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가죽으로 글로벌 시장 개척에 도전하는 ‘헤리팜스’ <상>

[한국농어민신문 이동광 기자] 

헤리팜스가 버섯 가죽을 원료로 만든 버섯가죽 컬렉션 제품. 일부 제품은 클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와디즈를 통해 판매됐다. 
헤리팜스가 버섯 가죽을 원료로 만든 버섯가죽 컬렉션 제품. 일부 제품은 클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와디즈를 통해 판매됐다. 

클러치백·핸드백 컬렉션
고가임에도 와디즈 펀딩 ‘완판’
버섯가죽 발전가능성 확인
자동차 시트·옷 등도 선봬

대나무·옥수수 등 재료 가죽은
플라스틱 코팅·첨가물 사용
버섯 균사체 쓰면 안 들어가 
‘진정한 식물성’ 규정 가능

원예특작과학원 등 개발 박차

최근 클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와디즈에서 한국농업의 미래를 밝혀주는 의미 있는 리워딩형 펀딩이 큰 주목을 받으며 성황리에 마무리 됐다. 바로 균사체 가죽(일명 버섯가죽) 전문기업인 헤리팜스가 야심차게 내놓은 버섯가죽 컬렉션 제품이 완판 되는 성과를 낸 것이다. 버섯가죽으로 국내에서 첫 선을 보이며 클러치백 및 핸드백 가격이 70만~128만원으로 상당히 고가임에도 완판된 것은 동물성 가죽을 대체하는 제품으로 그만큼 사회적 관심이 높다는 것을 증명한다. 또한 해외에서 엄청난 주목을 받으며 급성장하고 있는 버섯가죽 산업이 국내에서도 발전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특히 버섯가죽은 버섯산업 분야의 혁명을 불러올 새로운 신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정부도 동물가죽 산업 발전을 위한 연구개발(R&D) 지원에 나서고 있는 만큼 가죽 산업은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헤리팜스는 국내 최초로 느타리버섯 병 재배시스템을 도입해 해외 수출까지 성공한 마타리푸드그룹에서 2023년 3월 설립했다. 마타리푸드그룹에 속한 버섯생산 전문기업 미미청아랑(주)의 버섯재배 기술을 전수 받아 친환경 신소재인 버섯 가죽 연구 개발로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원대한 꿈을 꾸고 있다. 이에 버섯가죽이 사회적으로 관심 받는 배경은 무엇인지 버섯가죽 산업의 국내외 현황, 경제성 발전 가능성 헤리팜스의 기술 등을 살펴보는 기획을 2회에 걸쳐 살펴본다.
 

버섯가죽 탄생의 배경

최근 버섯 균사체를 활용한 친환경 소재 개발에 나서게 된 배경은 글로벌 탄소중립을 선언한 국가들의 신패러다임의 변화에 기인한다. 세계 121개국이 기후 목표 상향 동맹에 가입한 ‘2050 탄소중립의 글로벌 의제화’에 동참하고 유럽연합(EU), 미국에서는 탄소국경세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탄소중립 선언 이후 주요 국가들이 대규모 그린 투자를 발표하며 친환경 시장 선점을 위한 투자 확대에 나서면서 식물가죽 소재 개발로 이어졌다.

또한 최근 사회적으로 축산농가의 동물복지 정책이 확대되고 식생활에서는 동물성 식품섭취를 반대하는 채식주의자(비건) 문화도 식물가죽 소재 개발을 부추기고 추세다. 먹거리 분야뿐만 아니라 의류, 신발 등에 사용되는 동물성 가죽 소비에 반대하며 퇴출시키려는 움직임이 본격화 되고 있는 것이다.

