대에서 노지감귤 1만9834㎡(6000여평), 수박 9917㎡(3000여평)를 경영해 연간 5000만원의 조수입을 거두고 있다. 

제주농업고등학교를 지난 1986년에 졸업한 이후부터 그는 34년간 농사에만 전념하며, 농업을 평생의 업으로 살아가고 있다. 2025년 8월 26일 열린 제18회 제주특별자치도 후계농업경영인대회에서 최고농업경영인상 최우수상도 수상했다. 

그는 “부모님이 일반 밭농사와 과수원, 조랑말 100두를 사육하고 있어 부모님을 도와 농사일을 어릴 때부터 해 왔다”며 “후계농이 된 이후 무, 감자, 양배추 13만2231㎡(4만여평)를 15년가량 재배하다가 지금은 다 접고 수박과 노지감귤만 재배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그는 “무와 감자 등의 재배를 안 하는 것은 소득도 얼마 되지 않았고, 태풍으로 피해를 입은 경우가 많아 안정적인 농사를 지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라며 “어릴 때부터 여러 농사를 남들만큼 다 해 봤지만, 언제나 자연재해에 따른 피해와 소득 그리고 자본적인 문제가 가장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농사를 지으면서 많은 어려움이 있고 몸은 힘들었지만, 후회를 해 본적은 없다”며 “소득은 크게 없어도 마음적으로 편안했고, 나름 열심히 해 농사는 언제나 보람되게 느껴졌다”고 농업에 대한 그간의 소회를 얘기했다. 

평생 농사만 지어온 그는 농업과 관련해 ‘안정’의 중요성을 최우선적으로 강조했다. 

그는 “농업 분야에 종사함에 있어 가장 최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은 소득과 판로의 안정”이라며 “농사로 큰 돈은 못 벌어도 안정적이기만 하면 큰 걱정이 없는 일이 농사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 감자 등을 재배하면서 자연재해, 가격 등의 불안정한 상황에 놓이면서 어려움이 많았다”며 “노지감귤은 생산면에서 다른 작물보다 안정적이고, 조천농협 공선회 참여와 미국, 러시아, 싱가포르 감귤 수출로 가격과 판로의 안정화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지감귤 수출은 관당(3.75kg) 4000원은 기본적으로 보장된다”며 “수출 기준이 까다로워 기준에 맞춰 재배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감귤 가격 등락에 상관없이 꾸준히 관당 가격을 받을 수 있어 개인적으로 생산과 판로, 가격 안정화를 꾀할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체 감귤 수확량의 60%가량을 수출로 출하하고, 나머지는 농협 계통출하로 공선회를 통해 처리를 한다”며 “농협에서도 단순히 도매시장 공판장으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유통업체를 찾아가 직거래를 하고 있어 가격도 괜찮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수확만 하면 농협에서 운송·처리해 주고 수출도 가격이 꾸준히 유지돼 최대한 현재 구조를 유지할 계획”이라며 “생산과 판로 소득이 안정화되면, 농가들도 편안해지는 셈”이라고 얘기했다. 

이와 함께 그는 농업을 이어갈 청년의 부재와 전문 농업기술을 전수할 사람이 없는 현실을 아쉬워했다. 

그는 “22세 때부터 지역 선후배들과 감귤 전정작업을 다녔다”며 “당시에서 5~6명이 그룹을 짜 제주 전역을 돌아다니며 전정을 했지만, 지금은 두 명이서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령화가 되면서 전문 기술을 익힌 사람이 줄어드는 것도 있지만, 아직도 이 일대 전정 작업 활동자 중 제가 막내”라며 “전정 작업과 기술이 필요한 곳은 많은데 기술을 배울 사람도 할 사람도 없는 것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그는 “농가 개별로 자기 과수원 전정은 하겠지만, 전문 기술을 가지고 제주 전역을 돌아다니며 하는 기술자는 지금 세대가 끝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며 “전문적인 농업 기술이 이어지지 못하고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전했다. 

그는 향후 농사 계획에 대해 “나이가 들수록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며 “더 큰 욕심 없이 부부가 관리할 수 있는 정도인 지금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앞으로 계획이자 목표”라고 말했다. 

한편 그는 제18회 제주특별자치도 후계농업경영인대회에서 최고농업경영인상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제주=강재남 기자 kangj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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