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영월 유학생 45명, 전년비 2.5배 늘어

[한국농어민신문 이우정 기자] 

농촌유학 민물 생태 체험
농촌유학 민물 생태 체험.

최근 도시 학생과 학부모가 자연친화적인 생태교육 환경 및 특성화된 교육과정을 찾아 시골길에 오르는 도농 교류 프로그램인 '농촌 유학'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이 실시하는 2024년 농촌 유학 모집에는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에서 초·중학생 164명이 몰렸고 이 중 90명이 최종 선발됐다. 2023년 시범운영 당시 53명이 지원, 33명을 선발한 것과 비교하면 1년새 규모가 크게 늘었다. 여기에 2023년 농촌유학생 중 31명이 연장 신청해 현재 총 121명의 학생이 강원특별자치도 곳곳에서 농촌 유학을 진행 중이다.

특히 영월군은 2024년 47명 신청 중에 30명을 선발, 기존 유학생 연장 신청 인원까지 포함해 총 45명의 학생이 유학 중인데 이는 작년 인원 18명보다 2.5배 많은 수치이며 강원도 내에서 가장 큰 규모다.

이에 개교 100주년을 앞둔 영월 옥동초등학교와 협력마을인 예밀포도마을을 찾아 영월에서 추진 중인 농촌 유학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도 부모도 행복한 농촌 유학
깨끗한 자연 속 건강 좋아지고 특별한 경험도머물고 싶은 ‘제2의 고향’

유치원 하원 시간을 기다리며 학부모들이 모여 농촌 유학에 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예밀포도마을 입구 카페에 모인 학부모들이 농촌 유학에 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예밀포도마을 입구 예밀와인 힐링센터 근처 카페에 들어서니 농촌 유학생 학부모들이 모여앉아 영월 유학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옥동초등학교에서 진행 중인 농촌 유학은 가족체류형 형태로 학부모 1인 이상이 필수 동행해야 한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위해 영월 유학을 선택했지만 처음엔 막막함이 앞서기도 했다. 주혜선 씨(38)는 “영월이라는 지역이 있다는 것을 농촌 유학을 결정하게 되면서 처음 알게 됐다”며 “농촌 유학 커리큘럼들을 찾아보다 옥동초등학교의 프로그램이 좋아 영월행을 선택했는데 이렇게 예쁜 지역이 우리나라에 있었는지 처음 알았다”고 전했다.

주 씨는 “영월의 경우 지자체가 농촌 유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어 다양한 특성화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아이들은 도시에서 쳇바퀴 도는 일상에서 벗어나 많은 경험을 하고 ,학부모들도 학부모 대상 동아리 프로그램이 많아 심심할 틈이 없는데 이러한 점이 생활의 만족도를 높여줘 신청자와 연장자가 늘어나는 데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영월군의 경우 학교 경쟁력 강화와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마을 공동체 실현을 목적으로 작은 학교 희망 만들기 사업을 실시, 지난해 7억5000만원을 지원했으며 올해는 총 10억원(학교별로 3000만원에서 최대 1억)을 투입해 타 지자체와 차별화한 특성화 프로그램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또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동아리 지원도 지속 확대해 나가고 있다.

최지혜 씨(41)는 아토피성 피부염으로 고생하는 아이를 위해 농촌 유학을 선택했다. 영월에 온 지 3주 만에 아이가 몸을 긁는 횟수가 크게 줄어든 것이 눈에 보였고 무엇보다 행복해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영월에 더 머무르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최 씨는 “저희 가족은 남편이 육아휴직을 내고 같이 내려왔는데 영월에서 생활하며 아이와 보내는 시간도 많아져 만족도가 크다”며 “무엇보다 아이가 너무 행복해하고,깨끗한 공기와 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아토피도 완화되는 것을 보니 영월에 더 머물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고 전했다.
 