헤리팜스에 따르면 기존의 친환경 대체가죽을 향한 연구 개발은 바나나껍질, 망고껍질, 선인장, 대나무, 옥수수 등 다양한 재료를 통해 진행된다. 대나무 소재의 경우 대나무 입자 공기층으로 보온성, 내구성, 내마모성이 강하고 대나무의 폴리페놀 성분으로 박테리아 증식을 막아주는 항균력을 갖는 특성이 있다. 옥수수 소재의 경우에는 옥수수에서 추출한 글루코스(포다당)를 발효 및 정제해서 가공한 젖산을 원료로 만드는 자연순환형 바이오 원료를 사용한다.

그러나 바나나껍질, 망고껍질, 선인장, 대나무, 옥수수 등의 식물성 소재를 사용한 대체가죽 대부분은 사용성과 강도를 높이기 위해 플라스틱을 코팅이나 첨가물로 사용해 ‘순수한 식물성(비건 레더)’이라고 규정하기 어렵다. 순수한 식물성 가죽은 외부·내부의 모든 부분이 친환경적 재료로 만들어 지는 것이 본질이나 상용화를 위해서 생산단가를 적정화하고 천연가죽이나 인조가죽(폴리우레탄(PU)·폴리염화비닐(PVC))의 내구성에 근접해야 하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현재 식물성 가죽의 대부분은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우레탄(PU)을 함유하고 있다. 이는 혼방 인조가죽의 형태로 식물성 물질을 직물로 가공하고 그 표면에 폴리우레탄을 코팅해 내수성 및 내구성을 갖추는 공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일부는 재생가능 자원에서 추출한 바이오 플라스틱을 사용하지만 플라스틱의 단점을 나타나고 있다.

이에 식물가죽 소재 중 버섯 균사체를 소재로 하면 플라스틱 코팅이나 첨가물로 사용하는 공정에서 자유롭다. 식물가죽 소재 중에서 ‘진정한 식물성(비건 레더)’ 소재이면서 전 세계적인 이슈인 탄소중립에 부합하는 소재가 바로 버섯 균사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국내외 연구기관 및 기업들이 버섯가죽 생산에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는 이유도 진정한 비건 레더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버섯가죽이 주목받는 이유

지난 2월 초 열린 서울패션쇼 친환경 소재로 선보인 균사섬유 가죽. 제공 헤리팜스 
지난 2월 초 열린 서울패션쇼 친환경 소재로 선보인 균사섬유 가죽. 제공 헤리팜스 

식물성 소재로 한 버섯가죽이 주목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우선 세계적인 확산되고 있는 비건 문화를 견인하며 환경보호, 비인도적 문화 차단, 탄소중립 등이 실현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실질적인 식물성 가죽(비건 레더) 목표 달성이 가능하고 동물성 가죽 실감에 비견될 수 있는 버섯가죽의 발전 가능성에 많은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버섯 균사체는 실처럼 가는 세포 균사가 서로 얽혀 있는 그물망 형태의 구조여서 단단한 조직망을 형성해 질기고 강한 물리성(압축·휨·인장·인열강도 등)을 자랑하는 소재가 될 수 있다. 이로 인해 동물성 가죽 대체 소재를 비롯해 플라스틱 대체, 단백질 대체 등 새로운 친환경 산업소재로 부상했다.

더구나 미국의 버섯가죽 생산업체인 마이코웍스는 명품으로 유명한 브랜드 ‘에르메스’와 협업해 버섯가죽 제품을 선보였다는 소식이 전 세계로 타진되면서 버섯가죽 기술개발에 많은 기업들의 관심을 증폭시켰다. 실제 마이코웍스에는 지난해 1억 2500만 달러의 투자 유치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을 비롯해 민간 기업들이 버섯가죽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섬유와 버섯 균사체를 이용한 가죽 생산연구에 일정부분 성과를 내고 있다. 현재까지 버섯 종류에 따른 섬유제작 기법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에 따르면 버섯 균사체에는 단백질과 키틴이 존재하며, 균사섬유는 기계적으로 견고한 매크로 구조를 형성한다. 영지버섯균사 섬유의 경우 추가적인 바이오매스를 첨하해 키틴과 가교결합을 형성해 균사섬유의 특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의 균사섬유 제조기술은 국내 버섯농가에 기술 이전돼 친환경 소재 상품화를 진행하고 있으며, 스타터 기업인 마이셀은 자동차 시트용 가죽 생산을 목표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미미청아랑 자회사인 헤리팜스는 축적된 버섯재배 기술을 기반으로 버섯가죽 생산에 시작했으며, 국내에서는 가장 앞선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올 2월 초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24 F/W 서울패션위크’에 참가한 유명 디자이너의 친환경 업사이클링 브랜드에 균사섬유 가죽 제품이 첫선을 보였는데 균사섬유 가죽에 사용된 균사를 헤리팜스가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섯가죽 산업 장점과 시장성
세계 시장규모 연 8% ‘고속 성장’2035년 1억3000만 달러 전망

