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치솟은 생산비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환경 문제 등 대한민국 양돈산업이 직면한 현안은 아시아 주요 양돈 생산 국가들도 갖고 있는 고질적인 아킬레스건이었다. 다만 일본의 경우 10년 전 제정된 ‘양돈농업진흥법’과 ‘축산물(양돈)가격안정법’이란 산업을 뒷받침하는 두 개의 주요 법률이 양돈산업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하고 있어, 지난해 국회에서 한돈산업육성법이 발의됐지만 아직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대한민국 양돈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외 2월 21일 대한한돈협회가 아시아 양돈인 간 최신 정보 공유와 교류 확대 도모를 목적으로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진행한 ‘아시아 양돈 생산자 협력 네트워크 구축 교류회 및 협약식’에선 일본·필리핀·베트남 양돈 생산자단체 대표들이 참석, 각국의 양돈산업 현황 등을 발표해 주목받았다. 
 

일본 정부, 10여 년 전부터 양돈산업 지원 든든2개 양돈 관련법 뒷받침

타쿠오 수키가라 일본양돈협회 사무총장
타쿠오 수키가라 일본양돈협회 사무총장

이날 일본양돈산업 현황을 발표한 타쿠오 수키가라 일본양돈협회 사무총장에 따르면 일본은 현재 양돈농가 3370호에서 900만두가량의 돼지를 사육하고 있다. 돼지고기 소비량은 1인당 연간 13.1kg이다. 5700호 농가가 1100만두를 사육하며 1인당 소비량이 30kg에 육박하는 대한민국 양돈산업보다 규모가 작고, 소비량도 반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에선 양돈산업에 대한 관심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수키가라 사무총장은 “일본에선 아직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농가들이 받고 있는 우려는 상당히 크다. 무엇보다 부산에서 ASF 양성 멧돼지가 나온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여기에 사룟값 등 생산비가 치솟고 환경, 질병 문제 등 일본 양돈 농가들은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수키가라 사무총장은 “일본에선 양돈이 국민의 식생활에 공헌하고 있는 데다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되고 경축순환농업으로 자연환경에도 도움을 준다고 판단, 양돈산업을 지키기 위해 10여년 전 양돈농업진흥법과 양돈가격안정법을 제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가격안정법은 소와 양돈 두 개가 있는데, 양돈의 경우 FTA로 인해 돼지고기 가격이 상당히 내려갔고 이에 양돈업계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해 관철됐다”며 “가격안정법은 판매가격이 생산비용보다 낮으면 그 차이의 75%를 정부가 보전해 주는 양돈농가엔 보물 같은 법”이라고 소개했다. 
 

베트남·필리핀 양돈산업, ASF 후폭풍소비 줄고 수입 증가 지각변동

박 꾸옥 탕 베트남축산업협회 이사(왼쪽), 웡 알프레드 필리핀 전국양돈농가연맹 부회장
박 꾸옥 탕 베트남축산업협회 이사(왼쪽), 웡 알프레드 필리핀 전국양돈농가연맹 부회장

베트남은 우리보다 먼저 찾아온 ASF의 상당한 후폭풍을 겪고 있다. 

박 꾸옥 탕 베트남축산업협회 이사는 “ASF가 베트남 양돈산업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 ASF 발생 이후 급격히 줄어든 돼지 개체수로 인해 2019~2021년 돼지고기 가격이 매우 높아졌다. 이후 돼지고기 소비량도 급감해 2018년엔 돼지고기가 축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8%였고 한 때 65%까지 보였는데 현재는 절반 정도로 떨어지고 그 자리를 닭고기가 차지하게 됐다”며 “ 1인당 소비량 역시 2016년에 45kg에서 2023년엔 31kg까지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필리핀도 베트남처럼 ASF로 인해 자국 내 양돈산업이 크게 휘청거리고 있다. 무엇보다 수입 규모가 전례없는 수준으로 상승했다.

웡 알프레드 필리핀 전국양돈농가연맹 부회장은 “2019년 7월 ASF가 필리핀을 강타한 후 양돈산업 지형이 크게 변했다. 농가 수는 줄어들고 가격이 60% 이상 상승했다”며 “높은 가격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돼지고기 구매를 줄이거나 수입 돼지고기나 닭고기로의 대체 소비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가격이 높게 이어지자 필리핀 정부에선 지난 3년(2021~2023년)간 관세를 40%에서 15%로 인하했고, 올해 연말까지 다시 한 번 인하 정책을 유지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돼지고기 수입은 전례 없는 수준으로 들어와 ASF 발생 전 4만2000~15만톤이었던 돼지고기 수입이 2022년 100만톤, 2023년 60만톤으로 급증했다”며 “이런 지속적인 돼지고기 수입 자유화 정책은 필리핀 양돈 농가의 농업 복귀를 더욱 저해하고 국가의 식량 안보 목표에 대한 위험을 증가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민국 한돈산업에 대한 관심

조진현 한돈협회 전무와 이원복 한돈자조금 사무국장의 ‘한국 양돈산업 현황’과 ‘한돈자조금 조성과 운용’을 들은 각국의 양돈 생산자단체 관계자들은 대한민국 한돈산업에 큰 관심도 보였다. 국민 식량산업으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자 마련되고 있는 한돈사업 중장기 발전대책과 20년 전 시작돼 이미 정상 궤도에 올라와 있는 한돈자조금 등에 이목이 쏠린 것. 특히 삼겹살데이 마케팅 활용, 한돈페스타, 지역 사회 기부 활동 등을 펼치는 대한민국 한돈산업을 자국 내 양돈산업에 벤치마킹하겠다고 각국의 양돈생산자단체들은 입을 모았다. <끝>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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