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기노 기자] 

경실련 “저율관세할당 오용
식량안보 위협” 지적
국내 생산기반 축소 이어져
국산 가격 상승 악순환 우려

정부가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위해 농축산물 할인지원과 수입과일 할당관세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근시안적인 물가정책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과일 수입이 늘어날 경우 국내 생산기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정부는 최근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상반기 할당관세를 적용할 품목에 만다린·두리안 등을 추가한다고 공표했다. 사과·배 등 국내 공급이 부족한 품목의 수요를 관리하기 위해 대체과일 수입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 들어 무분별한 저율관세할당(TRQ)은 규모나 품목에서 모두 확대되고 있는데, 식량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저율관세할당이 오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부는 바나나(15만톤)·파인애플(4만톤)·망고(1만4000톤)·자몽(8000톤)·아보카도(1000 톤) 등 5개 품목에 대해 30%였던 관세율을 없앴고, 만다린(500톤)은 50%에서 10%로, 두리안(1300톤)은 45%에서 5%로 관세율을 낮췄다.

경실련은 “전방위적인 과일 수입 확대 기조는 단기적으로 농산물가격 급등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과일 수입 확대에 따른 국내 생산기반의 축소가 국산 과일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이러한 국산 과일 가격 상승이 과일 수입을 부추기는 악순환이 반복될 우려가 크다”면서 “무엇보다 소비자의 과일 선호도 변화가 국내 생산기반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덧붙여 경실련은 “사과의 연간 1인당 소비량은 11kg으로 1개월에 1kg도 먹지 않는다. 다음 수확기까지는 사과 2분의 1 먹기, 국내 다른 과채류 소비하기를 유도하는 편이 우리 농업을 유지하는 현실적인 방안”이라며 “사과농가에 의하면, 사과 1개의 생산자가격이 평균 1000~3000원인데 소비자 가격은 3000~1만원으로 유통마진이 200%가 넘는다. 정부는 유통과정에서의 매점 매석 여부와 과도한 소비자가격 등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하고 조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도 최근 성명서를 내고 근본적인 생산·공급 안정대책 수립을 촉구했다. 전농은 “농산물 가격이 불안정한 근본적인 이유는 생산과 공급의 불안정성 때문이다. 최근 ‘금사과’ 역시 지난해 냉해 등 연이어 발생한 이상기후 현상과 탄저병 등 병충해로 생산량이 줄었기 때문에 생겨난 일”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없이 당장의 가격에만 천착해서는 농산물 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은 결코 가능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농축산연합회도 22일 성명을 내고 정부의 물가대책이 농업현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1500억원의 정책자금을 투입해 유통업체 지원 및 수입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국내 생산 및 공급대책은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농축산연합회는 농축산물 생산안정과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종합대책이 필요한 상황에서, 정부가 매번 당장의 물가관리 측면에서만 접근하는 것은 정책 실기라면서 반복되는 농축산물 할인 및 수입확대 정책은 농가소득에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생산기반 축소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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