버섯 균사체로 만든 가죽은 천연가죽과 비슷한 질감과 유연성을 가지면서도 환경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소재다. 버섯 균사체 식물성 가죽(비건 레더)은 버섯 균사체를 햇빛, 습기, 온도, 공기를 정밀하게 컨트롤하며 2~3주 정도 배양해 버섯균의 가는 모양의 실이 얽히고 뭉친 솜털 모양으로 성장한 균사체를 적정한 두께로 압착 가공하고, 다양한 형태의 가죽의 질감과 색상을 구현하는 과정으로 제작된다.

가공 과정에서 물과 화학물질의 사용량을 줄일 수 있고, 폐기물 발생량도 최소화 해 탄소중립을 실현해야 하는 현 시점에서 최적화된 아이템이다. 천연가죽 생산에서 유발되는 유해한 환경적인 부담을 90% 이상 저감시키면서도, 균사체는 곰팡이 구조의 바이오매스로서 저밀도, 생분해성, 무독성의 특성을 나타낸다. 온실가스의 14.5%는 천연가죽과 육류생산을 위한 축산업에서 유발된다. 이를 기반으로 하는 천연가죽은 생산과정에서도 많은 동물들의 희생과 크롬, 미세플라스틱, 암모니아 등 각종 유해물질을 배출하고 있다.

헤리팜스가 진정한 비건 레더인 버섯가죽 기술 개발에 직접적으로 나선 이유도 가죽이 동물성 가죽과 유사한 물리적 성질을 가져 고부가가치 상품 개발이 가능하면서 친환경적인 산업이기 때문이다.

임성혁 헤리팜스 대표는 “버섯 균사체는 천연 소재로서 가공 과정에서 물과 화학물질의 사용량을 줄이고, 탄소 배출량을 감소시킬 수 있다. 또한 버섯 균사체 가죽은 자연에서 쉽게 분해되므로, 폐기물 문제도 해결 가능하다”라며 “특히 버섯 균사체 가죽은 색상이나 무늬를 자유롭게 변화시킬 수 있으므로, 디자인적으로 다양한 상품을 제작할 수 있어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손색없다”라고 강조했다.

바이오매스 기반의 비건 레더 글로벌 시장규모도 상당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건 레더 글로벌 시장규모 2022년 6000만 달러에서 2035년 1억3000만 달러로 연평균 8% 성장할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신발, 의류, 가방 등 가죽제품 전체 시장 규모가 약 305억 달러에 육박할 것이라고 예상되는 만큼 비건 레더 글로벌 시장규모의 성장 가능성은 높다.

임성혁 헤리팜스 대표는 “아직 비건 레더 글로벌 시장은 일반 가죽시장에 비해 미미하지만 동물성 가죽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물질 문제로 인해 내년부터 프랑스 파리 패션쇼에서 동물 가죽소재 사용을 금지하고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법령으로 이를 금지했다”라며 “현재 헤리팜스 버섯가죽 제조 기술이 세계 1위 기업의 70% 수준인데 올 연말에는 대등한 수준에 근접하는 만큼 글로벌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계속>

이동광 기자 leed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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