예밀포도마을 잔디밭에서 생일파티하고 있는 모스ㅂ.
예밀포도마을 잔디밭에서 생일 파티를 하고 있는 모습.

학부모들도 아이들 못지않게 특별한 경험을 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아이의 생일날 마을 잔디밭에서 다 같이 생일 파티도 하고, 마을 일손이 부족할 때 일손을 돕거나 마을 잔치에도 참여하는 등 도시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일들이 학부모들에게도 영월을 제2의 고향으로 만들고 있었다.

유상아 씨(39)는 “아이가 학교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여기선 학교에 가고 싶어하고 졸업하고 나서도 꼭 다시 올 거라고 말한다”며 “무엇보다 아이가 너무 행복해하기 때문에 장기 유학도 생각하고 있고 주변에도 이런 학부모가 상당수인데 아직까지 장기 유학 지원에 관한 내용은 불투명해 아쉽다”며 안타까움을 전하기도 했다.
 


개교 100주년 앞둔 김삿갓면의 유일한 초등학교 ‘옥동초’
‘느림, 울림, 드림’ 가치수확체험·요리·전통놀이 하며 영월에 활기

옥동초등학교는 매년 학생, 학부모, 선생님, 마을이 함께하는 느티나무 작은 음악회를 실시하고 있다.
옥동초등학교는 매년 학생, 학부모, 선생님, 마을이 함께하는 느티나무 작은 음악회를 실시하고 있다.

1925년 10월 설립된 옥동초등학교는 현재까지 2157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유서 깊은 학교다. 하지만 지난해 개교 100주년을 앞두고 예비 신입생 수가 적어 학급수를 채우지 못해 교육 자원이 줄어들 상황에 놓였다. 이에 선생님들이 발 벗고 나서 학급수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이는 당장 올해도 다시 닥칠 문제였다. 교육의 질과 학교 유지를 위해 농촌 유학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이에 옥동초등학교는 발 빠르게 지역협의회를 구성, 2023년 2학기 농촌 유학 시범학교로 선정됐다.

옥동초는 학생들 한 명 한 명이 소중하게 행복한 꿈을 키울 수 있는 학교를 모토로 느림, 울림, 드림 3가지 가치를 농촌 유학의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최남희 교무부장은 “각자의 속도에 맞춰서 바라봐주고 응원해줄 수 있는 교육, 존중과 배려를 통해 마음이 성장하는 교육, 아이들의 꿈과 끼를 응원하고 키워나갈 수 있는 특성화 교육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이러한 가치들을 함양시키기 위해 다양한 체험 활동과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특히 매년 실시하는 느티나무 작은 음악회는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예시다”고 말했다.

느티나무 작은 음악회는 학부모, 학생, 선생님들이 함께하는 음악회로 학생들이 원한다면 실력과 상관없이 무대에 오를 수 있다. 학생들은 같이 호흡을 맞추고 노래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가치를 배운다. 음악회에는 지역주민들이 참여해 관람하고 응원하기도 하며 부스를 운영해 먹거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농촌 유학이 김삿갓면에서 하나의 축제 역할도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아이들 교육을 위해 활기 넘치는 마을 주민들의 모습만 봐도 농촌 유학이 가지는 가치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옥동초 아이들은 마을 선생님들의 열정 넘치는 교육열을 바탕으로 농산물 수확 체험을 하기도 하고, 지역 재료로 다양한 음식도 만들어 보고, 마을 어르신들과 전통 놀이도 하고, 물고기도 잡으며 농촌의 가치를 배우며 영월을 활기 넘치는 도시로 만들고 있다.

최남희 교무부장은 “옥동초등학교의 경우 시범 유학했던 학생들이 100% 연장을 하는 성과를 얻었는데 농촌 유학의 경우 도시 학교와는 달리 학생 수가 적어 한 명 한 명 주의 깊게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장점이 있다”고 자부했다.

