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기노 기자] 

베스트셀러 <김미경의 마흔수업>을 읽으면서, 문득 농업인들이 떠올랐다. 여기서 나오는 ‘중위연령’이란 개념이 농업·농촌의 현실과 맞닿아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중위연령’은 국내 인구를 출생연도별로 줄 세웠을 때 가운데 위치한 나이를 말한다. 통계청에 의하면 1994년 29세였던 중위연령이, 2023년에는 46세로 높아졌다. 불과 30년 만에 17년의 차이가 벌어졌고, 그만큼 인생의 후반전이 길어졌다는 것이다.

농업계에서도 17살까지는 아니지만, 청년농업인의 나이 기준을 상향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현행법에선 청년농업인의 나이를 40세 미만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2020년 기준 40세 미만 농가 비율이 전체의 1.2%에 불과한 농촌의 인구 구조를 고려하면 현실과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고용노동부와 중소벤처기업부 등 타부처에서 실시하고 있는 청년 정책의 경우 나이 기준을 최대 40세 미만으로 설정해 운영하고 있지만,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청년농어업인 육성 및 지원 조례’ 등을 통해 청년농업인의 연령을 45~49세 이하로 상향하는 등 정책 수혜 대상자를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물론 청년농 나이 기준 상향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도 있다. 청년농 정책의 취지가 자본과 경험이 부족한 20∼30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농촌에 유입하기 위한 것인데, 나이 기준을 상향하면 40대 위주의 정책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청년농 나이 기준을 확대할 경우 40세 미만 청년에 대한 지원이 감소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청년농 기준을 40세 미만으로 설정해 수립된 ‘제1차 후계·청년농 육성 기본계획(2023~2027)’ 시행이 초기라는 점도, 나이 기준 변경에 신중을 기하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농에 대한 나이 기준 상향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농촌의 인구감소와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청년층의 신규 유입을 위한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사실상 청년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지금의 40~50대 농업인들에 대한 지원도 소홀히 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는 청년농어업인의 나이를 50세 미만으로 상향 규정하는 내용의 ‘후계농어업인 및 청년농어업인 육성·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돼 있는데, 활발한 논의가 이뤄졌으면 한다.

개인적으로 ‘17살을 빼라’는 이 책의 조언을 보면서 아직 늦지 않았다는 안도와 새롭게 도전하고 싶다는 용기가 생겼다. 농업인들에게도 안도와 용기를 줄 수 있으면 좋겠다.

이기노 농업부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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