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기노 기자] 

지난 21일 울산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농지규제 완화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 21일 울산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농지규제 완화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부 움직임에 ‘농업계 신중론’ 
자투리농지 투기 대상 전락 
농촌 체류형 쉼터 허용으로
난개발 확산 우려 목소리 고조

정부가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농지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농업계를 중심으로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섣부른 규제 완화가 농지투기와 농지잠식 등의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2월 21일 민생토론회에서 공개된 ‘농지 이용규제 합리화’ 방안의 골자는 △수직농장의 농지 설치 허용 △농업진흥지역의 소규모 자투리 농지 정비 △농촌 체류형 쉼터 도입(가칭) 등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농촌의 소멸위기를 타개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농업계는 농지규제 완화, 특히 농업진흥지역의 자투리 농지 정비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자투리 농지는 농업진흥지역을 도로·택지·산단 등으로 개발한 이후 남은 3ha 이하의 농지를 말하는데, 전국적으로 2만1000ha, 여의도 면적의 70배가 넘는 규모다.

최범진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은 “자투리 농지의 활용가치를 높이는 긍정적인 부분이 있긴 하지만, 비농업인의 농지 접근성이 높아지고, 투기성 자본이 유입될 우려가 있다”면서 “일부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투기목적의 농지매입에 대해선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투리 농지의 기준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호 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는 “3ha 이하를 자투리 농지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농가당 평균 경지면적이 2ha가 안 된다. 기준 자체가 잘못됐고, 이러한 규제 완화는 농지가격 상승과 투기 수요를 자극할 수밖에 없다”면서 “규제완화로 농지가격이 도미노처럼 오르면 임차농은 농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고, 식량안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도 최근 성명을 내고 “근본적인 대책은 없이 농지규제만 해제하는 것은 오히려 자본의 농업침투를 용인해 농촌 난개발만 부추길 뿐”이라고 비판했다.

도시민이 농촌에서 머물 수 있는 임시 거주시설인 ‘농촌 체류형 쉼터’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현재 연면적이 최대 20㎡(약 6평)로 제한된 농막보다 더 넓은 유형의 거주시설을 농지에 지을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는 것인데, 기존 불법 농막의 양성화 민원도 폭주할 가능성이 있다.

강정현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농지는 식량을 생산하는 공간인데, 단순히 경관을 보는 휴식처가 우선시될 수는 없다”면서 “농지에 농막보다 큰 체류형 시설을 무계획적으로 허용하면 난개발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농촌의 빈집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지투기 등 부작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석 농지과장은 “농업진흥구역 정비계획을 세운 후 지자체의 개발계획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할 예정”이라며 “개인이 아닌 지자체가 개발계획을 세우기 때문에 투기 우려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고,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 정비 면적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농촌 체류형 쉼터’와 관련해선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지만, 우선 타용도 일시사용을 허가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며 “건축법 등 고려할 사항이 많기 때문에 이해관계자와 관계부처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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