또 “다양한 아이들이 섞여서 서로 배우고 자라며 새로운 전환점들을 제시해주는 농촌 유학을 진행하면서 공교육이 해야 할 역할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배울 수 있었다”며 “비록 100주년이 되는 2025년에는 정선으로 전근을 가 옥동초에는 없겠지만 영월이 제2의 고향이 된 유학생들의 앞날을 기원하며 전근을 가는 학교에서도 농촌 유학에서 배운 가치들을 전달하고 가르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말했다.
 


농촌유학 가족들이 머무는 ‘예밀포도마을’
어르신 사는 마을 오가는 스쿨버스마을이 아이를, 아이가 마을을 키워

포도 수확 체험하러 가는길.
포도 수확 체험하러 가는길.

새벽을 알리는 새소리에 고요한 하루를 시작하던 예밀포도마을은 농촌 유학 마을로 지정되면서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와 함께 활기찬 시작을 보내고 있다. 스쿨 버스를 기다리는 아이들에게 학교 잘 다녀오라는 인사와 오늘도 힘내라며 응원의 말을 건네고 나면 그것이 마을 주민들에게 큰 힘과 위로가 돼 다시 돌아온다.

예밀포도마을은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농촌 유학 학생들을 위해 주민들이 직접 선생님으로 나서 활동하고 있다. 옥동초등학교에서 진행하는 지역 특색 기반 프로그램을 직접 짜고 운영하는 것이다.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 주민들은 여러 차례에 걸쳐서 회의도 진행하고 스스로 품평회도 하면서 한 명 한 명이 훌륭한 선생님으로 성장하고 있다.

기자가 마을회관에 들렀을 때도 김호준 이장(59)과 이귀남 사무장(59)이 올해 프로그램을 위해 활발히 상의하고 있었다.

김호준 이장은 “현재 예밀포도마을에는 7가구가 들어와 농촌 유학을 진행하고 있다. 본래 대부분 70~80세 되는 분들만 마을에 계시고 애들은 하나도 없었는데 학생들이 와 마을에 활기가 돈다. 아직도 스쿨 버스가 다니는 것을 보면 참으로 신기하다”며 “마을 주민들도 그러한 분위기를 느껴서인지 다들 우리 마을을 행복지구 온마을 학교로 만들기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직접 수확한 포도로 송편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는 모습.
직접 수확한 포도로 송편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는 모습.

작년 8월 처음으로 농촌유학 입주자를 받은 예밀포도마을은 포도 따기, 포도 와플 만들기 등 포도를 활용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했으며 마을 어르신 치매 방지를 위한 소품 만들기 활동 등에 아이들을 동참시키는 등 유학생들의 빠른 적응을 위해 노력했다. 올해도 봄철 산나물 캐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해 아이들에게 많은 경험과 추억을 전해줄 예정이다.

이귀남 사무장은 “이제는 아이들이 하교 후 마을 잔디밭에서 뛰어노는 것을 보면 서울 아이인지 영월 아이인지 구분하지 못할 정도다. 처음에는 적응을 잘 할 수 있을지 걱정도 많이 됐지만 지금은 다시 도시로 돌아갔을 때 적응하지 못할 것 같아 걱정"이라며 웃었다. 그는 “아이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마을 주민들이 열정에 불타 마을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것을 보면 농촌 유학이 궁극적으로는 지역 발전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기대감을 전하기도 했다.

김호준 이장은 “농촌 유학은 단순히 도시 아이들이 농촌 문화를 경험하고 배우는 것이 아니라 소멸의 위기를 겪고 있는 농촌에 활력을 준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며 “처음 왔을 때 비해 눈에 띄게 밝아진 아이들을 보면서 이 아이들이 영월을 제2고향으로 여기고 나중에 커서 다른 지역에 살더라도 언제나 기쁜 마음으로 찾아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작지만 큰 소망이자 목표”라고 포부를 전했다.

영월=이우정 기자 leewj@agrinet.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